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있다. 직접 경험하지 않으면 모른다는 의미 같다. 최근엔 결혼 5년 이내 헤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20년 이상 커플들이 하는 황혼이혼도 증가 추세다.
왜 후회하고 이혼하는 것일까?
동상이몽이란 TV프로그램이 생겼을 정도로 배우자와 차이는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왜 이런 사람과 결혼했을까?'
오래된 부부들 중 한 번쯤은 떠올려봤을 생각이다.
배우자와의 관계는 결혼만족도와 높은 연관성을 지닌다. 만족도가 높은 커플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면서 오랫동안 같이 산다는 연구 보고가 많다.
결혼생활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최소 20년 이상 성장한 남녀가 만나서 사는 일이다. 그것도 매우 긴 시간동안.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힘이 든다.
연애시절과는 다른 어려움을 경험하는 이유도 갈등을 초래하는 상황을 대면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어린 시절의 성장과정이 어떠했는지에 따라 이후 삶이 달라질 수 있다. 성장하면서 부모와 형제, 가족들로부터 받은 경험은 결혼생활에서도 나타난다. 배우자와의 갈등이 될만큼 영향을 미친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녀에게까지 대물림되는 습관이 있다. 우리는 이것을 닮았다라고 표현한다.
이런 관점에서 배우자를 선택할 때 가정 환경을 보는 것은 중요하다. 연인 관계에서 알지 못했던 부분이 결혼 생활 중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자칫 잘못하면 돌이킬 수 없는 삶이 펼쳐질 수도 있다. 배우자를 선택하기 전에 특별히 살펴봐야 할 내용이 있다.
원가족과 어떤 관계를 유지하며 살았는지 꼭 살펴보길 바란다. 즉, 부모나 형제들과의 관계가 원만한지, 특별히 더 불편한 가족이 있는지 등등.
사귀면서 가족이지만 특정 사람에 대한 언급이 없다면 왜 그런지 물어보는 것이 좋다. 그 대상과 대화가 거의 없거나 없는 사람처럼 취급한다면 이유를 알아야 한다. 가족이나 친인척끼리 왕래가 없다면 그것 역시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가족간의 분위기는 결혼 생활에서 부부 및 부모자녀관계를 형성하는데 중요하게 영향을 준다. 함께 가족들이 있을 때 어떤 분위기인지 꼭 살펴보는 게 좋다. 가끔 병리적인 가족 구성원들이 있다. 만약, 가족들이 서로 회피하는 사람이라면 왜 그런지도 물어봐야 한다. 갈등의 원인을 살펴보지 않았다가 결혼 생활 동안 그 부분이 커다란 문제로 드러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아들이 어릴 때 일찍 사별한 어머니가 있었다. 고생하며 아들 뒷바라지를 해서 아들을 의사로 만들었다고 생각한 어머니는 어떤 며느리도 쉽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선을 보고 겨우 결혼했는데 아들에 대한 집착으로 부부 생활을 방해했다. 자신은 사랑이라고 했지만 사사건건 갈등이 되어 결국 아들 부부는 이혼했다.
잘 모르면서 자기 식으로 추론하는 것은 오히려 결혼 후 문제가 될 수 있다. 생각한 것보다 훨씬 병리적인 가족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어렵게 한다. 간혹 배우자 본인이 이런 문제를 드러내기도 한다.
부부싸움 원인 중 하나는 서로 다른 가치관이다. 다르다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그것으로 유발되는 의사결정에서 매번 갈등을 초래하면 고통스러울 수 있다.
만약, 배우자가 차이 자체를 전혀 인정하지 못하면 지속해서 갈등 속에 살아가야 한다. 사안을 바라보는 근본적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 특히, 자기중심적으로 왜곡된 사고가 심하다면 문제의 원인이 뭔지 모르는 상태가 되어 부부싸움을 멈출 수 없다. 어떤 경우에는 이혼 청구도 받아들이지 못할 것이다. 문제는 상대에게 있으니 이혼해줄 수는 없다는 식이다.
간혹 TV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가정 형편이 전혀 혹은 매우 다른 남녀가 커플이 되는 설정이 있다. 억지스럽울 정도다. 예를 들면, 재벌가의 자녀가 말단 사원과 사랑에 빠지는 것은 현실에선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의 동선이 달라서 마주칠 가능성이 낮고 소개받을 일은 더 없다.
