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비도 안 주는 배우자의 심리

각자 벌어서 쓰려면 결혼해서 왜 살지

by 오로라

지난 주말 S는 직장 동료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안타까운 마음에 동료의 상황을 말한 것이다.


50대 초반의 동료 K는 결혼생활 내내 남편으로부터 생활비를 받은 적이 없다. 외식이나 물건을 살 때도 반반씩 내거나 남편이 지급을 거절하면 일방적으로 다 지불하며 살았다. 자녀가 한 명 있는데 성인이 될때까지 양육비와 교육비도 지급받지 못했다. 그런데도 결혼생활을 20년 넘게 유지하고 있다며 왜 그렇게 사냐고 K에게 물었다고 한다. 차라리 이혼해서 혼자 사는게 낫지 않느냐며.


"하려고 했는데 그럴 때마다 남편이 난리를 쳐서 무서워서..."


아마도 가정폭력 피해자로 살아가고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얼마나 유튜브 숏츠 영상을 통해 모 연예인 남편의 이야기를 본 적 있다. 양가 부모님에게 생활비나 용돈을 어떻게 지급하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그는 원칙적으로 동일하게 드리는 것에 찬성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유는 이랬다.


부모님의 현재 거주하는 부동산 가치나 현금 상황, 노후 준비 정도에 따라 부족한 쪽을 더 많이 지급할 수 있다고. 즉, 형편이 넉넉하면 더 적게 줘도 괜찮고, 어렵다면 훨씬 많이 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나름 합리적인 기준을 가지고 있었다.




중년이 된 나의 친구들은 모임에게 이와 비슷한 주제로 이야기할 때가 종종 있다. 특히, 전업 주부로 지낸 친구들은 아내의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를 무시하는 것을 불쾌해 했다. 수 십년간 부모 부양과 돌봄, 육아와 자녀 교육에 시간을 보낸 것은 돈으로 환산하기 어려울 정도로 힘든 일이어서 남편의 경제활동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렇지 않은 예도 있다. 이 부분은 부부갈등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각자 벌어서 살거면 왜 결혼하냐?"


이런 말을 하는 이유도 있다. 이 문제가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큰 일이 되기도 한다.


K는 요즘도 칼퇴근을 하려 애쓴다. 남편의 저녁 식사 준비 때문이다. 늦은 시간에도 밥을 원하면 하던 일을 멈추고 직접 차려주기까지 수고해야 한다고. 그말에 놀랐다는 S는 K의 마음을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왜 벗어나지 못해요. 그건 가스라이팅 아닌가요?"


함께 듣고 있던 Y의 말이었다.


"이혼을 못 하는 이유가 있겠지."


내막은 모르지만 분명히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럼, 밥이나 빨래도 남편이 직접 해야지. 돈을 각자 벌어서 쓰려면."


Y는 자기일처럼 흥분하며 목소리를 높혔다.


"이혼이 답이다."


S는 부당함에도 참고만 사는 K의 삶을 측은하게 느끼고 있었다. 아마도 남편의 위력이나 막무가내 행동때문에 저항조차 못하는 듯했다.


부부간 경제 문제는 반대인 경우도 마찬가지다.


남편의 월급을 모두 통제하는 아내도 있다. 용돈이라는 이름으로 소액만 지급하고 자기 마음대로 쓰는 아내 역시 비판받을만 하다. 지독하게 짜게 굴면 남편은 품위유지를 하기 어려울 정도가 된다. 왜 그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부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가계 경제를 튼튼하게 만들려고 절약하는 것과 구별해야 한다.


요즘 신세대 부부 중에는 결혼 후에도 이전과 동일하게 재정 관리를 하는 예가 있다. 공동으로 필요한 생활비는 균형있게 각각 지급하는 형태를 유지한다. 두 사람의 합의로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다면 괜찮다. 어느 한 쪽에서 재정 관리를 전담하는 것 역시 부부 사이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것은 불합리한 행태를 말한다.


우스갯소리가 있다.


'부부란 남(남편 또는 아내)이 번 돈을 내가 써도 괜찮고 상대방도 아깝다고 하지 않는 사이다.'


