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빌리시 공항의 입국심사에 대하여
우리는 호주 시드니에서 멀티플 1년짜리 인도 비자를 받았다. 하지만 인도는 아무리 1년짜리 비자를 받았어도, 자국 내에서 90일 이상 체류할 수 없기에 스리랑카 혹은 몰디브 혹은 네팔 같은 주변 국가를 통해 비자런을 해야 한다. 우리 역시 비자 런 할 시간은 점점 다가왔고, 어디로 비자 런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원래의 계획대로라면 스리랑카로 갔다가 북인도로 올라가는 루트였는데, 갑자기 <작업실>에 꽂히게 되었고, 스카이 스캐너를 켜고 조지아 트빌리시를 검색했다. 인도 뭄바이에서 아웃해서 바레인 경유, 그 후 조지아 트빌리시로 들어오는 항공권이 있었다. 바로 샀다. 원래 세계 여행은 그렇게 루트를 엎는 맛으로 다니는 거다.
우리는 설레는 마음으로 뭄바이 공항에 도착했다. 지겨운(?) 배낭 족 생활을 접고 본격적인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한다는 생각에 공항에 4시간이나 일찍 도착했다. 생각보다 걸프 에어 항공 체크인이 일찍 시작되어 비행기 이륙 3시간 전에 티켓을 끊으려고 줄을 섰다.
요즘은 테러의 문제 때문인지 몰라도 항공권을 발급해주는 체크인 카운터에서 리턴 티켓과 여행 경로 등을 이미그레이션 못지않게 자세히 요구하기 시작한다. 바레인 항공사 직원 역시 우리에게 비자와 리턴 티켓, 여행 기간을 상세히 물었다. 우리는 당당히 "한국인은 360 무비자"이고 "육로를 이용해 터키로 아웃을 할 거다"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들은 지금 이 자리에서 리턴 티켓(기차 혹은 버스)를 예약할 것을 요구했고 문제는 점점 어려워지기 시작했다.
체크인 카운터 앞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앱으로 가장 싼 티켓을 폭풍 검색했다.
왜냐하면, 우리는 조지아에서 언제 아웃할지 모르는 장기 여행자였고, 육로로 이동하는 코스는 매번 상황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미리 예약하지 않았다. 우리가 터키에 가려고 했다가, 마음이 바뀔 수도 있잖아! 하지만 이런 장기 여행자들의 마음을 항공사 직원이 알리 없었다.
항공사 매니저가 오더니 조지아 정부의 권고 사항인 <건강 보험 증명서>와 <리턴 티켓>이 없으면 항공권을 발급해주지 않을 거라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다. 믿을 수 없어서 항공사 카운터로 들어가 조지아 정부에서 보내온 서류까지 내 눈으로 확인했다. 흔히 말하는 재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쩔 수 없이 효밥은 여행자 보험 서류를 다운로드했고, 나는 터키로 가는 편도 여행 티켓을 울며 겨자 먹기로 예약을 하기로 했다. 뭐, 리턴 티켓이야 나중에 수수료 물고 취소 처리하면 되니까.
그런데 우리의 여행자 보험은 삼성화재로 only 한국말로 쓰여있는 서류였던 게 문제였다!!!! 걸프 매니저는 영어로 쓰여있는 서류를 요구하기 시작했는데, 아무리 뒤져도 영어로 된 서류가 없었다. 아니 누가 항공권 발급하는데 여행자 보험 서류를 본다고 생각했냐고. 24시간 긴급 콜 센터에 전화를 했지만, 일요일이라 영문 서류를 월요일에 보내주겠다고 했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정을 설명했지만 걸프 매니저는 "no!!!!"라는 말만 되풀이했다. 나뿐 만이 아니라 다른 여행객들도 항공권을 발급받지 못해서 울며 사정하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뭄바이 공항의 걸프 에어 체크인 카운터는 울음바다가 되었다.
"너네 이미그레이션도 아닌데, 왜 그러냐. 내가 이미그레이션 가서 여행자 보험 서류를 증빙하겠다"라고 말해도 실패. "우리 여권에 찍혀있는 출국 일과 여행자 보험 시작일이 같다. 아라비안 숫자 보이지? 이 서류가 진짜 여행자 보험 서류라는 걸 뜻해" 그래도 실패. "너네 한국인 직원 있어?"라는 개소리에도 실패. "제발 자비를 베풀어줘. 제발 부탁이야" 애원해도 실패. "조지아 정부가 여행자 보험 서류를 원한다고 했지 잉글리시 페이퍼라는 말은 안 쓰여있잖아. 이거 너무 불공평해"라고 말하자 조금 찔끔.
결국 모든 사람들이 항공권 발급이 끝나고, 서럽게 울어대자 걸프 매니저가 갑자기 항공권을 발급해줬다. 나 말고 함께 울던 또한 명의 여자도 발급을 해줬다. 울지 않은 아줌마는 결국 비행기에 못 탔다. 어차피 해줄 거 왜 사람 피를 말린 거야.
항공권을 손에 쥐고 울면서 비행기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다행히도 우리는 조지아행 비행기를 무사히 탔고, 3시간 동안 울어서 그런지 지쳐서 솔직히 조지아 작업실이고 뭐고, 조지아의 '조'만 들어도 치가 떨렸다. 솔직히 내가 왜 이 고생을 하면서 트빌리시에 가야 하나라는 회의감도 들었고, 트빌리시에 오기 전까지 정말 조지아가 싫었다.ㅋㅋㅋㅋ
결국 바레인을 경유해서 새벽에 조지아 트빌리시에 도착했다. 이미 걸프 에어에서 탈곡기로 영혼을 탈탈 털린 터라, 이미그레이션의 산을 어떻게 넘어야 하나 걱정이 정말 많았다. 하지만 조지아 정부의 이미그레이션은 나에게 그 어떠한 말도 부치지 않고, 심지어 얼굴도 안 보고 5초 만에 내 여권에 도장을 쾅 찍어주었다. 리턴 티켓도, 일정도, 여행자 보험도 묻지 않았다...... 트빌리시 공항 입국이 이렇게 쉽습니다 여러분. 다만 타국에서, 타국의 비행기를 타고, 특히 테러의 위험이 있는 중동 국가를 경유한다면 혹시라도 모를 재수 없는 상황을 위해 여행자 보험 영어 버전 서류를 챙기시길 바라요.
조지아 트빌리시 국제공항 입국에 관하여
Q: 입국 시 리턴 티켓 필요한가요?
A: 어느 나라든 리턴 티켓이 있으면 좋습니다만 조지아는 특별히 보지 않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만약을 대비해 가짜 티켓 혹은 육로로 넘어가는 구체적인 자료를 준비해도 말도 안 거네요...
(그래도 걱정되시면 챙겨 가세요. 입국 거절에 책임지지 않습니다. 데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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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만과 효밥은 현재 세계 여행중에 조지아 트빌리시에 작업실이자 쉐어하우스를 만들고 열심히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있습니다. (야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