설령, 그런 일이 복권 당첨처럼 일어나더라도 성장 과정에서 오는 차이로 결혼생활이 순조롭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부부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이혼사유까지 된다.
연예 기사나 사회 분야 뉴스에서 비슷한 내용을 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몸에 벤 습관을 고치기란 쉽지 않다. 성인기 습관은 이미 어려서부터 형성된 것으로 결혼 이후 생활 전반에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속해서 차이를 좁히지 못하면 결혼생활의 걸림돌이 되고 말 것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영국 왕실의 이야기를 예로 들어보자.
다이애나 스펜서는 12살 연상인 황태자 찰스와 런던 성바오로 대성당에서 ‘세기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이들은 행복한 결혼생활을 유지하지 못했다. 다이애나 사후에 이들의 갈등 원인에 대한 추측성 보도가 이어졌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다이애나가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에 대해 고민했으나 가족들이 왕비가 되는 것을 포기하지 못하게 했다는 후문이다.
그녀는 왜 찰스와의 결혼을 고민했을까?
다이애나는 엄격한 왕실 생활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결혼 후에 몹시 힘들어했다고 한다. 그녀 역시 귀족 가문이었지만 남편과 공통점을 찾기 어려웠다. 특히, 현재 아내인 카밀라와 은밀한 관계를 지속해 온 찰스 때문에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찰스의 잘못이 크지만 서로 다른 차이를 좁일 수 없었던 생활 양식도 한 몫했다.
다이애나는 우울증으로 5차례나 자살을 기도했고, 1996년 8월, 찰스와 정식 이혼했다. 그러나 1997년 8월 31일에 파리 알마광장 지하터널에서 파파라치의 추적을 피하려다 자동차사고로 안타깝게 사망했다.
다이애나와 달리 어려서부터 찰스는 왕실 예절에 따라 생활했다. 엄격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불륜을 유지했으니 다이애나를 정말 사랑했는지는 모르겠다. 그의 선택이 갈등을 키운 측면도 있다는 이야기가 많다. 두 사람 사이에서 생긴 여러 가지 갈등은 결국 파경으로 끝이 났다. 두 아들에게 지금까지 심리적 상처를 안겨주었다.
이와 반대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는 부부들도 많다. 이들은 지속해서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살아간다. 형편이 어려운 시기에도 말이다.
하버드 대학에서 진행한 85년간의 종단 연구를 기반으로 쓴 도서『세상에서 가장 긴 행복탐구보고서』에서 그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긴 시간에 걸쳐 사람들의 삶을 종단연구를 통해 행복에 대한 보고서를 밝혔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끼며 사는 사람들 대부분은 부부, 부모자녀, 가족 처럼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있었다. 즉, 행복을 결정짓는 요인은 인간관계라는 것이다. 특히,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 사이에 대한 연구는 흥미롭다. 연구자들이 내린 결론은 마치 근육처럼 인간관계도 운동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다. 단숨에 안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노력을 강조한 말이다.
부부는 어떤 인간관계보다 친밀한 사이다. 더 좋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운동처럼 노력하지 않으면 근육을 만들어 낼 수 없다.
만약, 불행하다고 느끼면 둘 다 위축되고 우울하다. 결혼을 후회하는 것 역시 이 때문이다. 친밀해질 수 없는 부부관계는 불행감을 경험하게 한다.
하버드 연구팀은 동거나 결혼한 커플을 인터뷰했다. 그 결과, 공감과 애정 표현이 많은 부부일수록 관계가 더 오래 간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뻔한 이야기같지만 실상은 어렵다.
갈등이 없는 관계는 거의 없다. 뜻하지 않게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상황이더라도 부부는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고 해결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러면 개선이 가능하다. 이미 서로 다른 환경에서 성장한 탓에 차이는 당연하다. 각자의 성장 배경이나 원가족과의 관계에서 만들어진 가치관은 새로운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인간관계의 문제는 발생 여부보다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수면 아래 놓인 서로의 감정을 살피는 것이 필요하다. 의견 불일치는 언제나 일어날 수 있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비난하거나 공격보다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여야 한다.
