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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oA Sep 30. 2022

걱정말아요 그대

꽤나 긴 호흡의 호황기가 저물고 예상치 못했던 경제상황이 펼쳐지고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치솟는 금리와 물가에 가슴이 답답할테지만 특히 직업인으로서 금융시장에 종사하는 분들이라면 하루하루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업무에 임하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주변에 금융쪽 업무를 하는 분이 많다보니 최근 몇주사이 눈에 띄게 얼굴이 수척해져있는 동료도 있고 경제지표를 보고 있노라면 손발에 피가 돌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친구도 있습니다. 물론 지금 상황을 절호의 찬스로 만드는 분들이 소수 계시겠지만 지난 몇년보다는 확실히 온기가 가셔버린 것이 사실이고 침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며칠 전 스타트업을 하는 젊은 대표가 매거진에 이런 말을 남긴 것을 보았습니다. "높아진 돈의 값이 거스를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이라면, 우리가 노력할 수 있는 것은 그 기준을 상회하는 기회를 만드는 것이다. 매킨토시가 출시됐던 1984년의 미국 금리는 13.88%였다."  이 코멘트를 보고 역시 이 사람은 대단하다. 그리고 젊고 패기가 있으며 아직은 여유가 있는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자신감과 패기가 부럽습니다. 40년전과 지금은 펀데멘털 자체가 다르니 적절한 주장은 아닌 것으로 보이긴 합니다만 스타트업 투자 시장도 냉기가 돌고 있으니 어쩌면 미래에 대한 불안을 극복하고자 자기 암시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가 이룬 성과가 저런 긍정마인드와 의지에 기반했다는 것도 분명할 것입니다.

 힘든 고비를 건너고 사람을 지켜볼 때 할 수 있는 위로중에 가장 쉬운 것이 "힘 내, 화이팅!"라는 말입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위기를 극복하자는 이 메시지가 기운을 북돋우기도 하지만 지금까지 사력을 다해온 사람들에게는 공허한 위로이거나 때로는 폭력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지금도 힘들게 버티어 왔는데 힘을 더 내라니요. 그래서 언젠가부터는 힘내라는 말조차 하지 못하고 짠하게 지켜만 보고 지나버리는 경우가 가끔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살다보면 각양각색으로 고비가 찾아옵니다. 직장생활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아주 가끔은 계속 온탕 속에서 지내는 운 좋은 분들도 계시지만 대부분은 극악무도한 상사를 만나거나 불리한 시장 환경에 처하거나 프로젝트에 실패하는 등 다양한 형태로 냉탕에 들어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그 시기는 분명히 언젠가는 끝이 나고 냉탕에서 나오고 나면 우리는 그 시련을 통해 극복의 경험과 가르침을 얻게 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위기 속에서 기회를 포착해서 더 큰 성과를 내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생존만을 목표로 해도 충분하다는 것입니다. 살아 남아 있기만 한다면 훗날 우리는 그 시절을 오롯이 버텨낸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유사한 수준의 어려움은 쉬이 이겨내는 능력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러니 충분한 잉여의 에너지가 있는 분이라면 이 국면을 새로운 기회로 삼으시되 지금 이미 지쳐있는 분이라면 생존 자체를 목표로 견뎌내기만 하십시오.  그리고 어두운 미래를 미리 걱정하지도 마십시오. 제발 버틸 에너지를 쓸모 없는 데 낭비하지 않기 바랍니다. 가끔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발버둥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대응책일 때가 있습니다.   추위가 얼마나 지속될지 모르지만 이 시기를 잘 버텨내어 시장에서 사라지지만 않는다면 훗날 당신은 2022년 시장을 웃으며 회고할 수 있는 무용담의 주인공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같이 살아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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