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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리의 서른 Apr 24. 2023

[외전] 빨간가방 앞으로 모여

허구의 시선

얘들아 빨간가방 앞으로 모여


지인에게 영화를 만들어 달라고한건 실수였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인도 직접 시나리오 써보는 체험을 해보는 게 어때? 하고 고충을 느껴보게 한 것은 아닐까 싶다. 역시나 글을 쓴다는 게 쉽지 않은 일임을 몸소 느껴보니 확실히 실언을 하였음을 인정한다.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우정이 함께 돈을 버는 일이나 조별과제를 하지 않았었기에 유지가 되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의 부족한 글쓰기 능력과 그에 따른 게으름을 참아주고 있는 친구들에게 먼저 미안함과 고맙다는 말을 보낸다. 비슷하면서도 너무나도 다른 우리들을 같은 반에 배정해주었을 선생님께(또는 반배정 프로그램에) 감사한 마음을 보낸다.


우리가 지낸 지역의 중학교 배정방식은 ‘근거리 우선 배정방식’이었다. 그 덕에 집과 최대한 가까운 학교로 배정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의 경우에는 달랐는데, 당시만 하더라도 고등학교 평준화가 되지않아 중학교 성적을 바탕으로 원하는 고등학교에 지원을 해야했다. 그로 인해 중학교 시절 내내 내신성적을 끌어올리기 위해 학원에서 주구장창 보냈던 기억이 가득하다. 딱히 부모님도 공부에 큰 부담을 주려하시지는 않았던 것 같은데, 은연중에 내 마음속에 잘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가득했던 시기였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착하고 공부잘하는 ‘자식’이 되려 노력했던 것 같다. 


하지만 그 노력은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큰 후회로 돌아왔다. 내가 다녔던 고등학교의 경우, 일명 ‘군대식’ 학교로 유명한 곳이었다. 대체적인 아이들의 학업 성적은 우수하다고 소문이 난 학교였지만, 선생님들의 체벌과 폭언이 난무한 학교였다. 입학한지 하루도 되지 않아 마주한 험악한 학급 분위기에 마음은 계속 움츠러들었다. 몇일이 지난 후 부모님께 그 고등학교를 다니기 싫다고 말했던 것 같다. 그러나 어쩌랴 이미 들어간 것을. 그 안에서도 같은 상황에 놓인 친구들과 함께 버티며 3년을 묵묵히 다녔다. 학생들간 공공의 적이 선생님이 된 탓일까? 군대 훈련소 동기와 같은 느낌의 우정으로 고등학교를 무사히 졸업할 수 있었다. 


당시에 지인과 현재를 만날 때마다 느꼈던 것 중에 하나는 전학을 가고 싶다는 점이었다. 현재 같은 경우에는 여고를 간 바람에 그 쪽은 힘들었고, 지인의 학교의 경우에는 남녀공학이라 가능할 것만 같았다. 친한 친구도 있는 데다가 집과도 가깝다니. 빡빡머리를 안해도 되고 자유로운 분위기인 학교인 지인의 학교가 너무나도 부러웠다. 결국엔 전학의 꿈을 못이루어 보았지만, 가끔씩 지인과 현재를 만나며 하소연을 하면서 많은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당시 지역랜드마크였던(?) 빨간가방 앞으로 모이는 날이면 신나게 수다를 떨며 스트레스들을 날려버릴 수 있었다.


그래도 고등학교를 다니며 좋았던 점을 꼽으라면, 벚꽃이 유명한 곳이었다는 것이다. 3~4월이면 교정은 벚꽃으로 가득했다. 덕분에 고등학교 축제인데도 불구하고 외부인도 많이 놀러오는 지역축제와 같았다. 학교 재단이 모 대기업인 덕에 축제 마지막은 항상 불꽃놀이로 마무리했다. 한번은 지인이도 학교 축제에 놀러와 불꽃놀이를 봤던 기억이 있다. 펑펑 터지는 아름다운 불꽃 아래에서는 학교가 자랑스럽게도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를 다닐 때에도 만남을 이어온 덕이었을까? 대학생활을 하며 고향에 내려올때마다 번개모임이 이어졌다. 명절이나 방학때면 그때 그 장소에서 만나 대왕타코야키를 포장한 후 맥주창고를 향했다. 시시콜콜한 대학교 얘기들을 하며 우정을 다지곤 했다. 직장인이 된 후엔 만나기엔 더욱 어려워지긴 했지만, 카카오톡 덕분에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식곤증이 몰려오는 점심시간 이후나 퇴근시간을 기다리고 있을 때 하는 수다는 그렇게 재미있을 수가 없다. 하지만, 퇴근시간후에는 톡 방은 귀신같이 조용해진다. 암묵적인 룰로 퇴근시간 이후엔 읽씹과 안읽씹 모두 상관없다. 


어느새 3월이 되었고, 곧이어 대부분의 학교에서 대면으로 하는 입학식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코로나로 인해 근 4년간 얼굴도 못 마주친 채, 컴퓨터화면으로만 처음 마주했던 시기가 지났다. 아직도 강당에 일렬로 줄을 서서 교장선생님의 훈화말씀을 들으며 학교에 온 것을 환영하는 박수소리를 듣고 있을까? 지인과 현재를 처음 만났던 건 입학식이었을 텐데, 아쉽게도 그날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쌀쌀한 날씨 속 좁은 운동장에 일렬로 줄 서 있던 그 분위기와 온도, 습도만이 기억이 난다. 드라마 ‘더글로리’가 뜨거운 요즘, 전국의 모든 학생들이 마음에 맞고 힘이되는 친구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랜만에 친구들과 대왕타코야키를 안주로 맥주한잔을 하고싶은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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