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에서 멀어진 우리, 그리고 나

by Austin Seo
왜 나는 이 질문을 던지게 되었는가


나는 경상남도 창원에서 태어났다.

공단과 골목이 맞닿아 있는 곳, 일과 일상, 생산과 생활이 구분 없이 흘러가는 지역이었다.

주말이면 굴뚝에서 연기가 솟았고, 평일 저녁이면 퇴근한 사람들이 골목 포장마차에 모였다.

그건 풍경이었고 동시에 리듬이었다.


도시는 조용했지만 살아 있었고, 느리지만 확실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곳이 나의 출발점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어느 순간부터 떠났다.

누군가는 입시를 이유로, 누군가는 일자리를 따라, 누군가는 더 나은 미래를 상상하며

창원을, 마산을, 통영을, 진주를 떠났다.

그리고 서울로 향했다.


지방이 낙후되었다는 말은 듣지 않아도 알고 있었고,

거기 남으면 안 될 것 같다는 감각은 누구나 본능처럼 갖고 있었다.

지방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지방이 실패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기회는 서울에 있었고, 시스템은 지방을 고려하지 않았다.

대학도, 기업도, 언론도, 정치도, 정책도 모두 수도권 중심으로 정렬되어 있었다.

지방은 서서히 ‘살 곳’이 아니라 ‘남겨진 곳’으로 재정의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지방을 떠났고, 지방은 점점 더 말이 없어졌다.

나는 그 흐름 속에서 스스로도 인지하지 못한 채 서울로 왔다.


서울에서 일하고, 서울에서 공부하고, 서울에서 사람을 만나며 살았다.

지방은 점점 나의 배경에서 사라졌고, 나도 그렇게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산업통상자원부 2030 청년자문단에 참여하게 되었다.

산업정책에 대해 논의하는 자리에 앉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어디서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가”,

“지방은 어떻게 전략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같은 질문에 마주하게 되었다.


그 질문은 단지 산업 정책의 영역이 아니라,

내가 떠나온 고향과, 내가 잊고 지낸 사람들과,

그리고 결국 내가 어디서 살아야 할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분과 활동을 하며 점점 분명해졌다.


지방을 떠나게 한 것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실패라는 것.

그 실패는 누구도 의도하지 않았지만, 모두가 방치한 결과였다.

정책은 수도권에 편중되었고, 제조업은 혁신이라는 이름 아래 방치되었으며,

지방의 젊은이는 도시에 적응하지 못하면 실패자,

남아 있으면 의욕이 부족한 사람으로 취급되었다.


그 속에서 방산, 조선, 기계가공 등 전통 산업은

기술이 아니라 정책과 인식의 결핍 속에 침잠하고 있었고,

수많은 청년은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곳을 찾아 떠돌고 있었다.


이 책은 그래서 쓰게 되었다.

나는 지방의 현상황을 그곳을 떠나온 나로부터 문제를 인식하고 고민하여 다함께 고민을 해봤으면 싶다.

그리고 지금 이 나라에 필요한 건, 떠나온 이유를 분석하고, 돌아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고 믿는다.


우리는 왜 지방을 떠났는가?

이 질문은 단지 회고가 아니라, 미래 설계를 위한 가장 정확한 시작점이다.


지방을 다시 살리자는 말보다, 왜 그곳에서 살 수 없었는지를 먼저 이해하자는 태도가 필요하다.

나는 설계자로서, 청년으로서, 그리고 정책을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그 질문을 지금의 언어로 다시 꺼내보고 싶었다.


이 책에는 나의 고향이 담겨 있고,

나의 회한이 담겨 있으며,

앞으로 설계하고 싶은 이 나라의 산업과 지역의 지도가 담겨 있다.


정치는 말의 싸움이지만,

말보다 더 근본적인 것은 구조이고,

구조보다 더 강력한 것은 공감할 수 있는 질문이다.


“왜 우리는 지방을 떠났는가.”


이 책이 그 질문을 품고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이자 제안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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