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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뀨어라운드 Jul 17. 2024

멈출 수 없는 것과 멈출 수 있는 것

아이가 새벽부터 기침을 하기 시작했다


6월, 일교차가 컸던 어느날 일이다.


낮부터 간간이 기침하는 모습을 보며, ‘설마?’ 했다.

그런데 새벽에 무심코 깼는데 들려오는 소리.


“쿨럭 쿨럭 쿨럭”


아이의 가래 기침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그 순간 머릿속에 드는 생각들.


‘내일 유치원은 갈 수 있겠지?’


지난주 금요일에 샌드위치 데이로 캠핑을 가느라, 이미 휴가를 쓴 참이었다. 연달아 휴가를 내야 할까 봐 벌써 걱정부터 들었다.


지난주 강원도 캠핑 때 새벽 공기가 꽤 차가웠는데,

그 탓이었을까?

아니면 집으로 돌아온 후에,

아이가 덥다고 차가운 바닥으로 내려와 잔 탓일까?



그도 아니면 요 며칠 신나게

매일 아이스크림을 먹은 탓일까?


J인 아빠는 아이가 기침하는 이유부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잠시 생각을 해보니, 스스로 황당하다.

아이가 아프면 얼마나 아플지 공감부터 해야지,

아픈 이유를 먼저 찾고 있다니.


공감 능력 시험이 있었으면 나는 빵점이다.


재밌는 것은, 아침에 일어나 아내에게,


아이가 새벽에 기침을 계속했다고 말하자,

아내도 똑같이 말했다는 점.


아내도 J다.


우린 부부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것


2019년에 태어난 우리 아이는

명백한 코로나19 세대다.


아이가 태어난 해의 연말 즈음,

코로나19에 대한 우려가 점점 심각해졌다.


그 어렵다는 직장 어린이집에 당첨이 되고도,

코로나19로 인한 어린이집 폐쇄로

꽤 오랫동안 첫 등원을 하지 못했다.


한참 끝에 어린이집이 재개되었지만,

툭하면 원아 확진, 동거가족 확진, 접촉자 발생으로

긴급 하원을 하기 일쑤였다.



그뿐인가.


아이에게 콧물이라도 조금 보일라 치면,

집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자가 진단을 위해 면봉으로 온 가족 코를 찔러야 했고, 다행히 코로나19 음성이 나오더라도

어린이집 방침상 콧물 기침이 없어질 때까지 등원할 수 없었다.

(그럴 거면 검사는 왜 했는가)


이러한 상황 속에서

맞벌이 엄마 아빠가 선택해야만 했던 것은

감기 증상이 보이는 즉시 병원에 가는 것뿐이었다.


조금이라도 빨리 아이가 증상이 없어지길 빌며,

정화수 떠놓고 매일 빌듯이,

소아과에 출석 체크를 해나갔다.


면역력에 안 좋을 거라 걱정하면서도,

내심 의사 선생님이 항생제를 처방해 주시길 바랐다.


잦은 항생제 복용으로 인한 악순환이었을까.

아이는 유독 감기에 자주 걸렸고,

그때마다 우리 집은 비상이 걸렸다.


그게 어느새 습관이 되어,

코로나19가 어느새 하위 전염병으로 간주되고,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예전으로 돌아갔음에도,


이렇게 아이가 새벽녘 기침을 하자마자,

못난 아비의 머릿속에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내일 아침에 병원에 얼른 가서 약을 처방받을까?'

하는 것이었다.


이 생각을 떠올리자마자 나는,

짙은 자기 혐오감에 사로잡혀버렸다.


아이가 이번 감기 증상을 스스로 이겨내고, 더욱 튼튼한 면역력으로 성장해나가길 바라지는 못할망정, 얼른 약부터 먹이자는 생각부터 하다니.


지금 내가 해야 할 것은,

조급함을 버려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차피 그간의 경험을 떠올려 보건대, 약을 일찌감치 먹인다 한들 낫는 시간이 확 줄어들지도 않았다.


아이의 면역력을 믿고,

또 그렇게 이겨내며 튼튼해지길 빌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병원은 증상이 좀 더 확실해진 다음에 가도 늦지 않을 터였다.


지금 들려오는 아이의 기침은

내가 멈춰줄 수 없겠지만,


당장 병원에 데려가고 싶은 내 마음은,

약부터 먹이고 싶은 마음은,

내가 멈출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감기는 아직 진행 중


새벽녘 쉬지 않던 기침 소리가 무색하게도,

아침이 되자 아이의 기침이 잦아들었다.


그 감사함을 마음에 담아둘 새도 없이,

바쁘게 준비를 하여 등원을 했다.


그러고 나서 출근길을 걷다 보니,

새삼 아이에게 감사해졌다.


‘너도 너 나름의 싸움을 몸 안에서 열심히 했구나. 아빠도 그랬단다. 그래도 다행이다. 괜찮아져서.‘


그리고 저녁이 되었다.

찬바람 탓인지, 아이가 기침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부디 가볍게 지나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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