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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의 서른 Feb 13. 2023

[연말] 서른의 마지막 일주일

현재의 12월

올해 달력 넘어가는 속도가 심상치 않더니 어느덧 연말이다. 나이들면 들수록 시간이 빨리 흐른다더니, 예전부터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했지만 요즘같이 빠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이게 더더 빨라진다고? 아무튼, 그래. 벌써 연말이다. 회사에서는 벌써 2023년 달력과 다이어리를 이미 받았고, 최근에는 내 오랜 배우의 시즌그리팅도 수령했다. 작년 시즌그리팅 받은 게 엊그제 같은 데 말이다. 그리고 오랜만에 복귀작으로 세간의 호평을 받고 트로피에 대상 이름을 새겨놓은 수준이라는 연기대상도 얼마 남지 않았다. 2016년에 제주도 본가에서 대상 수상을 지켜본 게 벌써 6년 전이라니. 


올해를 돌이켜본다. 무탈한 한해였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 년이다. 나이가 들수록 무서워지는 것은 20대를 고대했던 10대 때와는 달리 이제 늙을 일만 남았다는 것이고, 늙는다는 것은 우리의 몸은 소모품이기에 앞으로 여기저기 아플 일만 남았다는 것이기에 앞으로가 기대된다기보다 조금 두렵기도 하다. 그럴수록 하루하루 소중히 여겨야 하는데 어쩐지 하루하루를 그저 흘려보낸 것만 같아 아쉬움이 드는 2022년이기도 하다. 그리고 만남보다도 이별에 더 익숙해져야 한다는 사실은 서글프다. 그래서 좋은 일이 많기보다도 나쁜 일이 없기를 바라는 요즘이다. 너무 회의적이고 애늙은이 같은가? 30살 같지 않고 60세 같다고? 요즘 부모님한테 듣는 말이다. 난 참 철이 덜 든 건지 늙은건지. 서른 살이면 아직 한창이고 좋을 때인데 말이지. 내가 생각한 서른 살의 나와 모습이 사뭇 달라서 약간 인지 부조화가 오기도 한다. 


그래도 신기한 점은 주변인들도 그렇고, 처음 본 사람들도 대체로 나를 밝고 긍정적인 아이라고 평가한다는 점이다. 확실히 과거에는 그러했지만, 점점 나이를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나의 밝은 면들이 빛바래고 있다는 느낌이 들고는 했다. 스스로 느끼기에는 방방 뛰기보다는 조금 차분해지고 나른해진 것 같은데, 어쨌든 ‘너 어두운 것 같아’라는 말보다는 ‘밝다’라는 말이 더 나을 테니까 아직은 밝게 보인다는 점이 다행인 건가 싶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보는 나보다 다른 사람들이 보는 내가 더 ‘나’일 수도 있으니까, 나의 고유한 밝음을 앞으로도 쭉 유지해나갔으면 좋겠다. 명랑하게!


연말이면 다들 바쁘다는데, 크리스마스를 멋지게 보낸 덕분인지 오히려 2022년의 마지막 주는 또 ‘그분’이 오셨더랬다, 노잼시기. 바로 인생이 재미없는(No 재미=잼)의 시기이다. 연말인데 노잼시기가 오는 게 맞는가? 자주 찾아오는 이 노잼시기라는 친구는 이제는 그냥 ‘또 왔구나.’싶다. 또 그러다 가겠지, 뭐. 30년을 살다보니 뭔가 1년 1년 인생이 참 덧없다는 생각이 든다. 미래의 내가 보면 코웃음을 치겠지? 으유. 어린노무 자식이. 연말인데 왜 우울한게 아니라 연말이어서 우울한걸까. 실제로 홀리데이 블루스(holiday blues)라는 연말증후군이 있다고 하더라. 역시 30년 인생을 살아오면서 느낀 점인데, 나만 느낀다고 생각하는 감정은 사실 모든 사람이 느끼고 있는 감정일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 아무튼, 늘 그러하듯 이 우울한 연말은 또 지나갈테지. 


2023년의 다이어리는 스타벅스 다이어리가 될 듯하다. 올해는 커피빈 다이어리를 요긴하게 썼는데, 스타벅스 다이어리를 쓰는 건 처음이다. 원래는 좋아하던 다이어리 브랜드가 있어서 몇 년간 썼었는데, 이제 뭐 그런 것도 다 귀찮고, 그냥 자연스레 생기는 다이어리를 쓰는 편이다. 처음 써보는 스타벅스 다이어리. 매년 같은 구성인지는 모르겠으나 첫 장을 펼치니까 한 해의 마침표로 2022년을 리뷰하는 공간과 2023년의 목표를 설정하는 공간이 있다. 그 다음 장을 넘겨보면 나 다운 하루를 위한 하루 습관을 낮과 밤으로 구분하여 쓰는 곳이 있고 오른편에는 더 나은 나를 위한 의미 있는 다짐 부분이 있다. 어렸을 때는(지금도 어리지만!) 이런 부분을 재밌게 채워나갔던 것 같은데, 열정이 사그러든 서른 살의 지금의 나는 그 칸을 채우는게 막막하게만 느껴진다. 


