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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 Jun 16. 2020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한 '행동백신' 기르기

최재천 교수님이 진단한 코로나의 원인 및 감염병 시대를 대처하는 자세


최재천 교수님은 워낙 유명한 분이기에 다른 설명이 필요없기도 하다. 일찍부터 최근 이슈가 되는 '문이과 통합적 사고'에 대해 '통섭'이라는 개념어로 그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학자로서의 진정성을 가진 모습을 통해 많은 이들의 귀감이 되기도 한 분이다. 최근 잠시 주춤한 것 같았던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는 모습을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이때, 중요한 메시지를 담은 교수님의 인터뷰를 만나 함께 나누고자 한다. 아래는 위의 인터뷰 전문 중에서도 나에게 인상 깊었던 몇 가지를 간추린 것이다.



Q. 코로나19가 창궐해 전 인류가 고통받고 있다. 신종 감염병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고, 앞으로 해마다 발생할 것이라 예상하셨는데…


A. 물론 그렇지 않은 생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생물들은, 특히 미생물들은 자기가 사는 곳에서 굉장히 오랫동안 그냥 거기 있는 거거든요. 그냥 그 동네에서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우리 인간이 언제부턴가 그런 곳들을 들쑤시기 시작했잖아요. 목재를 얻기 위해서, 또는 동물들을 잡아내기 위해서, 막 들어가서 들쑤시니까, 그 생물들을 공략하던 병원체들이 어쩔 수 없이 우리한테 옮겨붙게 되는 거죠. 아무리 변명한다 하더라도 이건 우리가 저지른 짓일 수밖에 없는 거잖아요.


우리가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 이들에게 접근하고 기어들어 가고…. 오래전에 ‘자연으로 나는 길은 언제나 파멸로 이른다’는 제목의 글을 썼어요. 저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최초로 정글을 몇 년씩 돌아다니면서 연구했는데요. 초창기에는 거기 사는 사람들조차 정글에는 잘 못 들어갔어요. 그런데 목재가 대대적으로 필요해지면서 사람들이 정글에 길을 내기 시작했고, 그 안으로 트럭이 들어가고, 그 길을 따라서 사냥꾼이 들어가기 시작했어요. 깊숙이 들어가서 동물을 잡아내는 과정에서 동물들의 몸에 사는 것들이 어쩔 수 없이 사람의 몸에 들러붙게 되는 거예요.      


지구상에서 가장 번성한 척추동물인 인간과 가축은 닥지닥지 붙어서 살기 때문에 숲속에 있던 세균들에게는 그야말로 블루오션이나 다름없어요. 물론 바이러스가 두뇌가 있어서 어떤 마케팅 전략을 세우는 건 아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에게 우리처럼 좋은 사냥감은 없는 거죠.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해서 자연을 건드리는 일을 멈추지 않는다면, 앞으로 인간은 더 대대적으로 자연을 건드릴 텐데, 바이러스가 우리 몸에 옮겨올 확률은 점점 높아질 거예요. 그리고 그중에는 또 우리와 기가 막히게 궁합이 맞는 놈이 나올 거예요. 그게 사스였고, 메르스였고, 지금 코로나19인 거죠.   



Q. 이번 사태가 인간의 잘못이라면 앞으로 일어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인가?


A. 의료계에 계신 분들은 한결같이 백신이라고 이야기를 하세요. 저는 조금 생각이 다릅니다. 저는 진화생물학을 하는 사람이다 보니까요. 만약 기술이 발전해서 백신을 한 달 내로 만들 수 있다고 한다면 백신이 가장 확고한 답이지만요. 이번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적어도 1년은 걸린다고 이야기하잖아요. 개발하는 과정, 임상시험을 하는 과정 등 여러 과정을 거쳐야 하니까요. 그런데 앞으로 이런 일이 굉장히 자주 벌어지고, 동시다발적으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서로 다른 바이러스가 창궐한다면, 과연 우리가 백신을 개발하면서 이 바이러스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저는 ‘행동백신’(Behavior Vaccine)이 필요하다고 봐요. 우리 인간에게는 행동으로 바이러스들을 방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거든요. 우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을 몇 가지만 잘하면, 대유행으로 번지지 못 하게 할 수 있는 거예요. 바이러스나 세균은 우리만큼 이동성이 있는 게 아니거든요. 중간에 그들을 옮겨줄 수 있는, 매개체가 있느냐 없느냐가 중요해요. 가령 콜레라의 매개체는 물이었고, 말라리아는 모기가 옮겨요. 그런데 독감이라든가, 코로나19는 직접 감염이기 때문에, 감염자가 거리를 두면 옮지 않아요. 이른바 ‘사회적 거리’, 저는 그것을 ‘사랑의 간격’이라고 표현하는데요. 사랑하기 때문에 조금은 떨어지는 것, 이것이 행동백신이고 우리가 갖고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입니다. 그렇다고 백신 개발하지 말라는 말은 아닙니다. 백신 개발에만 목을 매지 말라는 뜻이지요. 지금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칭송하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그 행동백신을 가장 잘한 나라이기 때문입니다.



Q. 과거 스승의 저서를 번역하며 ‘통섭’이라는 단어를 만들었고, 이것이 한때 대한민국의 화두가 됐다. 우리가 향후 십 년간 생각해야 할 새로운 단어가 있다면?  


A. ‘계산’(計算)이라는 단어를 생각해봤어요. 제인 구달 박사님이 저한테 이런 말씀을 하시더라고요. 이번 일로, 좋은 일도 있을 거야. 생각해 , 그동안 우리가 자연을 보호하자고 아무리 얘기해도 자연을 보전하는 일은 돈이  된다고 생각했잖아.” 우리는 환경경제학이라는 분야까지 만들어냈어요. 갯벌을 개발하는 것보다 그대로 두는 것이 정화작용을 생각해보면 오히려 이득일 겁니다. 그런데 이런 계산을 지난 몇십 년간 해드려도  들으시더라고요. 그런 계산을 해드리면 고개는 약간 끄덕이지만, 당장 공장을 짓는 일이  손안에 돈이 들어오는 일이니까요. 아마도 이번 사태로  세계가  어느 팬데믹(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 때보다 심한 경제적 타격을 받을 거거든요. 그런데 이런 비슷한 사태가 앞으로 5 만에, 3 만에  번씩 벌어진다면, 어쩌면 이제 계산하지 않을까요? 열심히 해서  벌어놔도 3년에  번씩 경제 폭락한대, 그럼 손해 아니냐? 엄청난 손해인데? 이제 자연 건드리지 말자, 자연 보전하는  훨씬  유리하네. 드디어 사람들이 계산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나는 참 더 답답하다. 자연의 훼손에서 비롯된 바이러스를 피하느라 무분별한 일회용을 또 쏟아내고 온실가스를 더 만들어내며 정말 그냥 지금을 버텨내고 있는 우리의 삶이. 어디서부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출처 : 독서신문(http://www.reader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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