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하원하고 돌아오면 뭐 대단한 걸 하는 것도 아닌데 숨 쉴 틈 없이 바쁘게 시간이 흘러간다.
밥을 하고, 뒷정리를 하고, 청소기를 이리저리 돌리고 있는데 아이 방에서 들려오는 간질간질 작은 목소리
“ 울면 안 돼 울면 안 돼 산타 할아버지는 우는 아이에게 서언물은 안 주우신대~“
가르쳐 준 적도 없는데 혼자 흥얼거리고 있는 아이 노랫소리가 좋아 청소기를 멈추고 아이 방에 귀를 기울여 본다.
” 울면 안 돼 선물 모 빠다. “ 노래를 끝낸 아이는 장난감들을 쪼르르 앉혀두고 선생님처럼 이야기 한다.
영상으로 찍어두지 못한 게 아쉽다 느껴질 만큼 귀하고 귀여운 장면이었다.
어제는 아이 첫 공개 수업이 있던 날이다.
어린이집 공개 수업이라 사실 별건 없고 엄마와 아이가 2시간 정도 함께 만들기도 하고
선생님들께서 준비해 주신 간식도 나눠 먹고, 산타할아버지 이벤트가 마련돼 있는 자리였다.
그리고 일주일 전쯤 아이들 나이는 다르지만,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를 하면서 자연스럽게 친해진 엄마랑 공개 수업이 끝나면 키즈카페에 가기로 했다.
조용히 방에서 연습하고 불렀던 캐럴은 어린이집에서 산타 할아버지가 오면 불러주기로 약속하고 연습했던 노래라고 선생님께서 설명해 주셨고 실제로 집에서 열심히 연습했던 아이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산타 할아버지께 선물을 받고 기분이 한껏 좋았던 우리 아이.
“ 엄마 이제 키카 가쟈.” ” 선물 받고 가기로 했짜나아아 “
아직 일정이 하나 더 남아 있는데 그때부터 아이가 나를 재촉하기 시작했다.
등원 전 기분 좋으라고 ” 산타 할아버지한테 선물 받고 나면 누나들이랑 키즈카페 갈 거야~ “라고 설명해 줬던 나.
…. 할 수만 있다면 과거의 나를 만나 입안 가득 재갈을… 확뫄! 콱뫄! 물려주고 싶…
“선물 받는데 왜 약속 안지켜!! 으아앙앙”
엄마와 아이가 나란히 앉아 크리스마스 램프 만들기를 하는 시간인데 우리 아이만 내 무릎에 앉아 눈물 바람이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이때 아이의 행동 보다 나는 나의 마음 상태와 분노의 크기가 지금도 의문이다.
보는 눈이 많은 가운데 아이가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이, 또래 친구들은 모두 수업을 잘 따라오는 것 같은데 우리 아이만 이렇게 말을 안듣고 마음대로 하는 모습이
크게 비교가 되고 … 나도 모르게 가슴에 화염병 던진 것 마냥 뜨겁게 화가 나서 혼났다.
엄마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해 충분히 오해할 수 있었던 아이에게
이 상황들을 설명해 주기보다는 감정이 앞에서 나도 모르게 아이 귀에 대고 부들거리며 말했다.
“ 집에 가서 두고 봐. “
내가 세상에서 가장 무서워했던 우리 엄마의 말.
짧고도 강력하게 나를 진정시켰던 그 말을 나도 아이에게 툭, 던지고 말았는데.
아직은 말이 안 통하는 세 살에게 저 말은 불난 집에 부채 질, 불난 집에 기름 칠한 샘 ㅋㅋ
“오늘 키즈카페 안 가고 집에 간다.” 로만 들렸던 모양.
“ 시러 집에 안가아아아아” 로 수업이 끝날 때까지 얼마나 울었나 모른다.
이때 나의 감정 상태는 분노와 비교였다.
적극적이고 수업 태도가 좋은 아이들을 보면서 울고불고하는 내 아이가 … 그 순간에는 정말 미웠다.
아이를 어렵게 가졌을 때 내가 가장 먼저 마음먹었던 일은 나는 이 아이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겠다.
내 자식이기 이 전에 하나님이 주신 귀한 생명이며 인격체이기 때문에 소유하려는 마음이 아닌 존중하는 마음으로 키우겠다 다짐 또 다짐했었다.
누군가와 비교하고 탓하기보다는 잘할 수 있게 도움의 손길을 주는 사람이 부모라고 생각했고 그럴 수 있을 거라 지금까지도 굳건히 믿었는데
고작 이 정도 일로 보는 눈이 있어 그러지는 못했지만, 나는 마음속으로 아이에게 눈을 흘기고 질타하고 소리 지르고 있었다.
수업을 재밌게 하고 모든 일정을 소화한 뒤에 키즈카페에 엄마랑 즐겁게 다녀올 거야.라는 말을 해주고 싶지 않았고
너는 왜 의자에 똑바로 앉아 있지를 못하니. 다른 친구들 좀 봐. 모두 반듯하게 앉아 있잖아. 여기에 우는 아이는 너 하나밖에 없어.
너 바보니!!!!라는 말만 해주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훈육을 잘못 했었나. 내가 너무 다 받아줬나… 다른 엄마들은 얘들을 어떻게 키웠길래 이렇게 수업을 잘 듣지. 등등…
생각은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었다. (못났다 애미야…)
수업을 마치고 신발장에서 신발을 신었을 때 아이는 비로소 웃었다.
“우와 키즈카페 간다!! 야호 ”
키즈 카페에 함께 가기로 한 지인은 자녀가 셋이고 막내가 7살로 육아 고수가 따로 없다.
지인은 허허허 웃으며 “ 소문 다 났어. 여기 울보 하나 수업 들어왔다고~~” 하면서 내려왔다.
상기된 내 모습을 보더니 “ 너 근데 설마 키즈카페 가는 얘기를 미리 한건 아니지? ” 했다.
아이들은 시간, 날짜 개념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을 때
오늘은 이것도 하고 키즈카페도 가고~ 가 아니라 오늘은 키즈카페 가는 날! 야호!라는 것이다.
키즈 카페에 가야 하는데 여긴 어디?
키즈 카페에 가야 하는데 나는 누구? 너는 누구? 이런 느낌이라고……..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육아의 세계 너무 어렵다…)
하, 가능하다면 잠시 모두 나가주시겠습니까… 큰 소리로 욕 좀 한마디 시원하게 내뱉고 마음을 좀 정리하고 싶은데…
어제 나는 그렇게 멘털이 털린 채로 키즈카페에 다녀왔고 저녁밥을 하는 동안, 아이 밥을 먹이는 동안에도 좀처럼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아이는 아이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는데 그 순간 고조됐던 내 감정 상태가 나로서 지금도 이해가 잘 안 되고 그 마음이 그냥 여전히 좀 속상하다.
나는 좀 아이를 편하게 키우는 부모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자신했는데… 어쩌면 누구보다 재촉하고 예민한 엄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아마 그 마음이 좀 공포로 다가왔던 것 같다.
아,
80년대 우리 엄마들처럼 설거지를 하다 말고 우당탕탕 뛰어 와 임뫄 확뫄 촥뫄 촥촥촥! 정신 촤렷!!! 하고 짧고 굵게 훈계를 하던 그때가
어쩌면 부모에게도 자식에게도 좀 심플하던 세상 아니었을까.
너무 어렵다 좋은 부모 되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