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지 않는, 우리 집에서 좀 멀리 떨어진 대형마트에서 술을 샀다.
하이볼이라며 시음행사도 하고 세일도 했다. 마셔보니 괜찮았다.
가격도 비싸지 않았다. 가벼운 마음으로 한 병 사 볼만 했다.
냉장고 구석에 밀어 넣어두었다. 그리곤 잊었다.
얼마쯤 뒤에 냉장고에 모셔놓은 하이볼이 보였다. 따서 마셔봤다.
그랬더니 너무 쓰고 독하고 맛이 없는 거다.
이상하다. 시음할 땐 맛있었는데.
다들 그런 경험 있을 거다.
마트에서 시식해 보고 괜찮아서 사 왔는데 집에 와서 해 먹으면 이상하게 그 맛이 안 나는 거.
그런 건가? ‘뭔가 내가 잘못 알았나?’했지만 나는 다음 번 그 마트에 갈 때 환불요청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환불 액이 컸다.
다음 손님을 부르는 직원에게 밀려 나오며 나는 새로 발급받은 영수증을 잠시 멍하니 바라 봤다.
내가 이 정도의 비용을 지불하고 즉흥적으로 잘 마시지도 않는 술을 샀다고?
하지만 이제 나도 나를 믿을 수 없는 지경에 있다.
착각과 실수는 일상이었다. 나이 탓을 하고 싶지는 않다.
여전히 좋은 기억력과 꼼꼼함을 지니신 내 어머니를 보면 말이다.
그리고 요즘은 뭐든 기계를 더 믿는 시대 아닌가.
"기계가 그렇다잖아요."
이런 상황이 담긴, 드라마의 한 장면이 오버랩 된다.
착각인가? 그 날 흔쾌히 질렀나? 계속 찜찜함이 남아 있었다.
며칠 뒤, 방 안 어딘가에서 우연히 구매 영수증이 발견됐다.
영수증을 못 버리는 나쁜 습관 덕에, 나는 진실과 마주했다.
내가 착각한 게 아니었다. 환불 액이 더 온 거였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세일가로 구매했다. 그리고 환불 때는 정상가를 적용한 모양이다.
이내 결제시스템의 허점이라고 생각했다.
우리나라처럼 IT 강국에서도 이런 일이 생기다니.
조금 놀랍기도 했다.
그리고 차액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내가 가져도 정당한건지 궁금했다.
두 영수증을 챙겨 놓고, 다시 그 마트를 가면 물어 보기로 했다.
그러던 중, 자주 가는 가까운 마트에 가서 결제카드를 바꿀 일이 생겼다.
전에 결제했던 카드를 취소하고 다른 카드로 다시 결제를 하는 건데,
나는 신용카드가 몇 개 있고 카드 혜택 조건에 맞게 금액을 나눠쓰느라 그런 일이 생긴 거다.
근데 직원이 “지난번 때는 a상품이 할인이었고 지금 다시 결제 하시면 a상품은 정상가로, 대신 b상품이 할인가가 적용됩니다.” 하였다.
그 순간 알았다. IT는 완벽하지 않다는 것. IT는 알아서 순발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아니, 그건 시스템 탓이 아니다.
시스템은 너무나 완벽했다.
그 후, 지인을 통해 그 대형마트의 결제 시스템에 대해 알게 되었다.
결국 그들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거였다.
에효~!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너무 디테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