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 하며 여행 하며

by 뀨얼랏

드디어 기다리던 공항버스를 무사히 타고, 인천 공항으로 향했다. 사위는 어느덧 어둑어둑해져 가고 있었다. 아이는 배낭 윗주머니에서 주먹만 한 피카츄 인형을 꺼내 양손으로 꼬옥 잡았다. 조용한 버스 안에서 앉아서 가는 게 심심했던지 작게 노래를 부른다.


"파파~ 미도레미파 레미도~ 미솔 미솔 파솔 파솔 라라라~"


얼마 전 유치원 학예회에서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의 계명 노래였다. 지치지도 않는지 도돌이표로 노래를 반복하고 있었다.


이렇게 버스나 기차에 타서 아이가 혼자 노래를 부르는 모습은 대만 여행 내내 반복되었다. 처음에는 '학예회 때 부른 노래가 너무 좋아서, 이렇게 계속 부르는구나'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나중에 여행 중에 아이에게 물어보았더니, 뜻밖의 대답을 했다.


"그 노래가 그렇게 좋아?"

"아니. 그냥 심심해서 부르는 거야."


그것은 이동 시간 중 아빠를 귀찮게 하지 않고 스스로 무료함을 이겨내려는 아이의 노력이었다. 아이가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따분하거나 심심하면 몸을 비틀거나 짜증을 부리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발산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혼자 작게 노래를 부르며 이 시간을 이겨내고 있었던 것이다. 대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가슴이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


아들아. 너도 네 나름대로 아빠를 배려하며, 스스로 노력을 하고 있었구나. 부모로서 나만 일방적으로 아이를 배려해오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던 것을 깨달았다.



어느새 버스는 인천공항 제2터미널에 도착해가고 있었다. 토요일 저녁 시간이라 꽤 막힐 거라 생각하고, 버스를 조금 일찍 탔는데 생각보다 길은 막히지 않았다. '조금 더 늦게 왔어도 됐었겠다' 생각하며 버스에서 내렸다. 아이는 자기가 짐 카트를 가져오겠다며, 신나게 뛰어갔다. 나는 무심코 "아빠가 할게!"라고 외치려다, 말을 급히 멈췄다.


'그래, 함께 하는 여행이니까.'


아이가 끌고 온 짐 카트에 배낭을 실었다. 아이의 배낭도 실으려 하니, 아이가 고개를 저었다. 그러곤 제가 직접 카트를 끌겠다고 용을 써본다. 하지만 카트 손잡이가 높고 레버를 당겨야 밀리는 방식이라, 아이가 끌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럼 그렇지'


희미하게 웃음이 나왔다.


"이건 아빠가 할게. 카트에 OO이 배낭도 올려~"

"아니! 매고 갈 거야."


아이는 어깨에서 배낭을 내려놓지 않았다. 배낭을 양어깨에 맨 채로 아주 당당하게 앞장을 섰다. 그 모습에 한 번 더 웃음이 났다.



공항 문을 들어서는데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불과 10월에 공항에 왔었으니, 비행기를 타는 것은 오랜만은 아니었다. 그런데 아이와 단둘이 간다는 사실, 그리고 캐리어가 아니라 단출한 배낭만 메고 간다는 사실이 나를 더 들뜨게 만들었다.


그런데 그런 들뜸도 잠깐이었다. 휴대폰으로 탑승 티켓을 확인하는데,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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