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겨울이 따뜻하다고 누가 그래요

by 뀨얼랏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각. 밤공기는 싸늘했다. 공항에서 탄 택시는 타이베이 메인 스테이션 인근에 도착했다. 이때쯤 되니, 비행기 지연으로 인한 장시간 대기와 새벽 비행으로 인한 피로감이 상당했다. 그리고 잠시 후, 택시가 목적지에 멈춰섰다. 카드나 현금을 꺼내 결제를 할 필요도 없었다. 앱에 등록해놓은 카드로 자동 결제가 되니까. 정말 편리해진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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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크를 열고 집채만한 내 배낭을 꺼내서 인도에 내려놨다. 밤 공기는 아주 싸늘했다. 잠에서 간신히 깬 아이는 배낭을 어깨에 멘 채로 비몽사몽 중이었다.


우리가 하차한 위치 바로 앞에는 비지니스 호텔이 하나 있었다. 그런데 뭔가 좀 이상했다. 호텔 이름이 달랐다. 내가 예약한 호텔 이름은 'Hotel Puri Taipei Station Branch' 였다. 그런데 이곳의 이름은 'Meander 1948'이다.


"어?? 여기가 아닌데."

"아빠, 여기 우리 호텔 아니야??"

"여기가 아닌 것 같아..."


당황해서일까. 우버앱을 다시 확인해보지만, 제대로 목적지를 찍고 온 건지 아닌지 알 수가 없었다. 지도가 머리에 들어오질 않고, 머릿속은 하얘졌다. 옆에서 아이는 영문을 몰라 하고 있고, 나는 어찌 해야 할 바를 몰랐다. 구글 맵을 켰다. 그리고 천천히 저장했던 호텔의 위치와 현재 위치를 비교했다. 다행히 근처였다.


"오 다행이다!! 우리가 예약한 숙소가 그래도 여기 바로 근처에 있네! 다행이다!"


분명 우버앱에서 호텔 이름을 정확히 넣었었는데, 왜 우리를 이곳에 내려줬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이미 벌어진 일. 조금만 걸어가면 호텔에 도착할 수 있으니 "다행이다" 라고, 아이에게 일부러 반복해서 말해주었다.


아이는 온전히 부모만을 믿고 이 쌩판 외떨어진 해외로 온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부모가 당황하는 모습을 보게 되면, 아이의 불안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커질 것이다. 그렇기에 일부러 더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행동해야 했다. '나는 부모니까, 아빠니까' 말이다. 이번 여행은 참 시작부터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일어나고 있었다.


초행길, 그것도 익숙치 않은 해외라서 조금 겁을 먹긴 했지만, 구글신은 위대했다. 빼곡한 건물들, 그리고 위를 가리는 캐노피 때문인지, 구글 맵이 현재 위치와 방향을 잡지 못하고 계속 왔다갔다 했지만, 그래도 용케 길 건너편의 호텔을 찾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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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호텔에 입장하여, 체크인을 하고 룸으로 들어오는데 정말 십년감수한 기분이다. 이 새벽 시간에 추운데 에어컨까지 틀어져 있어서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얼른 에어컨을 끄고, 배낭에서 붙이는 핫팩을 꺼냈다. 우리가 묵는 호텔엔 히터나 히터 기능을 하는 난방 기구가 없기 때문이었다.


애초에 대만은 연중 따뜻한 나라이기에 애초에 대만 호텔과 가정에는 난방 시설이 대부분 없다. 지난 겨울에는 대만에서 이례적인 추위로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고 하니, 이러한 탓일 것이다. 일부 호텔에 한해서만 난방 시설을 갖췄다고 하니, 겨울에 대만으로 여행을 가는 분들은 미리 히터 여부를 호텔에 확인하면 좋겠다. 대만의 겨울밤은 생각보다 많이 춥다.


아무튼 이 핫팩이 얼마나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얼른 흔들어서 침대 머리맡과 시트 위에 붙여놓았다.


'감기가 심해지면 안되는데...'


아이가 한국에서 이미 감기에 걸린 상태로 왔던 탓에, 감기가 심해질까 다소 걱정이 됐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부디 감기가 더 심해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에어컨 바람에 차가워진 이불을 핫팩과 내 체온으로 덥히며, 아이에게 이불을 덮어 주었다.


벌써 새벽 5시가 넘었다. 부디 아이가 늦게까지 잠을 자주길 바라며, 대만에서의 첫날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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