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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Jul 09. 2019

요가는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정직한 운동이 틀림없어

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요가를 하고 싶은 기분

오늘의 기분

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요가를 하고 싶은 기분



큰 마음먹고 구매한 요가 매트가 여전히 옷방 구석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배낭에 요가매트까지 연결해서 메고 다녔던 요가 열정은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심지를 다 태워먹은 양초처럼 꺼져버렸다. 시차적응이다, 몸살이다, 배가 너무 부르다며 하루 이틀 미루다 보니 몸이 딱딱하게 굳어져있었다. 


 요가란 놈이 그렇다. 요령을 피우며 대충 시간만 때우는 사람에게는 한 끝의 유연함도 보여주지 않지만, 매일매일 몸을 쓸고 닦는 성실한 사람들에겐 넓은 아량을 보여준다. 거듭되는 실패와 좌절에 익숙한 현대인에게 하는 만큼 정확히 돌려주는 요가는 기브 앤 테이크가 확실한 정직한 운동이 틀림없다.





얼마나 정직하냐면. 나처럼 땡땡이치는 학생에겐 '0'부터 다시 시작하시오.라고 말해주니 요가의 정직함에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요가를 멈추다가 다시 시작하기가 어렵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롭게 하던 자세가 고난도 자세가 되어버리고, 겨우 해냈던 고난도 자세는 이제는 꿈도 못 꾼다. 레벨 3까지 갔던 학생이 레벨 1부터 하려니 마음이 조급해져 버린다. 그렇게 조급함은 부상으로 이어진다. 평소에 하는 동작까지 가기 위해 차근차근 몸을 데우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긴 호흡을 쏠랑 빼먹고 무리를 하자 '삐끗'하면서 허리 디스크가 터진 것이다.



 요가복 대신 병원복을 입고 디스크 관련 글을 검색하니 수영도, 요가도, 뛰는 것도, 춤도 못 춘단다. 난생처음 겪는 허리 디스크에 닭똥 같은 눈물이 떨어졌다. 건강해지려고 운동을 했다가 건강을 잃어버린 대표적인 케이스라며 남편이 웃었다. 그렇게 몇 주간의 물리치료를 받고 나는 다시 요가 매트 위에 설 수 있었다.





 디스크가 터진 후로 나는 요가를 대하는 태도를 바꿨다. 욕심부리지 않을 것. 내 몸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계선을 철저히 지킬 것. 긴 호흡으로 다가설 것. 


그 전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요가 동작을 저장해 두고 몇 번씩 보면서 도전하는 편이었다. 인도에서 요가를 배울 때 혼자서 무리하게 헤드 스탠드 동작을 하다가 그대로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그뿐인가. 남자인 주제에 나보다 척척 잘하는 남편을 보면서 나는 왜 안되냐고 울기도 했고, 남보다 못하는 내가 싫다며 오늘은 요가 가지 말자며 아침마다 부르짖었다. 누가 요가가 마음의 안정을 준대? 스트레스만 주는구먼.



 그랬던 나는 이제 요가로 더 이상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하는 만큼 돌려주는 정직한 운동을 정직한 마음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한다. 물리치료 선생님은 내게 '몸을 쓰는 만큼 몸을 쉬게 해주어야 한다.'며 그 날의 컨디션에 따라서 운동량을 조절하라고 조언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요가를 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런 날은 몸을 천천히 데우면서 빈야사까지 기분 좋게 즐긴다. 그러다 보면 1시간이 10분처럼 흘러가버린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힘이 남았다고 판단되면 코어 요가도 조금씩 해본다. 반면 힘이 없다고 느껴지는 날엔 호흡을 통한 명상을 위주로 하루를 시작한다. 예전 같았으면 30분밖에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좀처럼 요가매트를 돌돌 말지 못했겠지만, 지금은 30분만 해도 망설임 없이 요가매트를 돌돌돌 감아버린다.




 오늘 아침의 요가는 나에게 "오늘쯤은 예전에 네가 좋아했던 동작을 해봐도 되지 않을까?"하고 말을 걸었다. 태어날 때부터 햇살 좋은 볕에 말린 북어포처럼 딱딱했던 나는 유연성 테스트기 위에 올라가 테스터 기도 못 만지고 내려와야 했던 마이너스 학생이었다.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면서 내 손 끝으로 발끝을 만진다는 사실이 너무 기뻐서 인도 선생님한테 "Look at me!"라고 말하며 자세를 보여준 적도 있었다. 물론 그는 내가 그 동작을 해냈다는 것보다 내가 그 동작을 못 했다는 사실에 더 놀라긴 했지만 어쨌든 나에겐 의미 있는 동작이었다. 



허리를 다친 후부터 꺼리게 된 동작을 오늘 아침에 은근슬쩍 해봤는데, 요가는 역시 정직했다. 손 끝으로 내 발 끝을 만지는 기분은 역시 최고다.




 

 인스타그램에 나오는 멋진 자세를 연습하면서 매번 좌절을 느껴야 했던 지난날의 요가보다 요즘의 요가가 더 즐겁다. 욕심부리지 않고, 내 몸을 천천히 데우며 할 수 있는 만큼 꾸준히 한다. 어제의 오늘과 나를 비교하지 않으며 오늘 주어진 나의 힘만큼 움직인다. 속도는 더디지만 요가란 놈이 워낙 정직해서 꾸준히 오늘 같은 날들이 쌓이면 언젠가 요가가 말을 걸 것이다."네가 멋있다고 생각했던 자세 오늘 한번 해봐도 되지 않을까?" 



나에게도 그 날이 올 거라 생각하니 내일도 모레도 꾸준히 요가를 하고 싶은 기분이다.





여행자이자 기록자

김한솔이 (키만소리)

엄마와의 여행을 기록하다 : 출간 완료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남편과의 여행을 기록하다: 위클리 매거진 <여보야 배낭 단디 메라>

엄마와의 메일을 기록하다: 출간 예정 <저도 할 수 있을까요?>

세계여행 후 다수의 순간을 기록 중: 세계 여행 전문 서적 준비 중

Insta @kim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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