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한다는 것과 잊힌다는 것. 어쩌면 우리는 그 경계 사이에서 알 수 없는 또 하나의 접점을 찾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너무나 많은 상념(想念)과 번민(煩悶). 그러나 오늘의 고민은 내일의 열정으로. 불안하고 두렵지만, 또 다시, 새롭게, 치열하게 내일을 향해 달릴 것이다. 수없이 충돌하는 것들은 결국 빛을 만들어 낼 것이며, 빛이 있으니 모든 어둠은 물러갈 것이다.
지난 2017년 `현대 아슬란`의 생산이 공식 중단됐다. 2014년 첫 등장했지만, 출시 3년여 만에 단종된 아슬란은 터키어로 `사자(獅子)`를 뜻하는 차명과 함께, 새롭게 등장하며 국내 대형차 시장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받았다.
차명 `아슬란(ASLAN)`은 초원을 내려다보며 여유로움을 만끽하다가도 사냥을 하거나 무기를 지켜야 할 때는 맹수(猛獸)의 용맹함을 드러내는 동물의 제왕 사자를 뜻하며, 현대차는 당당하고 품격있는 외관, 안정적인 승차감과 최상의 정숙성을 동시에 지닌 아슬라만의 차별적 가치를 사자의 특성에 투영해 선정했다.
현대차가 내수 전략 차종으로 개발한, 전륜구동 아슬란. 그 당시 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던 국내 고급차 시장에서 에쿠스와 제네시스와 더불어 또 하나의 고급차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감을 모았다.
중후한 스타일을 바탕으로 최상의 정숙성과 승차감을 갖춘 전륜구동 프리미엄 대형 세단을 지향해 개발됐는데, 특히 현대차는 가속 가속별 토크 분배를 최적화하는 것은 물론 소비자들의 가속패턴을 면밀히 분석해 변속 충격 최소화, 변속 지연감 해소, 가속 일체감 확보 등 최상의 동력성능을 발휘하도록 개발했다.
세련되고 위풍당당한 카리스마가 돋보이는 신개념 프리미엄 세단이라는 콘셉트를 반영한 차명, 아슬란. 기존의 프리미엄 세단과는 차별화된 가치를 지닌 새로운 차급의 신차의 새로운 등장은 국내 자동차 시장에 새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주목됐다.
그런데 기대 만큼의 판매실적은 나오지 않았고, 자신만의 확고한 자리를 잡지 못한 듯한, 불안한 분위기가 감지되며, 단종 가능성이 제기됐다.
물론 아슬란은 2017년형 모델로 새롭게 출시되며, 조기 단종 사태를 막는 동시에 분위기 전환을 위한 재단장도 있었다. 2017 아슬란은 현대차 최초로 전륜 8단 자동변속기 및 람다II 개선 엔진을 탑재해 연비를 향상시키고, 세이프티 언락을 기본 적용한 것이 특징이었다. 특히 2017 아슬란의 연비는 기존 모델 대비 10% 가량 높아졌다.
그러나 아슬란은 거대하게 몰아붙이는 듯한 역사의 시간과 힘을 견디지 못했고, 결국 출시 3년여 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한때 현대차의 플래그십 세단으로 군림했지만, 이내 그랜저에게 기함의 자리를 내어주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