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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레오 배 May 30. 2022

영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에요. 배우는 거예요.

배움의 기쁨은 의무의 강요를 능가한다

I don’t love studying. I hate studying. I like learning. Learning is beautiful. 난 공부하는 걸 좋아하지 않아. 공부는 싫어. 난 배우는 걸 좋아해. 배움은 아름다워.  


Natalie Portman 나탈리 포트만






자주 듣는 고백입니다. "그동안 영어공부를 안 해서요." 그러면 짚고 넘어가곤 하죠. '영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에요. 배우는 것이지요.' 이는 실로 굉장히 큰 차이입니다. 12살에 영화배우로 데뷔하여, 스타워즈를 촬영하는 중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나탈리 포트만이 한 말이 공부와 배움의 차이를 말해주는 좋은 예입니다. "난 공부를 좋아하지 않아. 배움을 좋아하지. 배우는 건 아름다워."


호주에서 포토그래퍼로 일을 할 때의 일입니다. 대기업 의장을 지내시고 은퇴를 하신 신사와 그분의 아내를 위해 커플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자연 속에서 나무와 함께 사진을 담길 좋아하는 저는 호주 멜번에서 가장 정갈하고 영국 왕족의 취향이 담긴 royal 칼튼 가든에서 두 분을 만났습니다. 처음 뵙는 두 분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사진을 촬영했어요. 훌륭한 경력을 쌓아 오신 신사의 아내는 여전히 소녀 같은 순수함을 지닌 분이셨지요. 어떤 이야기를 하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 또 하나를 배웠네요. 매일 새로운 것을 하나 이상은 배워야 해요." 그녀는 70대는 되어 보였습니다. 세상을 다 알 것 같은 나이에도 여전히 새로운 것을 매일 하나씩 배우려 하시는 태도는 정말 아름다워요.


포토그래퍼 일을 시작할 때 저는 아직 호주의 고등학생이었습니다. 학비가 워낙 비싸, 학생비자가 허용하는 주당 20시간 파트타이머로는 학비를 충당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그때 제가 프로처럼 잘할 수 있는 일인 사진으로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때까지도 영어를 '공부'해보지는 않았어요. 무작정 영어로 말을 걸어보고, 매일 밤 영어 프로그램을 보며 많이 들었을 뿐입니다. 좋은 현지인 아파트에 들어갔더니 좋은 이웃을 만나, 이웃께서 제 영어 글을 첨삭해주시곤 하셨어요. 덕분에 지금의 기품 있는 영어를 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다시 한번 언급할게요. 저는 영어를 공부하지 않고, 배웠어요.


'공부'라는 단어는 수학과 과학 같은 과목에 씁니다. 이성과 논리를 사용하는 과목이지요. 반면 '배움'이라는 단어는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 춤추기 같은 일에 씁니다. 훨씬 즐거운 일이지요. 언어는 이중 어느 것일까요? 언어는 단연 배움입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일은 새로운 문화와 환경으로 여행을 가는 것처럼 설레고 즐거우며 재미있는 일입니다. 우리가 지금 쓰는 언어의 새로운 단어를 배우면, 그 단어만큼 내 인식이 확장되듯이, 새로운 언어를 배우면 그 언어라는 세계만큼 나의 인식이 커다랗게 확장됩니다. 세상을 보는 나의 시야가 넓어지지요. 나와 다른 사람들을 포용할 나의 그릇이 넓어집니다. 


이렇게, 영어를 배우는 일은 기쁜 경험입니다. 영어가 세계 공용어이기 때문에, 영어를 배우면 한국이라는 우물에서 벗어나 세계라는 한국 밖 지구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되지요. 


어제는 제가 남다른 사랑과 애정을 쏟은 제자를 오렉스에서 졸업시켰습니다. 영어를 하나도 모르던 무에서 시작하여, 5개월 만에 영어로 유창하게 말하는 유를 만들어 냈어요. 그 과정에는 저의 유일한 교수법, "사랑은 의무보다 더 좋은 선생이다"를 적용했습니다. 제자는 아주 특출 나게 유럽 학교와의 인터뷰를 해내고, 곧바로 입학 허가서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아주 성공적인 졸업을 맞을 수 있었지요. 수업을 하는 5개월 간 우리는 남다르게 친밀한 인간관계 rapport를 맺었고, 영어뿐만을 잘하게 된 게 아니라 제자라는 개인이 더 성숙해졌다고 제자의 아버님께서 말씀해 주셨어요. 영어만 가르친 게 아니라, 영어를 매개체로 사용하는 문화를 알려주었기 때문이에요. 제자는 그만큼 인식이 넓어졌으니, 더 성숙한 사람이 된 것은 당연한 결과입니다.


