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삶이 이야기가 되는 글쓰기
처음 글을 쓰기 시작했을 때, 나는 늘 창피함을 느꼈다. 어색하고, 부끄럽고, 누가 보면 어쩌나 하는 마음이었다. "이렇게 글을 올려도 될까? 누가 보면 어떡하지?" 그런 마음으로 많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그랬던 날들이 지나고 나니 벌써 블로그에 735일을 계속해서 쓰고 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쓰고 있다. 코로나로 힘든 날에는 정말 몇 줄 만을 쓰고 누웠다. 그렇게 모인 글들을 바라보니, 마치 굽이진 산길에 남긴 발자국 같다. 거칠지만, 나쁘지 않았다. 무엇보다 삶의 흔적이라는 점이 내게는 충분히 아름답다는 생각이다.
어제는 주일이라 성당에 다녀왔다. 조용히 묵상을 하며 미사를 드리는 중에 마음 한견이 분주하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한다는 생각이 복잡하게 한다. 그럼에도 중심을 놓치지 않았다. 미사 후 식사를 하고, 책상에 앉았다. 이제는 누가 뭐라고 해도 책상은 나의 일터이다. 강의안을 만들면서 손이 멈추고 나아가지 않는다. 벌써 20번을 더 고쳤다.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다.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더 유익하게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나를 이끌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심이 숨어있는 것은 아닐까? 내게 질문을 던져 보았다. 그 순간 글을 처음 쓴 날들이 떠오른 것이다. 완벽하지 않아도, 매끄럽지 않아도 괜찮았다. 진심이 담겨 있다는 생각하나로 글을 쓰고 올렸다. 그 마음을 다시 꺼내보는 순간 슬라이드를 완성해 나가게 되었다.
오후에는 봉사활동을 준비하는 부부님과 미팅이 있었다. 그 부부님과 특별한 대화를 한 것은 없다. 그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대화였다. 그런데 그중에 한마디가 마음에 남는다.
"작게라고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다. "그래 내가 지금 하는 일도 그런 마음이었지?" 잘하고 싶은 욕심 이전에, 나누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내가 스스로 정한 삶의 방향이 '행복과 성장을 나누는 코치'라는 문장이었다.
저녁이 되면서 딸이 오랜만에 집에 온다. 밝은 얼굴로 무심히 안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별말 없이 꼭 껴안아 주었다. "힘들지는 않았어? 괜찮아?" 그저 단 두 마디만 건넸다. 아내와 딸과 맥주 한 캔을 나누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이 모습은 그저 평범한 일상의 가족일 뿐이다. 하지만 내게는 마음속 빈 공간을 채우는 시간이었다. 조용했지만 따뜻했고, 말을 별로 없었지만 충분히 통하는 시간이었다.
그 순간을 글과 함께 남기면서 다시 고민이 된다. "이 글이 과연 누군가에게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을 뒤고 하기로 했다. 특별하지 않은 순간이 없다고 해서 감정마저 없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를 움직인 것은, 내 안에 있는 진심에서 시작된 감정들이다. 묵상할 때의 평온함, 봉사부부님의 말에서 들은 내 안의 울림, 가족과의 따뜻한 나눔의 감정들이 글을 만들고 있다.
좋은 글보다 먼저인 것은 솔직한 자신의 마음의 표현이 글이 된다는 것을 이제 나는 안다. 잘 쓴 글보다 값진 것은 '내 마음을 솔직하게 털어놓는 글'이라는 것이다. 글을 쓰고 싶은데 망설이고 있다면, 이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글을 잘 쓰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기억하려는 마음, 자신을 마주하는 태도, 바로 이런 것들이 글쓰기의 시작이 된다. 단 한 줄만이라도 쓸 수 있다면 하루를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