그러나 사례처럼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어야 할 부부 사이에서 지나치게 한 쪽이 이기적인 모습을 보이면 부부관계를 지속하기 어렵다.




부부는 정신적, 육체적, 경제적으로 결합된 생활 공동체다. 그래서 부부가 이혼할 때면 재산분할을 하기 마련이다. 재판을 해서라도 헤어질 땐 각자의 몫을 찾으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법에서도 결혼 이후 형성한 재산은 기여도를 고려하여 부부가 공평하게 나누도록 한다. 특별한 이유가 아니라면 공동 재산에 대해선 권리도 반씩 인정한다. 이 부분은 다른 경제적 공동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래서 아내가 직업을 따로 갖지 않더라도 가사 노동에 대한 것을 기여라고 인정해준다. 하지만 직업이 없다는 이유로 가사 노동 위주로 살아온 배우자의 경제적 지위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된다. 어느 한 쪽이 부부 공동 재산을 동의없이 독식하거나 소유하는 것은 법적으로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 재판이혼으로 이 부분을 가리기도 하는 것이 현실이다.


부부란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기 전에 정신적, 심리적 공동체를 이루어야 원만해진다. 경제적 공동체를 이루며 산다는 것은 의외로 쉬운 일이 아니다. 서로를 향한 따뜻한 소통으로 이 부분까지 인정할 수 있어야 관계를 지속하는 사이가 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무언가 해 주고 싶은 마음은 당연하다. 마음을 나누고 공감하면 눈에 보이는 돈까지 나누기가 쉬어진다. 오히려 돈과 같은 물질이 보이지 않는 정서보다 상대에게 더 빨리 전달될 수 있다. 그래서 돈을 도구처럼 두 사람 사이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하면 관계를 더 빛나게 할지도 모르겠다. 전부는 아니지만 돈이 관계의 질을 부분적으로 높여줄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의 인색함을 보이거나 경제적으로 치사함을 느끼게 하는 배우자와는 거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 마음은 비슷하다. 경제적 우위에 있는 쪽에서 자기 감정에 따라 돈을 집행하면 걸림돌이 생긴다.


부부 사이에서 생활비를 미지급하는 것은 그래서 문제가 된다. 질병이나 근로할 수 없는 상태처럼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유없이 생활비를 지급하지 않는 부부 사이라면 더 빠르게 멀어질 것이다. 따라서 경제적 생활공동체로 부부는 가정을 잘 운영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기 자녀에게 부모가 자신이 원하는대로 공부하거나 행동하지 않는다고 용돈을 줄이거나 생략한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직장인에게 사장이 일하는 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월급을 제때 안 주거나 임의대로 삭감한다면 상대는 어떤 마음일까?


경제적 자립을 하지 못한 청소년 자녀에게 부모가 용돈을 주지 않는 태도는 금전으로 위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바람직하지 않은 부모다. 직원이 일을 못하면 업무에 대한 시정이나 개선 요구를 할 사항이지 급여 문제를 초래하면 안 된다. 사장 마음대로 협의도 없이 급여를 줄일 수 없다. 근로계약서에 성과에 따른 보수 지급이라고 명시했다면 모르겠지만.


주변에서 보면 K의 남편처럼 생활비를 안 주면서 자신의 권리인냥 원하는 것은 마구 요구하고 군림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남편이 가정 경제를 전적으로 책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에 따라 아내만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일반적이지 않은 사례로 언급한 것이다. 부부가 나란히 결제활동을 하는 편이 남편 혼자 버는 것보다 낫기에 점점 맞벌이를 선호한다.


부부를 포함하여 가까운 인간관계에선 돈이 갑으로 작용하는 예가 많다. 때때로 상대의 자존심을 상하게 하는 것 역시 돈의 문제이다. 돈의 많고 적음을 나타내는 금액보다 돈을 어떻게 사용하고 지급하는 방식 혹은 기준이 일방적일 때 그렇다. 더 친밀한 관계에서 상대가 돈을 무기로 사용하면 상대방은 통제당하는 느낌을 받는다. 이런 관계는 쉽게 손상될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처럼 각자의 역할이 있는 관계에선 더 배려해야 한다. 특히, 생활 공동체를 원만하게 이루기 위해선 경제적인 부분까지 현명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로 발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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