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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승이 Jul 28. 2023

그냥 하면 되죠

야근하면..

올해 나의 업무는 나이스와 성적처리다

그리고 수업은 18시간과 동아리 1시간까지 총 19시수다.

원래 나이스는 교사의 일이 아니었다

교감이나 교무부장의 일이었다.

그런데 올해부터 나에게 해달라고 부탁했다

교감도 올해 처음 교감이 되었고

교무부장도 처음 교무부장이 되었다

교무부장은 교무부 자체가 처음이다

교감은 교무부장을 해보긴 했으나

부장만 했을 뿐 평교사로 교무부 일은 해본 적이 없다


두 분 다 나이스 시스템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관리가 안 됐다.

작년까지는 권한을 요청하면 며칠이 지나서야 받곤 했다

그래서 이참에 젊고 시스템에 대한 파악을 잘하는 교사에게 맡기자 했나 보다.

그렇게 선택된 자가 나다.


수학교사이고 성격은 별로 여도 일은 빨리 한다고 소문난 교사.


사실 일이 빠른 건 모르겠다

남든 쉬는 시간에 난 계속 업무처리를 할 뿐이다

어떤 교사는 낮잠도 잘 때, 난 카페인을 마시며 일을 한다.

평상시에 수업만 하고 쉬다가 초과근무수당 받으며, 저녁에 느긋하게 일해도 되지만 난 어떻게든 집으로 빨리 갈 생각뿐이다.

집에 가면 집에서 할 일이 또 있는 아버지니까


올해는 특히 쉽지 않았다.

4세대 나이스로의 개편이 예고되었고 그 시점은 6월 21일이었다. 딱 봐도 이상했다. 이 기간이면 기말고사를 준비하고 수행평가 입력을 마칠 시점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이관한다니

학기 초에 연수를 받으러 가서 왜 이 시점이어야만 하느냐 물어도 별 대답이 없었다

질문을 받은 분도 일개 교사일 뿐이다

자신도 한 달 먼저 써보는 것으로 연수할 뿐이라고

이 시범기간에 우린 어떻게든 준비를 끝내야 한다고 부탁했다.

파도는 밀랴오고 있었다.

나중에 오라고 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막아줄 단체도 사람도 없었다

교장은 “윤승샘은 똑똑하니까 잘할 거예요 그쵸”라고만 했다.


점점 6월이 다가왔다 베타버전의 사이트에 접속하고 이상한 점은 바로바로 신고했다 어제와 달라진 메뉴들을 보면 정말 베타테스트기간임이 실감 났다.

너무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오류를 볼 때면 처음부터 좀 제대로 만들 수 없었나 원망도 있었다.


그 후엔 권한관계에 대해 부장연수를 해야 했다.

3세대에선 교감이나 교무부장이 일괄로 권한을 주던 것을 4세대에선 각 부장들도 일부 자기 부원들에게 줄 수 있게 바뀌었다.

근데 이제 참 문제였가 평교사인 내가 부장들을 머아놓고 연수를 한다니..

행여 부장들이 왜 우리가 하냐고 하면 다 내일이 될 텐데..

그나마 난 15년 차다. 못하겠다고 버티는 부장에겐 부장이 할 때의 장점을 설명하며 설득했다.

하지만 행정실장은 듣는 둥 마는 둥 했다


베타기간이 끝날 무렵 각 부장이 권한을 잘 주었나 확인했다.

하나도 안 한 사람이 여럿이었다

그리고 하더라도 이상하게 한 사람도 여럿

왜 난 연수를 했나 ㅜㅜ

결국 찾아가서 일대일로 다시 안내했다

행정실의 경우엔 배우려고도 안 했다

얼마뒤에 나이 어린 주무관이 자기에게 알려달란다

자기가 그때그때 설명해 드리겠다고..


이제 어쨌든 준비는 끝났다 개통을 기다린다

난 교육청을 믿지 않는다

처음 나이스개통 때도 그랬고 에듀파인 때도 그랬다

일찍 하는 것은 마루타일뿐이다.

학교의 누구도 성적, 수행, 진로 등등 아무것도 입력하지 말라고 했다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정말 그랬다

모든 부분에서 오류가 나타났다

시스템업체에 문의하면 학교업무사정을 모르고

장학사에게 전화하면 나이스를 모르는 이상한 상황


뉴스에선 성적 답안 출력오류만 나왔지만 나이스 오류는 방학 전까지도 계속 있었다.

근데 내 잘못도 아니고 내가 전문가도 아니다.

나도 정말 딱 한 달정도 구경만 먼저한 사람이다.

심지어 데이터 없이 메뉴만 본 사람이다.

그런데 학교의 모두가 문제만 생기면 나에게 연락한다. 그중 반은 교사가 버튼을 잘못 누르거나 착각한 것이고 반은 진짜 나이스 오류들이다.

그런데 이 오류를 난 어찌할 수가 없다.

사진 캡처해서 질의란에 올리는 수밖에

근데 이건 오류발견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근데 나에게만 말한다.

기말고사 후에는 성적처리가 안 되는 문제가 있었다.

뭘 해도 안 되는 상황…

결국 새벽이 출근했다.

열흘 넘게 여섯 시에 출근해서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봤다. 뭘 해도 안되길래

아 이건 시스템문제라고 판단했다

그냥 성적처리를 마감하기로 했다


그런데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수행평가를 잘못했다는 교사

입력을 잘못했다는 교사

기준을 잘못적용한 교사들이 나타났다

하루에 한꺼번에도 아니고

하루에 한 명씩

방학을 며칠 안 남았고

이미 성적표도 출력한 상태..


성적표는 모두 폐기하고

사흘에 걸쳐 다시 새벽에 출근했다

그리고 난 방학전날부터 아파서 출근을 못했다.

다들 평소에 말한다

왜 이렇게 칼퇴하냐고

왜 일이 별로 없냐고

늦게까지 남아서 일하는 사람은 몇 없다고


일 학기내내 거의 매일 난 일곱 시 이전에 출근했고

항상 내가 문을 열고 들어가 환기도 시켰다

점심시간에도 일해야만 네시에 퇴근할 수 있었다


네시에 퇴근해야 다섯 시엔 내 아이를 돌볼 수 있으니까.

누가 알아줄 필요도 없고 알필요도 없다

다만 교사들이

자기 일 미룰 생각 말고 자기 일 많다고 궁시렁 댈 거면

주위를 둘러보라고 말하고 싶다

자기가 커피타임하는 그 여유

못 즐기는 사람이 있음을 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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