몇 년 전, 연초에 만난 친구에게 같은 질문을 했었다. ‘올해의 목표가 뭐야?’라고. 나는 당시 아직 학생이었고, 수험생이었다. 4년간 나의 목표는 시험 합격이라는 단 하나에만 집중되어있었기 때문에 다른 동년배 친구의 목표가 궁금했더랬다. 직장인이 갓 된 사회초년생인 친구는 ‘빚을 최대한 많이 갚는 것’이라고 답했다. 너무 현실적인 답변이 어쩐지 서글퍼졌지만, 직장인이 되고 나니 그때 친구의 답변이 이해가 갔다. 나의 올해의 가장 큰 목표 또한 ‘돈 모으기’였다. 직장생활 1년 차였던 작년에는 저축이고 뭐고 그냥 펑펑 썼기 때문에 이제 서른 살인데 돈을 모아야 하지 않겠냐는 경각심에서였다. 그런데 돈 모으기라는 것이 어쨌든 수입은 직장인으로서 한정되어있고, 모은다는 한도도 명확하지 않고, 모으는 게 당연하여서 성취감도 그다지 없고, 그리고 모아서 무엇을 할 것인지도 명확하지 않으니 해야 하는 일이나 하고 싶지는 않은 그런 목표였다. 당연히 돈 많으면 좋지만, 돈이 또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는 점도 썩 내키지 않더라. 돈을 모으려면 돈으로 현재 할 수 있는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는 것인데, 그건 또 싫고. 하지만 그래. 싫으나 마나 올해도 해야지. 


돈 모으기 말고 올해의 목표는 또 뭐가 있었더라. 올해 초에 블로그에 적어놓았던 목표들을 되돌아본다. 자기계발, 이 또한 이루지 못했다. 올해를 돌아보면 잘 놀았지만 성장하는 한 해였다고 말하기에는 좀 어려우니. 노잼시기 때마다 무언가를 해봐야겠다고 생각은 하는데, 그게 명확한 목표설정과 실행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그래도 그런 공허함 때문에 이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된 거니까 어쨌든 고여있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고 믿고 싶다. 다 친구들 덕분이다. 세 번째는 연애였다. 이 또한 이루지 못했다. 그래도 소개팅은 몇 번 했었다. 당연히 잘 되지는 않았지만, 이 또한 나름 내 기준 노력했다구. 내년에는 꼭.. 이루리다. 네 번째가 체력 기르기, 다섯 번째가 골프 필드 나가기였는데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다. 이것 참 머쓱하구만. 당시 골프를 배우던 중이었는데, 흥미를 잃어 올해 초에 일찌감치 그만두었다. 그래도 나름 4개월이나 배웠다고? 이렇게 보니 2022년 목표를 제대로 이룬 게 없어 현재는 테니스를 한 달 정도 배우고 있으니 다섯 번째 목표를 테니스 야외 랠리 하기 정도로 바꾸면 2023년도의 목표 또한 2022년과 같을성싶다.


하루하루 정말 몸이 예전 같지 않다. 충격적인 건 나의 몸 상태가 10대 때도 그닥 좋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짜 몸이 약해서 병원 치레를 많이 한 건 아니지만 스스로 나는 지금 몸 상태가 완벽하고 건강해!라고 느낀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다. 이제 아프고 나면 그때 그게 건강했던 것이구나라고 생각하긴 했어도. 심지어 10대 때조차 말이다. 고등학생 때 너희 지금이 좋을 때다, 제일 건강할 때라는 얘기를 듣고 지금도 이렇게 매일 피곤하고 힘든데 나중에는 얼마나 더 힘드려고? 응~ 더 힘들더라.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건강한 게 맞았다. 새벽 6시 반쯤 일어나 7시에 등교를 하고 밤 11시까지 학교에서 야자를 하는데 그게 보통 체력으로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지금은 그 일정표로 살았다가는 과로사하게 될지 모른다. 


