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 14만 대, 테슬라와 중국산 주목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전기차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2025년 국내 시장에서 벌어진 변화는 놀라움을 넘어 충격에 가깝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전기차 누적 판매량이 14만 대를 훌쩍 넘기며 전례 없는 상승세를 기록한 것이다. 수요 회복의 중심에는 예상치 못한 주인공이 있었고, 그 이면에는 국내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 미래에 대한 우려가 함께 도사리고 있다.
2025년 1~8월까지 국내 전기차 누적 판매량은 14만 2,456대. 이는 작년 같은 기간 대비 48.4% 급증한 수치로, 전체 신차 등록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도 8.9%에서 12.7%로 뛰어오르며 빠른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 극적인 반등을 이끈 일등공신은 국산차가 아닌, 역설적으로 수입차인 테슬라였다.
지난 5월 출시된 신형 테슬라 모델 Y는 가격 경쟁력을 갖춘 LFP 배터리를 탑재해 단숨에 주목받았고, 무려 2만 8,000대 이상이 판매되며 전기차 시장의 주도권을 장악했다. 이 모델 하나로 테슬라는 8월 수입차 브랜드 등록 대수 1위에 오르며 BMW와 벤츠를 제쳤다.
테슬라 모델 Y의 인기는 환영받을 일이지만, 한 가지 사실이 국내 업계에 불편한 진실로 다가왔다. 이 차량은 모두 중국 상하이 기가팩토리에서 생산된 ‘중국산’이다. 올해 1~8월 동안 국내에 수입된 중국산 전기차는 4만 2,932대로, 작년 대비 무려 69.4% 급증했다.
이는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30.1%에 달하는 수치로, 현재 국내에서 팔리는 전기차 3대 중 1대가 중국에서 만들어진 셈이다. 단순한 수입 확대를 넘어 국내 전기차 산업의 경쟁력과 생존 전략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는 지점이다.
국산차 업계도 손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기아 EV3와 레이 EV, 현대차 캐스퍼 일렉트릭 등 실속형 모델들이 연이어 출시되며 가격 경쟁력을 확보한 국산 전기차들이 시장에 활력을 더했다.
이들 모델은 실용성과 접근성을 무기로 다양한 소비자층을 공략했고, 그 결과 국산 전기차의 판매량은 전년 대비 48.2% 늘어난 8만 6,777대를 기록했다.
전체 전기차 판매에서 국산차가 차지한 비중은 60.9%로, 여전히 과반을 넘긴다. 하지만 시장의 분위기를 주도하고 수요를 폭발적으로 끌어낸 ‘게임 체인저’는 결국 수입 모델이었다는 점에서, 국내 완성차 업계가 마냥 웃을 수는 없는 상황이다.
시장 회복의 조짐에도 불구하고, 국가 차원의 목표 달성은 여전히 요원하다.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2025년 전기차 보급 목표를 33만 대로 설정했지만, 현재의 판매 추세로는 연말까지 약 21만 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업계는 강력한 경고음을 내고 있다. 강남훈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회장은 “대외 여건상 수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내수 시장이 국내 산업을 지키는 유일한 돌파구”라며, 국산 전기차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적 지원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IRA(인플레이션 감축법)를 언급하며, 국내 생산을 유도하는 세제 혜택 도입을 제안했다. 이는 단순한 판매 촉진이 아닌, 국내 제조 기반을 보호하고 산업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한 전략적 접근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25년 국내 전기차 시장은 양적 성장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그 성장의 중심에 국산차가 없다는 사실은 뼈아프다.
테슬라와 중국산 전기차의 기세에 밀려, 국내 산업이 구조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다면 현재의 성과는 오히려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지금이야말로 단기적인 수치가 아닌, 산업 전반의 지속 가능성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