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성과 없는 하루는 없다.

1부. 내 인생에 이야기가 없다고 느낄 때

by 지금은 백근시대

가끔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매일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데, 별다른 성과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마음 한쪽이 허전함이 밀려오는 순간이 있다. 오늘도 성당에서 부활절을 보내고, 설거지를 하고 집에 돌아와서는 청소년 머니 코칭 책 원고를 썼다. 대학원 동기들과 클레이키건의 『이처럼 사소한 것들』을 주제로 한 독서토론으로 오늘 하루를 마무리했다. 하루를 바쁘게 보냈는데도, 마음 어딘가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주변을 보면 다들 무언가를 이루며 나아가고 있다. 책을 내고, 자격증을 따고, 새로운 일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런 소식을 들을 때면 이런 생각이 스친다.

“나는 왜 이렇게 이룬 게 없을까?”
“성과가 없으면, 나는 의미 없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일까?”


사실 이런 생각은 꽤 익숙하다. 오래전부터, 자주 마음속으로 던졌던 말이다. “성과가 나야 일은 한 거지.” “공제(보험)를 잘하는 사람이 일도 잘하는 사람이야.” 조직 안에서, 사회 속에서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다. 그런 말들이 어느새 내 안에 뿌리내렸던 모양이다. 그래서 지금처럼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을 땐 괜히 작아지고, 조급해지고, 내 삶이 초라하게 느껴진다. 나는 혹시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걱정도 든다. 하지만 가만히 보면, 우리는 매일 뭔가를 해내고 있다. 오늘도 눈을 떴고, 밥을 먹었고, 할 일을 했다. 고집 센 형님의 말에 조용히 귀 기울이기도 했고, 지치고 힘든 하루를 끝까지 잘 견뎠다. 이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다. 이건 분명히 성과라고 부를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성과는 눈에 보여야만, 누가 인정해야만 의미 있다고 느낀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생각하고 싶다. 조용히 하루를 잘 살아낸 것. 버텨낸 것. 다시 일어선 것. 이런 것도 모두 성과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마음은 그렇지 않은가 보다. 어디선가 기준들이 자꾸만 나를 평가하고 있다. 밖으로 드러나지 않으면, 결과물로 증명하지 않으면, '잘 사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성과란 무엇인가? 곰곰이 들여다보면, 대부분은 남이 정한 기준이다. 조직에 있을 때는 조직의 평가 기준이 있었다. 진급 시험, 자격증 취득 여부가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처럼 느껴졌다. 지금은 어떤가? 그저 여러 곳을 다니며 강의를 한다. 겉보기에는 바쁘고,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보인다. 그것은 그렇게 보이고 싶은 나의 마음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 삶의 가치를 결정하는 척도들이 나를 옥죄고 있어서 이다. 글을 쓰며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진짜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나 자신에게 이렇게 묻는다.

"나는 지금, 어떤 마음으로 살고 있는가?"

"언제 가장 편안했고, 언제 웃고 있었는가?'

성과보다 더 중요한 건 내 마음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가이다. 내가 어떤 마음으로 살고, 편안하고 웃는 것은 언제인지라는 질문들이 나에게 진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다. 조용히 나는 대답을 한다. "오늘 너 정말 잘 살았어." 뚜렷한 결과는 없을 수도 있어. 하지만 분명 마음을 다해 살았고, 의미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냈다. 지금 이 순간, 나는 오늘을 마무리하면서 깊은 생각에 잠긴다. 겉으로 보이진 않지만, 나는 내 안에서 천천히 뿌리를 내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바라보면서 말이다. 그래서 성과가 없다고 해서 내 존재까지 부정당하고 싶지 않다. 나는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의미 있는 사람 이어서이다. 이런 질문으로 하루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나는 오늘, 무엇을 이루었는가?"

"나는 오늘, 나에게 얼마나 친절했는가?"


그 질문 하나만으로도, 나는 오늘 따뜻하고 충분한 하루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그 순간부터, 당신의 소중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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