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타이완

by 뀨얼랏


저녁 10시 35분 출발 예정이었던 비행기는 무려 4시간이나 지연되어, 새벽 2시 20분 경에야 출발 준비를 시작했다. 바로 이륙하지 않고 윙윙 시동만 걸고 있는 모습에, '또 지연되는 거 아니야?' 하는 끔찍한 상상이 들었다. 간혹 비행기에 타서 대기만 하고 있다가 다시 내린 사람들의 경험담을 인터넷에서 본 적이 있어서다. 여기서 더 지연되면 그건 새벽 비행기도 아니고 아침 비행기다. 하루를 홀랑 까먹게 되는 셈. 제발 아니길.


다행히도 더 이상의 지연은 없었다. 우리가 탄 비행기는 밤하늘 인천공항 위로 날아올랐다. 그리고 우습게도 이 밤 비행기에서 저가항공사의 장점을 깨달았다. 바로 식사와 간식 제공이 없다는 것. 새벽이라 가뜩이나 피곤한데 굳이 깨워서 식사나 간식을 주려 하지 않는다. 덕분에 곧 잠이 든 아이를 깨우지 않고 쭉 재울 수 있었다.


비행기는 2시간여를 날아 타이베이에 근접해갔다. 밤 하늘 위에서 본 타이베이는, '서울'이었다. 대만 시간으로 새벽 2시가 넘었는데도 참으로 밝았다. 아주 빼곡한 빛의 거미줄들이 어두운 땅을 밝히고 있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타이베이 사람들도 참 바쁘게 사나 보다. 마치 대한민국의 서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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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딩한다는 방송이 나오자, 곤히 자고 있는 아이를 일으키고 팔걸이를 제자리로 내려놓았다. 아이는 여전히 정신없이 자고 있었다. 내 팔에 몸을 온전히 의탁하여 잠을 자고 있었다. 곧 비행기가 완전히 멈춰 섰고, 아이를 겨우 깨워 비행기를 나섰다.


"드디어 대만이야!!"


애써 신나는 목소리로 말을 걸어보지만, 아이는 비몽사몽 상태다. 그럴 수밖에. 한국 시간으로 4시 반이 넘은 시간이다. 매일 밤 10시에 자던 아이가 지금 이렇게 맥을 못 추는 것도 당연하다.


'혹시 어린아이 동반 가족에게 Fast Track을 제공해 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해 보며 입국 심사장에 들어섰지만, 그런 일은 없었다. 여행 카페에 올라온 글을 보니, 유모차가 있는 가족은 Fast Track을 안내해주기도 한다던데. 쩝, 어쩔 수 없지. 애초에 이 여행은 배낭여행 컨셉이었다. 이렇게 길게 줄을 기다려서 심사를 하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 되리라.


먼저 빠르게 걸어나간 사람들로 이미 줄은 한가득이었고, 새벽 시간이라 심사는 매우 더디게 진행이 되고 있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아이는 속이 울렁거려서 토할 것 같다며 힘들어하고 있었다.


"아빠, 나 토할 것 같아."

"지금 나올 것 같아?? 나올 것 같으면 화장실 바로 가자, 말해."

"나올 것 같아."


급히 주위를 둘러보지만 화장실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다, 앞의 줄이 갑자기 확 줄어 들었다. 저 앞에 있는 대만 공무원이 빨리 앞사람을 따라가라며 손짓을 했다. 갑자기 멘붕이 오는 상황이었다. 아이에게는 조금만 참아 보라며 다독거렸다. 혹시나 심사 줄에서 아이가 토할까봐 조마조마해 하면서.


다행히 아이는 잘 버텨주었다. 겨우 입국 심사를 마치고, 공항 입국장으로 나오니 내 마음도 편안해졌다. 비행기가 지연된 탓에, 계획했던 심야버스(타이베이행 1819번 국광 버스)도 놓쳤지만 괜찮았다. 그래도 무사히 대만에 도착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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