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EQS 세단, 디자인 혹평과 중고차 감가 폭탄으로 명성에 큰 타격
‘삼각별’의 위엄은 한국에서 특별하다. 플래그십 세단 시장에서 독보적 존재감을 과시해온 메르세데스-벤츠가 한국 소비자들 앞에서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바로 브랜드 최초의 전기 플래그십 세단, EQS 이야기다.
출시 3년 만에 최대 61.5%의 감가를 기록하며 중고차 시장에서 1억 원 넘는 가격 하락을 겪고 있는 EQS는, 고급 전기차 시장의 민낯을 드러내고 있다.
벤츠 EQS의 감가 폭은 단순한 전기차 특성을 넘어선 수준이다. 2024년형 EQS 450+ 인증 중고차는 주행거리 71km에 불과함에도 신차가 1억 6,390만 원에서 5,590만 원 하락한 1억 800만 원에 거래되고 있다.
연식이 지난 모델의 경우 그 하락폭은 더 크다. 2022년식 EQS 450 4매틱은 6만 km 주행 기준 8,550만 원에 불과했고, 초기 모델인 2021년식은 평균 시세가 5,343만 원까지 떨어졌다. 불과 3년 만에 1억 원 이상 하락한 셈이다. 감가율은 최대 61.5%에 달한다.
이처럼 극심한 감가의 핵심 원인으로 ‘디자인’이 지목되고 있다. EQS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EVA2)의 장점을 살려 공기역학 성능을 극대화했지만, 그 대가로 플래그십 세단에서 중요한 전통적인 비율을 포기했다.
‘캡 포워드’ 형태의 둥글고 짧은 전면부 디자인은 고급 세단에 기대되는 위엄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망둥어 같다”는 혹평도 나왔다. 반면 경쟁 모델인 BMW i7은 기존 7시리즈의 전통적인 외관을 유지하면서도 전동화를 이뤄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다.
EQS의 시장 실패는 단순한 감가를 넘어 판매량에서도 극명하게 드러난다. 2025년 3월 부분 변경 모델 출시 이후 10월 17일까지 EQS의 누적 판매량은 38대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BMW i7은 432대가 팔려,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BMW가 전통적인 세단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전동화를 자연스럽게 녹여낸 반면, EQS는 미래지향적이지만 낯선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 차이는 한국 소비자들이 플래그십 세단에서 기대하는 ‘존재감’과 ‘보수적 품격’을 무시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같은 플랫폼을 공유하는 EQS SUV의 경우, 감가가 진행 중이긴 해도 EQS 세단처럼 1억 원대 폭락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실제로 중고차 플랫폼에 등록된 EQS SUV는 29대, 세단은 59대로 SUV 모델의 선호도가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난다. 이는 결국 디자인이 결정적인 요인이었음을 보여준다.
EQS 세단은 성능 면에서 333마력, 568Nm의 토크, 제로백 6.2초, 478km의 항속거리를 자랑하지만, 고급 세단에서 가장 중요한 ‘형태의 존재감’을 확보하지 못한 채 시장의 혹독한 평가를 받았다.
기술적 진보만으로 럭셔리 시장을 설득할 수는 없다. 벤츠 EQS의 실패는 전기차 전환이라는 시대의 흐름 속에서도, 브랜드 헤리티지와 디자인의 중요성이 여전히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상기시킨다.
한국처럼 고급 세단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시장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전기차로의 전환이 곧 정답은 아니다. 핵심은, 전통과 미래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다. EQS의 교훈은 지금 전기차를 준비하는 모든 브랜드에게 중요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