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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만소리 Oct 17. 2017

세계 여행하면서 출간하기

어쩌다 보니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습니다.

세계 여행할 때 뭐가 제일 중요해요?라고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무조건 책상! 작업할 수 있는 책상!!"

 책상을 박차고 떠난 여행에서 책상을 찾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니. 절레절레. 세계여행 가라면 오로라를 보고 세렝게티를 누비고 우유니 소금사막 앞에 서있는 것이 맞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평범한(?) 세계여행가의 팔자가 아니었다. 배낭을 메고 떠도는 것은 같지만 슬프게도 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가깝다고 할까. 내가 세계여행가에서 외노자,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은 지난겨울, 한 통의 메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취미로 그려오던 엄마와의 여행기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가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후보작에 올랐다는 메일.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솔직히 세계여행 티켓을 지를 때보다 더 손에 땀이 났다. 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대상. 인생에도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그 기적의 진짜 이름은 ‘자, 이제부터 폭풍 일을 시작해볼까?’였다. 이미 세계여행 날짜가 정해진 나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3개월 안에 모조리 끝내버리겠어! 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했던가. 3개월은 터무니없는 기간이었다. 출간 작업을 1도 몰랐던 나는 이후 약 11개월 후, 무려 4배의 시간을 더 들인 후에야 출간하게 된다. 그저 기존 원고를 묶어 책으로 짜란 나오는 줄 알았던 출간 작업은 내가 만든 집의 뼈대를 남겨둔 채 모조리 허물고, 기초 작업부터 다시 시작하는 대규모 리모델링 공사와 비슷했다. 나는 집의 창문 개수, 문의 너비, 집의 평수, 내부의 인테리어부터 다시 시작해야 했다.



▲ 세계여행 출반 전 작업 과정, 프린트로 뽑아서도 보고 큰 모니터로 꼼꼼히 확인 중



  지금 와서 돌이켜보면 기존의 원고는 정말 터무니없이 형편없었다. 브런치에 올려둔 초기 만화를 볼 때마다 모니터를 집어던지고 싶은 충동에 시달린다. 부들부들. ㅋㅋ 용감하게 브런치에 업로드했던 과거의 나, 무슨 생각으로 올렸을까 싶다. 그림의 퀄리티가 보다 내 글이 품고 있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높이 사준 첫눈 출판사의 모험심이 아니었다면 책 출간은 힘들지 않았을까. 그림을 잘 못 그려도 출간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 저를 보고 용기를 가지세요. 



▲ 기존 원고에서 이야기 틀만 따오면 선, 컬러, 배경, 말풍선 등등 모두 다시 그렸다.



 선 하나, 대사 한 줄, 말풍선 사이즈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수정 작업을 했는데, 사실 스토리 빼고는 아예 새롭게 그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렇게 차근차근 작업하니 3개월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직 글 작업을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세계여행 출국일은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세계여행을 며칠 앞둔 날, 합정의 카페에서 에디터님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에디터님은 무사히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피드백이 꼼꼼하게 적힌 원고 더미를 건네주셨다. 그 원고에는 나노 단위의 꼼꼼함의 수정 포인트가 빨간펜으로 가득 수놓아져 있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수정의 굴레구나 싶었다. 솔직히 그림 원고는 한 번만 다시 그리면 끝일 줄 알았는데, 그건 진짜 나의 착각이었다. 책 작업이라는 것은 정말 끔찍, 아니 꼼꼼하게 하는구나 한 수 배웠다. 허허.



▲ 끝이 없는 수정의 굴레~ 얏호 이쯤되면 나는 수정 전문 작가!



