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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Sep 17. 2019

행복이 별거냐

회사에서 즐거움을 찾는 법

근길부터 시작된 피로는


사무실에 도착했다고 해서 나아지는 것도 아니다.


사무실 의자가 바디프렌드라 해도 막기 어려울


 피로감은 아마 떨어진 체력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친분이 있는 동료에게 전화가 온다.


실은 자료 요청이 목적인 이 통화는


늘 그렇듯 어떠냐 별일 없냐는 시답잖은


안부인사로 시작된다.


회사에서 재밌다는 사람은 찾아보질 못했다.


시원찮다고 말하면 상대도 그렇다고 하고


조기 갱년기가 온 것 같다고 하면


그건 슬프니 번아웃이라고 칭하자고


서로를 위로한다.


그 순간 어쩐지 한 번쯤은 열정을 활활


태워본 사람이 되는 것이다.

어쨌거나 심정을 이해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그도 별반 다를 것 없다는 사실이

   

한심스럽지만 위안이 된다.


점심시간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온다.


언젠가부터 점심 약속 잡기를 게을리하기 시작했다.


탁상 달력에 빼곡한 약속을 인기의 척도인양


의기양양해하던 시절은 지났다.


가능한 한 점심만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다.

물론 네트워크가 경쟁력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이젠 잘 나가면 없던 네트워크도 생긴다는 것을 알았다.

굳이 인맥 운운하며 안달복달하지 않고


회사 생활하는 것이 오히려 멋지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래도 혼밥은 신경이 쓰여


사무실에서 먹을만한 요깃거리를 샀다.


근처 카페에도 들러 모아둔 쿠폰을 내민다.


아메리카노 쿠폰이지만 차액을 추가하면


메뉴 변경이 가능하단다.


주인장의 융통성을 칭찬한다.

 

쓰기만 한 아메리카노는 번아웃 환자의


정신건강에 도움이 안 된다.


 단돈 1300원을 추가해서

좋아하는 크림 커피를 들고 사무실에 왔다.


커피 한 모금을 들이켠다.


되직한 생크림이 입속으로 진득하게


밀려오는듯 하더니


어느 틈새로 쌉쌀한 커피가 주르륵


목구멍을 타고 들어온다.


별것 아닌, 정말 아무것도 아닌,


한두 시간 후면  


까맣게 잊힐 것임을 알지만


분명히 행복했다.


행복이 별거냐...


별 거 아닌 것에서 행복을 찾는 스킬이 늘고 있다.


이 또한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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