결혼을 후회한다면 배우자에 대한 신뢰가 낮아진 경우일 것이다. 대부분 갈등으로 생긴 문제가 무엇인지 직면하지 못한 때문이다. 하버드대 연구자들은 그렇더라도 성급한 결론보다 각자 자신의 문제에 대한 성찰을 요구한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살펴보려는 자세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말다툼에서 빈번하게 나오는 주제를 곰곰 생각해 보길 권했다. 해결하지 못한 과제일 수 있기 때문이다.
친밀한 부무관계에서도 갈등은 얼마든디 지속해서 나타난다. 해결하지 못한 과제들은 결혼생활의 걸림돌이 되어 위태롭다. 방치하면 남은 인생 전체가 흔들릴 정도로 위기를 맞는다. 그런데도 해결하지 않는 것은 잘못된 선택이다. 때로 고집과 아집, 독선적인 태도가 해결을 가로막는다.
부부는 많은 것을 공유하는 관계이다. 따라서 서로에 대한 내밀한 정보까지 다 안다. 관계가 악화하면 신뢰감 상실로 이런 정보까지 폭로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자신의 욕구 못지 않게 상대방의 입장을 고려하여 문제해결에 동참하자.
결혼 생활은 매우 긴 시간동안 이루어진다. 자식으로 대를 이어지는 확장성이 있다. 따라서 가족 관계를 잘 유지하지 못할 때 자녀에에도 상처가 될 수 있다.
더 큰 갈등을 막기 위해 때로는 이혼이 도움이 될 지도 모른다. 이혼가정의 자녀들을 인터뷰하면 더 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부모가 이혼한다는 사실보다 이혼 과정에서 다투는 것이 더 끔찍했다는 아이들이 많았다. 이런 경우, 차라리 이혼으로 관계를 정리하는 편이 낫다. 자녀들에게 또다른 상처를 주는 것보다 새로운 가족으로 사는 것도 괜찮다. 부모의 이혼으로 초래하는 자녀의 우울, 외로움, 불안 등은 어쩔 수 없지만 예측할 수 없는 갈등 속에 있는 것보단 낫다는 의미다. 이혼하면 부모 역시 배우자가 없어서 고립감을 경험할지도 모른다. 반대로 갈등이 줄어 이전보다 더 편안해 질 수도 있다.
어떤 면에선 이혼이 더 낫더라도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조금 더 신중하게 결정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결혼을 결정한 당시에 몰랐던 배우자의 성격, 가족간 불화 원인 등은 신뢰감을 떨어뜨린다. 배우자에게 느꼈던 인간적인 매력이 낮아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므로 결혼에 대한 후회를 하기 전에 부부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에 집중하자. 이를 위해 무엇을 할지 떠올려 보라.
먼저 부부가 마음을 터놓고 의사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 평상시에 연습이 필요하지만 상대가 응하지 않으면 방법이 없다. 서로에 대해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는 자세가 요구된다. 한쪽 배우자가 이런 제안을 한다면 자기 생각과 다르더라도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위기의 신호이니까.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면, 부부상담을 해보자. 전문상담자나 정신과 의사를 만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두 사람이 백날 이야기해봐야 싸움만 된다면 미루지 말고 찾아보자. 전문적인 조언을 한 번이라도 구하는 것이 두 사람이 갈등을 초래하는 것보다 낫고,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다.
갈등을 좁히지 못하는 부부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문제를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즉,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거나 알려고 하지 않는 태도이다. 아내와 남편이 반대 입장이 되어 문제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상담 장면에서 이런 기법을 자주 이용한다. 중재자 없이 입장만 바꾸다간 또 싸움이 될지도 모른다. 전문가의 도움이 절실한 이유다.
오랫동안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부부로 살고 싶다면 자신들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자. 좋은 관계는 부부의 결혼 만족도를 높혀준다. 행복감을 유지해야 둘 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다.
초고령화로 이젠 백세 시대란 말이 무색하지 않다. 건강하게 장수하는 것은 축복이다. 늦게까지 배우자와 잘 사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누구보다 배우자와 보내는 시간이 길다. 좋은 부부관계를 잘 만들어 가는 일에 소홀하지 말자. 결혼할때 이혼을 생각한 커플들은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