에디터님이 표시해준 피드백 원고는 늘 나의 책상 곁을 지키며 함께 동고동락했다. 한 장, 한 장 클리어 할 때마다 묘한 쾌감이 있었다. 여기에 표시된 부분만 수정하면 끝이구나! 빨리 끝내고 여행하자! 하는 생각만 가지고 미친 듯이 일했던 것 같다. 하지만 첫 책을 쓰는 작가인 나는 몰랐다. 이 수정 작업은 겨우 2차 수정이었다는 사실을... 한 권의 책으로 나오기까지 정말 긴 수정의 터널을 지나야 하는데, 특히 나처럼 그림 원고가 함께 들어가는 책일 경우 진행이 더 더딘 것 같다. 11개월이라는 긴 시간의 수정 작업을 거치면서 나름 실력이 늘어가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었다. 출간 작업하면서 느끼는 유일한 즐거움... 그림을 전공하지 않아서 남들보다 느리고 힘들어서 많이 지치기도 했다. 굳이 이런 것 까지 수정을 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의구심이 들 때도 많았다. 그 작은 디테일의 차이가 모이니 속이 알찬 만두 같은 책이 되더라.



▲ 늘 내 곁을 지켜주던 피드백 원고. 빨간펜이 왜 이렇게 많니...에효..



▲여행왔는데 왜 책상에만 앉아있니....? 그럴 거면 한국가서 해....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출간 작업 스케줄

1. 기존 원고를 출판 레이아웃으로 수정
2. 에피소드 목차 세우기. 
3. 그림 원고 작업 시작.
4.1차 그림 수정 > 2차 배경 수정> 3차 대사 수정> 4차 최종 수정
5. 글 원고 작업 시작.
6. 1차 글 수정 > 2차 글 수정 > 3차 글 수정 
7. 책에 들어갈 추가 페이지, 아이콘, 손글씨 등 만들기.
8. 표지 디자인 및 수정 작업
9. 최종 수정
10. 출간





다시 여행 전으로 돌아와 보자.

  다른 여행자들은 배낭에 빨랫줄, 침낭, 맥가이버 칼 등 여행을 다닐 때 필요한 유용한 용품들로 가득하지만, 내 가방에는 200장이 넘는 원고와 작업용 노트북 그리고 가장 중요한 태블릿이 배낭의 가장 큰 부피를 차지했다. 여행을 위한 진짜 필요한 짐들은 내 배낭 대신 함께 여행을 떠나는 효밥이의 배낭에 자리를 잡았다. 




 예방접종 주사도 맞고, 국제 운전면허도 발급받고, 여권도 갱신하고, 짐도 부랴부랴 싸고, 전셋집도 빼고 차도 팔고 카페도 정리하고 가족들과 친구들을 만나니 세계여행 출발 날이 다가왔다. 한편으로 여행의 설렘보다 해외에서 책 작업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마음을 무겁게 했다. 마치 숙제를 이고 소풍을 떠나는 느낌이랄까. 어른이 돼도 숙제는 여전히 싫더라.... 세계여행을 떠나는 내 배낭 위에 숙제를 올린 첫눈 출판사 관계자분들은 나보다 더 마음이 무거웠을 것이다. 여행을 하러 간다고 하니 말릴 수는 없고, 출간을 빨리 해야 하고, 요즘 인터넷이 잘 돼서 연락은 문제없을 것 같지만, 아.. 이를 어쩌나. 싶었을 것이다. 마냥 여행을 축하할 수 없는 출판사와 마냥 여행이 즐겁지만은 않은 작가는 그렇게 카톡과 메일로 피드백을 나누기로 하고 방콕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 마지막 날 에디터님이 주신 꽃다발. 메세지에 적힌 이제 진짜 시작이라는 말...그 말은 정말이었다.

 


그렇게 나의 숙제는 비행기를 타고 방콕까지 따라왔고, 세계 여행자인지 외노자인지 알 수 없는 나의 방콕 라이프가 시작되었다.



▶  본격, 디지털 노마드의 고된 노동 이야기가 2부에서 이어집니다.





《엄마야, 배낭 단디메라》온라인 서점 링크

교보문고: https://goo.gl/9w3DCp

yes24: https://goo.gl/wVKkat

인터파크 도서: https://goo.gl/FrHPFA

알라딘 서점: https://goo.gl/cUvaU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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