나는 운동을 정말 싫어하지만, 이 또한 해야 하는 일에 가깝기에 피할 수 없으면 즐겨보려고 이것저것 많이 시도해봤다. 그중 제대로 한 건 전혀 없지만. 왜 사람은 운동해야만 하는거지? 작년 이맘때쯤에는 필라테스를 처음 하기 시작했다. 뭐든지 빨리 질려 하는 타입인 나에게 6개월이란 기간의 운동은 꽤 장기간의 운동이었으나, 등록할 때 귀가 팔랑팔랑거려 냅다 6개월을 결제해버린 나였기에 도리가 없었다. 힘든 6개월이었으나 지금 생각해보면 꽤 그때 체력이 길러졌던 것 같다. 왜냐하면, 최근에도 다시 시작한 필라테스를 하게 되었는데, 정말 간단한 동작임에도 죽을 것 같더라. 예전 같으면 부들부들 힘들더라도 끝까지 버텼을 텐데 조금만 해도 ‘아, 이건 안돼’ 싶어서 포기해버리기 일쑤다. ‘난 플랭크가 싫어.’, ‘원래 못해.’, ‘버티기 싫어.’ 이러면서.. 왜 눈높이 구몬 선생님들이 성인들을 안받으려는 지 알 것 같더라. 선생님 제가 웃는걸로 보이시나요? 이건 눈물이라구요. 하복부의 힘으로 올라오라는데 하복부에는 힘이 없다구요! 아무튼 난 글러먹었다.


체력이란 기를 때는 길러지지도 모르게 길러지고 잃을 때는 또 확 잃어서 참 어려운 것 같다. 꾸준히 하는 운동이 최고인데 운동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꾸준히 하기가 쉽지가 않다. 그래도 최근에 친구랑 함께 시작한 테니스를 2023년에는 꾸준히 해볼까 싶다. 아직은 크게 흥미가 다가오지는 않는데, 꾸준함 자체를 이번에는 목표로 둬보려고 한다. 그래도 수치적으로 기록이 나오는 골프보다는 좀 나은 것 같고, 골프와 스쿼시의 연장선인 것 같아 제법 공을 치는 법을 알겠더라. 언제까지고 운동 유목민으로 살 수는 없다! 하다 보면 재미도 찾겠지.(제발) 건강‘해지는’는 건 모르겠고 그냥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


과거에는 내가 연말을 어떻게 보냈나 살펴본다. 대학생 때는 겨울 방학이었기에 주로 해외에 있었다. 2013년에는 인도 갠지스강에서 새해를 보냈고, 2014년은 벨기에 한인민박에서, 2015년에는 호주 멜번에서 불꽃놀이를 보았다. 알차게도 놀았지? 역시 대학생이 짱이다. 이제 슬슬 해외도 나가야하는데 코로나 이후 의욕이 꺾여서인지 쉽지 않다. 2016년부터 2018년까지는 본가인 제주도에서 부모님과 시간을 보냈었다. 제주도도 해외라면 해외지. 2019년, 2020년에는 1월에 있는 시험을 준비하느라 연말 분위기를 느낄 수 없었는데, 작년부터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다시 연말을 마음껏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작년 크리스마스에는 친구들과 강원도 정선 여행을 갔었다. 그 추운 겨울에 강원도라니. 친구 차 배터리가 나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즐거운 추억으로 남았다. 그 친구 중 한 명은 연인이 생겨 떠나버려 올해에는 다른 한 명과 단 둘이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냈는데, 친구와 단 둘이 보낸 크리스마스는 아주 알차디 알찼다. 크리스마스 이브에는 맛있는 저녁도 먹고, 당일에는 스파도 가고 수조 원이 들었다는 아바타 영화도 3d로 보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하하. 너마저 떠나면 안 된다. 내가 먼저 갈거야! 올해의 크리스마스는 주말이어서, 그냥 평범한 주말이었는지 크리스마스였는지 잘 구별이 되지는 않지만 말이다. 


31일에도 딱히 할 일이 없다가 작년에 31일을 같이 보낸 친구들과 함께 우리 집에서 시간을 함께 보내기로 했다. 마침 시청에서 불꽃놀이로 한다고 하니 친구들과 함께 시끌벅적한 2022년의 마무리를 할 수 있을 거 같다. 이후에 엄마가 집에 오기로 한 걸 친구들이 오기로 했다고 해서 왠지 불효녀가 되어버린 느낌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출근일인 오늘, 오전 근무만 하고 퇴근시켜준 덕분에 엄마와도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연말을 맞아 오랜만에 20만 원이라는 거금을 들여 약 1년 만에 장장 3시간에 걸친 파마를 했고, 집 앞에 새로 생긴 마라탕 집에서 마라샹궈를 포장해와 먹으며 내 배우가 대상을 타는 연기대상을 봤다. 고등학생 때부터 그를 좋아할 동안 그는 라이징 스타에서 대상을 두 번이나 타는 어엿한 대배우로 성장했는데, 내가 키운 것도 아닌데 너무 자랑스럽고 멋지더라. 


서른 하나를 앞둔 지금, 만 나이가 시행된다고 하여 나이에 민감한 우리 한국인들이 하나되어 들썩이고 있다. 내년 6월 말부터 시행된다고 하니 10월 생이기 때문에 약 3개월 간은 다시 20대로 살아갈 수 있겠다.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겠냐마는. 그렇다고 다시 20대로 돌아가 탱탱한 피부가 되는 것도 아니거늘. 


2023년의 목표라. 다 모르겠고, 아무쪼록 모두 건강하고 행복만 했으면! 그게 최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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