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세 줄로 붙잡는 하루

3부. 삶이 이야기가 되는 글쓰기

by 지금은 백근시대

하루 종일 강의안에 매달려 작업한 날이 있다. 새로운 내용은 아니었다. 대상이 달라 다시 구성하는 것이다. 자료를 찾고, 대상에 적합한 강의안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대학원 시절 들었던 강의안들을 참고하고, AI를 파트너로 삼아 슬라이드 디자인까지 손대었다. 그렇게 정신없이 몰입을 하다 보니, 어느새 창밖은 컴컴한 밤이 되고 말았다. 그러면서 "오늘 하루를 어떻게 불러야 할까?" 여느 휴일이 되면 나들이도 가고, 여유롭게 주말을 즐기지만 나는 방 안에 앉아 노트북만 바라보니 현타가 온다. 열심히 했다는 뿌듯함도 있지만, 함께 동반되어 오는 공허함도 있다. 입에 풀을 바른 것처럼 보내는 중에 휴대폰에서 울리는 소리만 내게 말을 걸어온다.


그 와중에 모임 관련 일들도 틈틈이 처리한다. 해야 할 일이기에 움직이지만, 불편한 마음도 함께 존재한다. 선배들이 강조했던 말들이 있는데 정작 그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잠시 내 안에 올라오는 짜증과 마주하고 있다. 책임을 다해야 하는 성격이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물론, 함께 노력해 주는 이들도 있어 감사하지만, 말로만 하는 사람들을 볼 때는 서운함이 밀려온다. 연초에 모임을 나간 분이 있어 나도 이번 여름까지만 하려고 했다. 하지만 내게 묵직이 다가오는 '책임'이라는 단어가 짓누른다. 내가 이렇게 해도 비난을 한다면, 결코 좌시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뿐이다. 어떤 게 옳은 것인지를 몰라 머릿속은 한없이 복잡하기만 하다.


저녁이 되고 시간이 되어 블로그를 열었다. 한 줄이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에 글쓰기를 시작한다. 의외로 내 안의 마음들을 조용히 흘려보내고 있다. 무의미하고 공허하게만 느껴졌던 하루가 문장을 따라 의미를 만들어 간다. 복잡하게 생각했던 것들이, 실타래를 풀듯이 차분히 풀어가고 있다. 내가 느낀 감정은 충분히 이해받아야 할 마음이라고 본다. 그저 조용히 흘려보내기에는 아까운 하루여서이다.


나는 왜 글을 쓰고 있는가? 글을 쓰다 보면 이상하게 힘이 생긴다. 길게 쓰거나 멋진 글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가이다. 꼭 감동을 주어야 하는 것도 아니다. 그저 글을 쓰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해 이야기할 뿐이다. 이런 날은 내 안에서 올라오는 감정과 마주하고 정리하는 글쓰기의 소중함을 느끼게 된다. 이렇게 글을 쓰면서 정리되어 가는 감정이 나를 포근하게 안아준다. 강의안만 바라보며 보낸 하루이지만, 충분한 하루임을 알게 한다.


삶은 늘 이렇게 반복하나 보다. 때론 복잡하고, 지치고, 의미 없는 날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자신에게 말을 걸어본다. 그 말을 글로 표현하고 있다.


"오늘도 애썼어. 수고했고, 내일도 멋지게 살아보자."


이 세줄이면 내일을 살아가야 하는 내게는 충분한 응원이 된다. 그러니 여러분도 하루를 짧게 정의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어떨까요? 그 글은 여러분의 하루를 '이야기가 되는' 글로 바꾸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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