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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ain Mar 09. 2021

진로를 고민하는 아이에게

아이의 진로에 관해 묻는다. 과거에는 너무도 하고 싶은 것들이 많던 아이여서 그 질문을 하면 신이 나서 언젠가는 요일마다 나눠 다른 일을 하겠다 계획하기도 했고, 나이 들수록 그 계획이 보다 구체화되기도 했으며, 또 더 다양해지기도 해서 내심 흐뭇했다. 적어도 세상에 관심을 갖고 그 안의 한 사회인으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한다는 의미였고, 이것저것 호기심을 갖고 의욕을 보인다는 말은, 적절하고도 다양한 자극이 다행스럽게도 아이에게 잘 전달되고 있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내 개인적 사정도 있고, 아이의 사춘기도 맞물린 탓이겠지만, 아이와의 대화가 부쩍 줄어들어 최근 아이의 꿈과 관심사에 관해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아이 특유의 단답식 대화와 늘 여유롭지 못한 나의 하루 스케줄은 미처 속 깊은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끝내야 하곤 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작년까지는 어느 고등학교를 가고 싶고, 어느 대학의 특정 전공을 공부하고,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말을 하던 아이였다. 그런데 최근에는 아무 고등학교에 가도 특별히 상관도 없고, 하고 싶은 일도 없다 한다. 학교에서도 관심이 더 있거나 배우면 즐거운 교과목도 없고, 활동도 없다 말한다. 우울의 양상으로 관찰되지는 않으나 분명히 불만은 있어 보인다. 어쩌면 현재 감정과 표현이 엇나가는 등 온전히 본인을 자각하고 그에 맞게 적절한 색깔을 드러내기 힘들어하는 혼돈의 사춘기 시기 특성인지도 모르겠다. 


진로에 관한 질문을 하니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다. 아이의 대답을 기다리다가 종국 내 인내심을 수련하는 신의 시험이다 믿으며 심호흡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도 늘 다시 생각하는 바가 있다. 과거 내가 아이의 나이였을 때다. 또 아이가 내 배 안에 있을 때다. 아이가 엄마의 목소리에 늘 귀를 기울임을 안다. 그러나 같은 말이라도 엄마가 하는 바람이 담긴 말은 잔소리가 되는 법이라는 것도 잘 알고 있으므로 말할 때마다 매번 조심스럽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평생 하나의 직업을 갖고 사셨다. 은퇴 후에는 각종 자원봉사로 사회활동을 하며 분주하게 지내고 계시고. 엄마 세대의 보통사람들은 평생 2~3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며 사는 세상에 살고 있다. 아마 네가 살아갈 세상은 못해도 평생 3~4개 이상의 직업을 경험하며 살아야 할 거다. 그러니 지금 어떤 직업을 가져야겠다 마음먹고 조급하게 결정하지 않으면 좋겠다. 네가 생각한 그 직업이 미래에도 존재하리라는 보장은 없거든. 지금은 네가 무엇을 하고 있을 때 행복감과 성취감을 느끼는지, 네가 관심 갖게 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잘 찾아보면 싶다. 너 자신을 이해하고 너만의 기준을 정하고, 삶의 목표를 정하는데 집중하면 좋겠다. 그리고 열린 눈으로 세상의 모든 일에 관심을 갖고 다양하게 경험하고 기본적인 교양과 지식을 쌓는 데에 노력하면 좋겠다. 세상의 모든 것들은 결국 이어져 있으니까.


대학 전공 역시 20대에 배워서 평생을 사용하기엔 부족하다. 중심으로 삼을 수 있는 학문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는 것을 병행하며 좋아하는 전공이면 20대는 족하다. 못해도 40~50대에 한 번 이상은 더 심도 있게 공부해 달라진 세상에 맞는 변화된 지식과 정보를 집중해 축적할 시간이 필요할 거다. 그러니 모든 것이 결정되어 고정불변이라 생각하지 말고, 유연하게 사고하고 늘 기회가 있음을 기억하면 좋겠다. 부담을 버리고, 좋아하는 것을 찾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그리고 그다음 단계를 생각하고 방법을 찾으면 된다. 너는 분명히 제대로 질문을 할 것이고 그에 맞는 최선의 방법을 찾아나갈 것이다. 


엄마의 딸. 엄마를 닮은 딸. 그래서 믿는다. 또 엄마는 매 순간 놀란다. 너의 성장에. 사람은 평생 성장해야 하는 존재라고 알고 있다. 네가 성장해가는 그 길에 엄마 역시도 이정표가 되어 보여줄 수 있도록 앞서 성장하며 오늘을 잘 살아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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