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픽셀·심리스 램프, 벤츠까지 채택하며 전동화 시대 디자인의 기준
디자인은 단순한 스타일이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기술력을 집약한 언어다. 그리고 지금, 세계 자동차 업계가 ‘이 언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놀랍게도 그 중심에는 현대자동차가 있다. 과거 ‘빠른 추격자’로 불리던 현대차가 이제는 벤츠까지 따라오게 만든 ‘디자인 트렌드 리더’로 부상했다.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이 전기차 시대에 맞는 새로운 얼굴을 찾는 가운데, 메르세데스-벤츠는 자사의 신형 GLC EV에 현대차의 ‘픽셀’ 디자인을 연상케 하는 그릴을 채택했다. 942개의 LED 도트로 구성된 이 그릴은 단순한 모방을 넘어서, 현대차가 2019년부터 전개해온 전동화 철학에 대한 사실상 ‘공감’이었다.
픽셀은 현대차가 아이오닉5를 통해 본격 도입한 시그니처 디자인 언어로, 단순한 기하학이 아닌 디지털 시대의 본질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이상엽 부사장은 이를 “디지털의 최소 단위이자 전동화의 아이콘”으로 정의하며 브랜드 정체성의 중심에 놓았다. 벤츠가 이를 수용했다는 사실은, 픽셀이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되고 있음을 상징한다.
현대차 디자인의 영향력은 벤츠에 그치지 않는다. 최근 공개된 피아트의 ‘그란데 판다’는 전면부와 테일램프에 노골적인 픽셀 그래픽을 적용했고, 토요타의 플래그십 SUV ‘센추리’는 제네시스 GV80의 두 줄 램프를 연상시키는 구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차량의 크기나 목적은 다르지만, 브랜드가 상징적으로 삼는 요소에서 현대차의 흔적이 짙게 묻어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이는 더 이상 우연이나 오마주가 아닌, 현대차 디자인 철학의 국제적 영향력 확대를 의미한다.
현대차의 디자인이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심리스 호라이즌 램프’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이 일자형 램프는 그랜저, 코나를 통해 전 세계에 공개된 후 수많은 브랜드가 유사한 구성을 시도했지만, 기술적 완성도에서 현대차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벤츠 EQS 역시 수평형 램프를 채택했지만, 중앙이 끊기거나 로고로 분리되어 있어 완성도에서 차이를 보인다.
반면 현대차는 수백 개의 LED를 반사체와 이중 구조의 이너 렌즈를 통해 간접광으로 구현하며, 심미성과 충돌 안전성까지 모두 만족시키는 고도의 기술력을 선보이고 있다. 이는 디자인이 단순한 외형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다시 한번 증명한다.
과거의 현대차는 ‘헥사고날 그릴’처럼 외국 브랜드의 유행을 빠르게 받아들이던 ‘패스트 팔로워’였다. 그러나 이상엽 부사장이 이끄는 디자인 혁신 이후, 픽셀과 심리스 호라이즌이라는 독창적인 디자인 언어를 통해 전 세계 브랜드가 주목하는 ‘트렌드 세터’로 탈바꿈했다.
디자인은 이제 단순한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브랜드 철학과 기술력을 압축한 전략의 중심이며, 현대자동차는 바로 그 중심에서 전동화 시대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유럽의 눈길까지 사로잡은 K-디자인, 그 주역은 분명 ‘현대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