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정한 오늘 Dec 19. 2023

유아차를 여전히 유모차로 부르고 싶어.

엄마가 그토록 갖고 싶던 차. 유모차.

또래 친구, 대학 동기, 직장 동료를 비롯해 친척들 중에서도 가장 늦게 출산을 했더니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하나 둘 물려받은 육아용품으로 온 집안이 꽉 들어찼다.


유모차만 해도 선물 받은 유모차 2대. 물려받은 유모차 3대. 총 5대가 집안에 있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유모차들은 친정으로 친오빠네로 아가씨네로 각각 흩어져서 우리 아가가 오면 언제든 편하게 태울 수 있게 나눠서 보관했다.


넘쳐나는 육아용품과 유모차를 나보다 잘 사용하던 건 다름 아닌 친정엄마였다.

길게 줄지어 있는 유모차를 마른 수건으로 먼지가 쌓이지 않게 닦아내며 엄마는 말씀하셨다.


“ 너네 키울 때 아빠가 어려웠잖아. 그래서 제대로 된 유모차 하나 살 돈이 없었어. 너는 업고, 한쪽에는 오빠 손, 다른 손에는 커다란 가방을 들고 시장도 보고 병원도 다녔거든. 그러다 유모차를 끌고 가는 여자들을 보면 얼마나 부럽던지… 어째서 그때는 유모차 살 돈도.. 사주거나 물려줄 지인도 없었는지 모르겠네… 그때 그 한을 네가 풀어줬네. 유모차 많아서 너무 좋다. 엄마는 정말 너무 좋다. “


꿈을 어루만지는 소녀처럼 엄마는 늘 소중하게 유모차를 닦고 조심하게 끌었다.


눈물 많은 나는, 홀로 유모차를 끌고 산책을 할 때면 그 시절 엄마가 생각나 가끔은 어깨까지 떨며 흐느껴 울었다.

유모차가 갖고 싶었다는 그 말이 내 온몸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생채기를 냈다.


요즘은 여성 중심의 육아를 내포한 ‘유모차’라는 단어 대신 ‘유아차’로 개정 됐다고 하던데

나는 여전히 유모차라고 부른다.

시대적 흐름과 그것이 내포하고 있는 의미와 상관없이

할 수 있다면 엄마차라고 부르고 싶은 심정이다.

유모차만 보면 엄마가 생각난다.

엄마가 그토록 가지고 싶었던 차.

그래서 나는 남몰래 유아차를 ‘엄마꿈차’라고  부른다.


가진 것이 없어 슬펐던 엄마의 20대.

지금의 내 모습으로 그 시절의 엄마를 만나고 싶다.

엄마를 만나서 엄마 손에 있던 무거운 짐도 대신 들어주고… 지나가는 유모차를 부럽게 바라보는 그 눈에 짜잔- 선물이야. 하고 진짜 ‘엄마꿈차’를 담아주고 와야지.


20대 육아로 지쳐 있는 엄마를 만나고 싶은 그 마음으로

매일 엄마에게 전화를 걸고 자주 찾아간다.

그리고 나는 그 시절 엄마를 만나서 해주고 싶었던 말들을 지금의 엄마에게 잊지 않고 수시로 해주려고 노력한다.


“ 엄마 잘하고 있어.”

“ 엄마 내가 사줄게.”

“ 엄마 아프지 마.”

“ 엄마 사랑해. ”

“ 엄마 고마워. ”






작가의 이전글 골수검사를 앞둔 엄마에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