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 <우주의 결> 작가노트
글 | 오로라
나의 삶은 우주의 결을 느낀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에너지. 아니 그것은 종종 눈에 보이기도 한다. 사람에게도 있고, 꽃들, 나무와 하늘, 하늘과 땅 사이에도 있다.
이번 작품, 〈우주의 결〉은 몇 달 전 국립중앙 박물관에서 인상 깊게 본 클림트 작품 [큰 포플러나무2]에서부터 시작된다. 그 작품은 ‘다가오는 폭풍’이라는 괄호 제목도 가지고 있었는데, 하늘과 나무는 내가 좋아하는 고흐를 연상시키기도 했다. 나의 삶이 많이 고요해진 요즘, 나는 우주의 에너지에 대해 좀 더 들여다보기 시작했고, 그 마음은 겨우 내 몸 하나 의탁할 수 있는 아주 작은 오두막 하나를 떠올렸다. 그리곤 다시 그것도 아니라며 ‘휙’ 큰 바람 한 번 불면 날아가고 말 천막텐트 하나가 드넓은 우주 아래 덩그러니 놓여 있는 모습이 떠올랐다.
몹시 커다란 미루나무를 그리고 텐트를 그 아래에 두었다. 대자연에 의지할 수밖에 없음을 고백하는 장치다. 그리고 제 갈길 가고 있는 한 마리의 코끼리가 있다. 특히 죽은 동료나 가족에 대해 애도하는 정서가 있는 코끼리는 이 세상 다른 어떤 존재보다 나에게 숙연함을 갖게 한다.
나무에 걸린 ‘녹아내리는 시계’는 현실의 시간과 다른 차원의 시간을 말한다. 지금 다시 내 그림을 보니 곳곳에 달리의 시계를 놓아야 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는 나의 삶에서 시간의 변주, 왜곡을 자주 목도하곤 했다.
나는 이 그림을 그리며 마음 깊은 곳에서 숨죽이고 있던 아주 오래된 고독과 마주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건 슬픔도 외로움도 아니었고 담담한 수용과 아무런 의미도 가지지 않는 응시였다.
화면에 넘치는 미루나무, 의연한 코끼리도 나처럼 우주에 외쳐보긴 했을까?
모든 것이 사라지더라도, 결은 남는다. 에너지는 흐른다.
현실과 다른, 파랗게 풍성한 미루나무, 텐트 안, 한 개의 꺼지지 않는 불빛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꿈꾸고 있는 나의, 우리의 희망이다. 나도 당신도 저 안에 있다.
2025. 6. 16
전시기간 : 2025. 6. 18(수) - 6. 23(월)
전시장소 : 인사동 마루아트센터 B1 특별관
전시제목 : 제 49회 한울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