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판매량 덕분에 겨우 체면 지킨 현대 쏘나타
2020년 4월 국산차 판매 성적이 발표됐다. 국산 5개 제조사의 4월 한 달간 판매량은 142,329였고, 코로나 19 사태로 인한 개별소비세 인하 조치에도 불구하고 인기 차종만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압도적인 판매량을 자랑하는 현대 그랜저가 15,000대를 판매해 1위를 기록했고, 이어 기아 쏘렌토(9,270대), 3위 현대 아반떼(8,249대), 4위 기아 K5(7,953대)를 기록했다.
반면 현대 쏘나타 5,385대를 판매하며, 4위를 기록한 기아 K5에 한참 뒤처진 10위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적인 국산 중형 세단인 두 모델은 오랜 기간 동안 국산 중형 세단 시장에서 경쟁 체제를 이어왔다. 하지만 1세대 K5가 잠시 판매량을 추월한 것 외에는 줄곧 쏘나타가 국산 중형 세단 판매 1위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지난해 4월 출시한 8세대 쏘나타는 국산차 판매량 1위에 오를 만큼 높은 인기를 이어 왔다.
굳건히 지켜질 것으로 보였던 쏘나타의 입지는 지난해 12월 신형 K5가 출시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다. 올해 1월, 2월, 3월, 4월 판매 실적을 비교해보면 2월에 쏘나타가 약 700대 이상 판매량을 앞선 것 외에는 모두 K5가 앞섰고, 4월은 판매량이 무려 2,568대나 K5의 판매량이 앞섰다.
두 모델의 판매 실적 차이는 세부 모델을 확인했을 때, 더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작년 4월, 12월 각각 신모델을 출시한 쏘나타와 K5는 고급화 전략으로 택시를 출시하지 않았다. 이를 위해 택시 모델은 한세대 전 모델인 쏘나타(LF)와, K5(JF) 모델을 택시 전용 모델로 출시하고 있다. 앞서 언급한 전체 판매량은 이 택시 모델이 전부 합쳐진 모델로 택시 모델을 제외하면 두 모델의 판매량은 더욱 벌어진다.
쏘나타는 전체 판매량 5,385대 중 택시 모델 판매량이 1,451대로 약 27%에 달하고, K5는 전체 판매량 7,953대 중 택시 판매량 431대로 5.4% 수준이다. 일반 자가용 모델 판매 실적 차이는 3,588대로 일반 자가용 모델 기준으로 K5의 판매 실적이 2배에 달한다. 항상 국산 중형 세단 1위 자리를 지켜왔던 쏘나타에게는 비참한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런 양상을 보인 데에는 낮아진 중형 세단 구입 연령층과 디자인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패밀리카 이미지가 강했던 중형 세단은 구매 연령대가 20대 후반~ 30대 중반 수준으로 낮아졌고, 패밀리카 수요는 중형, 대형 SUV, 준대형 세단으로 넘어가는 추세다. 젊은 연령층의 구매율이 높은 만큼 '중형 세단=쏘나타'라는 공식 대신, 디자인과 같은 기타 요소를 반영해 구매를 결정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신형 쏘나타와 K5는 출시 초기부터 디자인에 대한 평이 갈렸다. 현대 쏘나타는 과감한 패스트백 라인과 히든 타입 주간주행 등을 적용해 디자인 호평을 받기도 했지만, 반대로 과감한 디자인으로 악평을 받기도 하는, 소위 말해 호불호가 강한 디자인이었다. 반면 기아 K5는 쏘나타와 같은 패스트백 라인을 적용했지만, 디자인에 대한 호평이 자자했다. 파워트레인, 섀시 등을 공유하는 두 차량의 특성상 디자인의 평이 좋았던 K5의 판매량이 높은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쏘나타와 K5의 판매 실적이 점점 차이 나는 상황을 고려했을 때, 현대 쏘나타가 어떤 변화 없이 판매량을 다시 앞서기는 어려워 보인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듯이 1세대 K5 역시 수려한 디자인으로 쏘나타의 판매량을 잠깐 동안 앞섰지만, 결국 쏘나타의 승리로 돌아섰다. 이번 8세대 쏘나타와 3세대 K5 역시 같은 결과를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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