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내게 행복을 주는 사람
“ 엄마 밍둘래꽁 어디 이떠요? ”
오늘도 어김없이 어린이집에서 하원한 율을 유모차에 태우고 민들레 꽃을 찾아 온 동네를 쏘다닌다.
민들레 꽃을 찾겠다고 유모차 측면으로 허리를 반쯤 내밀고 골목 구석구석을 살피는 위험천만한 율의 자세 덕분에 유모차 운전이 힘들지만,
“ 밍둘래꽁은 노랑! 노랑은 앨로웅! 밍둘래꽁아 오디써어어어!!! “
이 시기에만 들을 수 있는 혀 짧은 내 아이의 목소리에 몸과 마음이 녹아내려 얼굴 한가득 민들레 꽃.. 아.. 아니 웃음꽃이 피어난다.
중기 유산으로 아이를 보내고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자궁 유착이 심각해서 유착술을 받는다고 해도 앞으로 임신이 가능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온몸이 가벼워진 것 같은 기묘한 기분이 들었다.
내 몸에 장기가 하나도 남지 않은 것 같은… 온몸이 텅텅 비어버린 것 같은 그런 기분이었달까.
유산 수술을 받으면서 내 몸에 아이만 없어진 것이 아니라 모든 장기가 사라졌구나 생각하면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기묘하게 가벼워진 몸을 바람에 휘날리며 이대로 하늘로 날아가면 좋겠다 생각하던 중 우연히 집 앞에 핀 민들레 꽃과 눈이 마주쳤다.
고개를 푹 숙인 채 두꺼운 빗 줄기를 그 어떤 준비도 없이 온몸으로 때려 맞고 있는 모습이 어찌나 내 모습 같던지…
나는 쉬이 그 자리를 뜨지 못하고 비를 막아준다는 명목으로 커다란 우산을 들고 민들레 꽃 앞에 한참을 서 있었다.
그리고 울었다.
떠나간 아이가 아쉬워 울었고, 두 번 다시 아이를 품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그 말이 치가 떨리게 무서워 울었고
비바람에 민들레 꽃이 꺾일까 봐 겁이 나 울었다.
그렇게 한동안 나는 온몸에 장기 하나 남아있지 않은 사람처럼 창백하고 공허한 무채색 시간들을 보냈다.
그 속에 유일한 색이 있었다면 그건 노랑. 민들레 꽃.
이상하게 민들레 꽃을 보면 기운이 났다.
반대로 민들레 꽃이 지고 없는 빈자리는 내게 슬픔이었다.
노랑 대신 하얗게 눈이 소복이 쌓인 겨울에도 그 앞을 지날 때면 잊지 않고 인사를 하곤 했다.
“ 또 만나자… 우리 꼭 다시 만나자. “
율이와 나는 오후 1시가 되면 민들레 꽃을 찾아 동네를 돌아다닌다.
어느 날은 유모차를 타고, 어느 날은 자전거를 타고, 어느 날은 다정하게 발맞춰 손을 잡고…
민들레 꽃을 발견한 율은 쭈그려 앉아 등을 동그랗게 말고 입을 쭉 내밀어 입김을 후우- 후우- 불며
민들레 꽃씨를 멀리멀리 날린다.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귀엽고 다정한 목소리로 인사한다.
“ 밍둘래 꽁 잘 가~~ 또 망나!!”
그 목소리가 듣기 좋아.
나는 큰 소리로 꺄르르 웃고, 그 웃음은 노랑.
마치 민들레 꽃 같다.
율이를 만나 행복을 손으로 만질 수 있게 됐다.
율이 손을 잡으면, 볼을 어루만지면 내 마음은 노랑.
온몸과 마음에 민들레 꽃이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