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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우레오 배 May 16. 2022

한국인을 세계로




작가는 참 외로운 직업이다. 사람들과 너무 자주 어울리면 생각을 정확하게 할 수가 없다. 적당한 외로움은 내 작업에 전념하는 데 자극이 된다. 그래서 외로움은 작가의 직업적 조건이다.


가장 마음이 어려울 때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준 존재는 책이다. '이었다'라고 말하지 않는 연유는 나만 이렇게 생각하지 않음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가장 화려해 보이는 사람도 가장 외로움을 느끼는 게 자연의 이치이듯, 건강한 지적 감수성을 품은 인간이 외로움을 느낌은 자연적이다. 


감성과 믿음이 중시되는 한국 문화와 달리, 이성과 논리가 중시되는 영문화에서 내게 책이란 지적 갈증을 채워주는 샘물이었다. 일생의 큰 시간을 바쳐 쌓은 지식과 지혜와 상상력을 하나의 책으로 만든 선조의 정성은 인류의 지식 체계라는 거대한 호수를 이루었고, 나는 그 물로 성장했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정말로,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 말은 광화문 교보문고 문을 열고 들어갈 때마다 마주하는 문장이다. 나는 이 문장이 누군가 말한 명언인가 했다. 과연, 교보그룹을 창립한 기업가 신용호의 말이란다. 난 20대를 호주에서 보내며 내가 태어난 환경에 안타까웠다. 세계 어느 곳보다도 entrepreneurial(기업가적)인 우리나라에서 자랐더니, 나도 당연히 상경대로 진학해야 한다고 믿게 되었다. 그렇지만 영문 책들을 분야에 가림 없이 읽은 결과 나라는 사람은 상경대가 아니라 과학대로 진학했어야 할 사람임을 깨달았다. 그렇게 난 내 유년기를 보낸 환경에 의해 기업가가 되었다.


처음엔 투자를 받아 화려하게도 해 보았고, 대학교 동문과 지분을 반등 분하여 동업도 해 보았다. 그러나 기업을 잘하는 진리는 '작게 시작하기.' 충분히 성숙한 지금 만든 회사는 작게 시작한다. 오피스에 가구라고는 책상과 손님용 의자 두 개뿐이다. 책상은 당근에서 멀쩡한 다이닝 테이블을 4만 원에 구입했다. 손님을 위한 의자는 이전 사업에서 최고로 좋은 것을 소장한 아트 데코 앤틱 의자로, 호주에서 한국까지 가지고 왔다. 부산에서 서울로 올라오며, 의자를 갖고 오기 위해 세단 뒷좌석에 의자를 두 개 가득 싣고 직접 운전해서 가져왔다. 이 의자는 15년 전 호주에서 내게 영어를 배우던 제자들과 지금 서울에서 영어를 배우는 제자들을 잇는다. 이 의자에 앉아 수많은 사람들이 영어를 깨우쳤다.


작가로 살며 좋은 점은, 많진 않아도 찐 팬이 있음이다. 좋은 일이 있거나, 아무 일도 없어도, 팬분들은 내 생각을 하며 내가 필요할 선물을 사려 깊게 선택해 보내준다. 얼마 전엔 나의 오랜 팬께서 교보문고 시그니처 향 룸 스프레이를 선물해 주셨다. 향에 누구보다 예민한 나에게 룸 스프레이는 작업의 필수템임을, 이걸 받아 보고서야 알았다. 그리고 선물 꾸러미를 자세히 보니, 이 향에는 스토리가 있음을 알게 된다. 바로 교보문고의 그 명언, 창립 이념에 기반해 만든 향이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지금 내가 경영하는 오렉스를 본다. 작게 시작했지만, 수많은 위대한 기업들도 창업자 혼자서 시작한 기업은 매우 많다. 일을 시작하는 한 주의 첫날, 월요일은 내가 그래서 가장 좋아하는 날이다. 월요일 아침 오피스 아워가 시작되기 전 나는 오렉스의 창립 이념을 결정했다. 


한국인을 세계로


나는 그저 영어수업 자체를 위한 수업을 하지 않는다. 내게 오는 제자들은 '진짜로'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그래야 할 절실한 필요가 있어서 다른 곳을 전전하다 내게 온다. 그러다 보니 당장 이민을 가거나, 세계로 진출하고 싶어서, 유학을 가야 해서, 외국계 기업에 가기 위해 영어수업을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영어 교육뿐만이 아니라, 그들이 영문화에서 멋진 태도를 입고 사랑받는 사람으로 만드는 일이다. 내가 하는 일의 궁극적인 목적은 한국인을 세계로 보내기 위함이다. 


정말로 그래서 나는 호주에서 영어교육을 하다가, 이 살기 좋은 곳에 머물러 살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에게 비자를 주기 위해, 그들에게 직장을 주고 호주로 이주시키기 위해 제조업을 시작했고, 그러다 보니 산업디자인도 전공하고 제조업을 제대로 해보기 위해 '원자재를 수입해 가공해 수출하는 나라' 한국으로 귀국하게 되었다. 창립 이념은 지금까지 항상 하나였던 것이다.


For the sake of lessons. 영어 수업 그 자체를 위한 수업이 굉장히 많음이 보인다. 그렇지만 언어라는 것은 그 언어를 쓰는 환경에 들어가면 그 언어를 본능적으로 습득하고, 그 환경에서 벗어나면 자연히 잊히는 것이다. 어차피 잊을 영어 표현 몇 개를 배우는 데 우리는 얼마나 많은 자원을 허비하나. 천재 세종대왕이 혼자 만든 한글은 영어와 교집합이 제로다. 그 덕분인지 탓인지 우리는 끝이 없는 영어공부를 하고 있다. 언어의 본질에 대한 무지에서 오는 극소수 민족 한국인의 자원낭비를 줄이는 데 이바지하고 싶다. 한국인을 세계로. 한국인은 대단한 민족이다. 난 한국인의 훌륭한 민족성에 진정한 자부심을 품고 있다. 세계인이 한국어를 쓸 것 같지는 않기에, 우리는 영어만 잘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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