사랑하는 제자를 졸업시키고 마음에 커다란 구멍이 난 것 같아, 힘든 주말을 보냈습니다. 그래서 영어 선생님이신 친구와 오래 전화통화를 했어요. 저보다 17살 연상이신 그분은 도서관에서 《영어책》을 발견하시고 저자인 저에게 연락을 주시면서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 선생님은 중고등학생의 영어를 가르치셔요. 그래서 요즘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을 알고 계시지요. 당신의 자녀도 초중등생 이거든요. 요즘 아이들은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인해 정보에 그 어느 세대보다도 빠르게 노출되어, 성교육이 미흡한 우리나라 문화에서 성이라는 아름다운 것을 암흑의 경로로 배우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금 우리나라 첫 경험의 평균 나이가 무려 13살이 되었다는 말이 사실임을 놀랍게도 확인했어요. 초등학생이 임신하여 상담을 받는다는군요. 거기에 더해 공교육이 교사 개인에 크게 좌우되고, 특히 영어교육은 수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쓸데없는 문법 번역식 영어 교육법이 여전히 시행 중이랍니다. 그 교육 방식은 효과가 없음을 부모가 된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데도 말이지요. 게다가 문법 번역식 영어 교육법은 일본 제국주의의 잔재인데 말이에요. 


지금까지도 공교육에서 시행 중인 영어 교육법은 영어를 '공부'하는 것으로 전제합니다. 그렇게 첫 단추부터 다른 데에 끼우기 때문에, 우리가 영어 교육에 수십 년을 쓰고, 거대한 금액을 써도 우린 영어를 못하는 결과를 얻지요. 더 나쁜 결과는, 우리가 영어를 '어렵고, 재미없는 것'으로 인식하게 된 일이에요. 공교육이 바뀌려면 교사가 먼저 바뀌어야 할 텐데, 교사라는 직업을 가진 분들은 너무나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하시어 변화나 깨달음에는 관심이 없어 보입니다. 학교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학부모는 학교를 바꾸기 위해 이사를 가야 하지요. 아이를 키우시는 영어 선생님도 이게 고민이셔서 결국 이사를 가신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민을 위해 영어를 제게 배운 제자의 부모님도, 한국 교육 환경이 이렇게 나빠서 이민을 가는 것을 그간 함께 시간을 보내며 넌지시 알 수 있었어요. '유럽 어느 학교라도 한국보단 낫겠지'라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여건만 되면 이민을 가는 한국 학부모가 그렇게 많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학교에서는 물론이고, '어학원'이라는 한국어 이름을 내걸고 영어를 가르치는 학원들로는 진짜 쓸 수 있는 영어를 배울 수 없어 여러 학원을 한 달 해보고는 끊고 전전하다 저에게 영어수업을 들으러 오시는 분들의 영어를 책임지는 저를 바라봅니다. 씁쓸한 현실 속에, 더 나은 삶을 위해 문을 열어드리는 일을 하는 저를 발견해요. 우리의 삶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공교육이 변하여 우리가 우리나라를 버리고 다른 나라로 떠나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요?


이번 글의 요지는 이것입니다. 언어는 공부하는 게 아니에요. 언어는 배우는 것입니다. 배움은 아름다운 일이에요. 해야 해서 하는 의무가 아니지요. 시험 점수 그 자체만을 위해 공부하고, 진짜 영어는 못하는 쓸데없는 공부가 아니에요. 배우는 일은 재미있는 일이에요. 영어를 사랑하게 되지요. 영어를 사랑으로 알려주는 저를 사랑하게 되기도 합니다. 졸업한 제자와 제자의 가족과 저는 평생 아름다운 관계로 살아갈 거예요. 이런 아름다운 관계가 있을 때, 우리 인생은 살만 한 것 같습니다.



《영어책 : The Book of English》저자 

아우레오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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