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여행 중, 우리는 친퀘테레에 들렀다.
바닷물이 너무 멋졌다. 세계의 바다 물빛만을 좇아 여행을 다녀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 만큼이었다.
내가 봤던 바다들을 떠 올려봤지만, 친퀘테레의 바다가 제일 맘에 들었다.
이루 말할 수 없이 투명했고, 햇살을 안고 물 위에 이는 윤슬은 유난히 보석 같았다.
우리는 바로 바다로 뛰어들어 포즈를 취했고, 서로의 사진을 찍어 주었다.
모래사장에서 일광욕을 즐기던 한 연인이 우리가 관광객임을 알아차리고는,
청하지도 않았는데 사진을 찍어주겠다고 나섰다.
덕분에 우리는 멋진 이국의 바다사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후배가 나를 찍어준 사진을 보니,
“후배야, 외국 사람이 같이 나와야 해외 해변 느낌이 나지.
나하고 바다만 있으면 여기가 친퀘테레인지 통영인지 어떻게 알아? 하하.”
“어머, 그렇네. 나는 깨끗한 배경 찍느라고 그랬잖아. 하하.”
우리는 찰랑이는 물결을 바라보며 한참을 앉아 있었다.
그때 후배가 말했다. “토파즈 같아.”
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야, 이건 아쿠아마린이지.”
그리고 순간 ‘아차’ 싶은 생각이 들었다.
후배는 내 말에 살짝 기분이 상한 것 같았다.
나는 괜히 더욱 내 말을 인정받고 싶어졌고, 인터넷에서 이미지를 찾아 보여주기까지 했다.
후배는 시큰둥했다.
다음 날, 우연히 보석가게들이 모인 거리를 지나게 되었다.
나는 실물을 보여주겠다며 후배를 끌고 들어갔다. 하지만 아무 가게에도 아쿠아마린은 없었다.
대신 짙은 바다 빛을 닮은 토파즈만이 진열되어 있었다.
숙소에 돌아온 후, 후배는 내게 시비를 걸었다.
“나는 아쿠아마린을 몰라. 그냥 그 물빛이 토파즈 같다고 느꼈을 뿐인데 왜 자꾸 틀렸다고 해?
물색이 절대적일 수는 없잖아?”
이제는 자존심 싸움이 되어버렸다.
나도 물러서지 않았다.
“왜 더 닮은 보석이 있는데 그걸 인정하지 않아?”
그렇게 시작된 설전은 두 시간을 넘겼고, 결국 내가 먼저 “그만하자”고 두 손을 들고 말았다.
그날 밤, 나는 몸살이 난 듯 끙끙 앓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후배의 감정을 망쳐버린 것이다.
그 물빛이 토파즈 같다고 말한 건 후배의 감상이었다.
나는 왜 굳이 “그건 아쿠아마린”이라고 했을까?
잘난체였을까?
오로라! 대체 뭣이 중헌디.
그 순간 정말 중요한 건, 아름다운 바다를 함께 바라보며 살랑거리는 마음을 실컷 누리는 거였는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