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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Sep 25. 2018

반려견들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보리야 잘 가, 그곳에서는 아프지 말고 행복해

@키만소리 <반려견들이 무지개 다리를 건널 때>



오늘의 기분

친구를 따뜻하게 안아주고 싶은 기분





 "보리가 무지대 다리를 건넜어'



보리는 친구가 입양해 키우던 반려견이었다. 문자를 보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친구는 차분하게 보리가 어떻게 무지개다리를 건넜는가에 대해서 말을 해주었는데, 울음을 꾹꾹 눌러 담으며 말하는 친구의 떨리는 목소리에 눈치 없이 먼저 울고 말았다.



 보리를 처음 본 날이 생각난다. 입양을 했다는 친구의 말에 신이 나서 보리를 보러 갔는데, 한걸음에 뛰어올 줄 알았던 보리는 불러도 오질 않고 가만히 자리에만 기운 없이 앉아있었다. 친구는 보리를 쓰다듬어주며 말했다. 보리는 신장이 좋지 않아서 마음이 많이 쓰인다고. 유기견 센터에 힘 없이 누워있는 보리를 떨쳐버릴 수 없어 데리고 왔다고. 몇 개월 살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수의사님의 말과는 다르게 보리는 하루가 다르게 친구의 사랑을 받으며 씩씩해졌다. 가끔 친구가 보내주는 보리의 사진을 보면은 내가 처음 보았던 보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행복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친구와 보리는 그렇게 가족이 되어갔다.



 하지만 유기될 때부터 좋지 않았던 보리의 건강은 신장을 넘어 폐에 물이 차기 시작했다. 산책을 좋아하던 보리는 혼자 서 있기조차 버거운 상태가 되었다. 날이 갈수록 야위어갔다.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대견할 정도로 잘 견디던 보리의 마지막이 다가오고 있었다. 친구는 고민 끝에 병원을 싫어하던 보리를 집으로 데려오기로 마음먹었고, 힘 없이 병원에서 누워있던 보리는 친구가 데리러 오자 아주 환하게 웃었다고 했다. 그리고 품 안에 안겨 보리가 늘 산책하던 집 앞에 다 와갔을 무렵, 친구의 품 안에서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보리의 마지막이 친구의 품이라서 다행이었다. 보리의 마지막 주인이 너라서 정말 다행이다. 보리의 마지막이 행복해서 다행이야. 친구야, 반려견들은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 주인과 찍은 사진을 가져간대. 무지개 센터에서 그 사진을 확인하면, 주인이 보낸 택배를 반려견들에게 줄 수 있거든. 보리는 아마도 너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네 냄새가 깊게 베어든, 너를 영원히 기억할 수 있는 쿠션, 집, 장난감과 함께 무지개다리 너머에 있을 거야. 그러니 걱정하지 마. 보리는 잘 있을 거야. 







 보리야 잘 가. 행복해야해. 너의 행복의 삼각입, 꼭 염색한 것처럼 반짝 반짝 빛나던 포인트 귀 컬러, 산책할 때 행복해하던 너의 발걸음, 앞머리가 너무 많이 자라서 바람의 파이터가 되던 순간, 겨울에 은근슬쩍 옆에 와 자리잡던 순간까지 모두 모두 잊지 않고 기억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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