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하철을 주로 이용한다.
차가 있기는 하지만 운전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러시아워에 도로에 갇혀 있는 것도 재미없고
특히, 서울 시내를 다니는 일에는 주차비가 무섭기도 하다.
지하철은 약속시간을 정확하게 지켜준다.
게다가 차비도 저렴하고 책을 읽거나 핸드폰을 들여다보는 등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다른 일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지하철도 누가 탔느냐에 따라서 편리하고 유용함이 달라진다.
내 어머니는 어디에서나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사시는 모양이다.
거의 90 평생 환승을 잘못하시거나 거꾸로 타거나 내리실 역을 놓치신 적이 단 한 번도 없다고 하신다.
지하철뿐이겠는가. 엄마와 함께 외출하려고 하면 출발시간 두 시간 전부터 준비하고 기다리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도 서두르셔서 약속장소에 30분 먼저 도착하는 것은 기본이고 한 시간먼저 도착하는 경우도 몇 번 있었다.
나는 지하철에서 앉게 되면 그 순간부터 핸드폰이나 책이나 일거리 생각에 빠진다. 공상에 빠지기도 한다. 그리고 너무 몰두하다 고개를 들어 보면 목적지를 지나간 경우가 허다했다.
체감하기로는 아주 잠깐이었던 것 같은데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이었다.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 같은 기분이 들 정도다.
지하철을 7번 갈아 탈 때도 있었다.
잘못타서 반대 방향으로 다시 가는 길에 또 내릴 곳을 놓치고, 또 놓치고.. 하하
출근 시간에 그러면 이런 내가 정말 한심해서 어쩔 줄을 모른다.(나는 오래 전부터 약속시간 보다 30분 일찍 도착하는 습관이 있어서 지각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런데 이런 나의 습관은 고쳐지지 않았다.
자리에 앉기만 하면 딴 세상으로 가 있는 것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적으로 하던 어느 날, 체념하듯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나는 전생에 한 번 타면 목적지까지 곧장 가는 꽃가마라도 탔나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