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쏘울, 올해 10월부로 단종... 박스카 아이콘의 퇴장
한때 도로 위에서 가장 독특하고 당당했던 실루엣, 기아 쏘울이 결국 단종 수순을 밟았다. 17년간 세계 시장을 누비며 150만 대 이상 팔린 이 박스카는 단순한 차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햄스터가 춤추던 광고처럼, 쏘울은 단조로운 자동차 시장에 통통 튀는 반란을 일으켰던 존재였다. 그리고 이제, 그 반란은 조용히 막을 내린다.
기아 쏘울은 2008년 파리 모터쇼에서 첫 공개된 이후, 박스카 열풍에 맞춰 실용성과 개성을 동시에 잡은 디자인으로 주목받았다. 단순히 각진 디자인의 소형차가 아닌, ‘쿨하다’는 인식을 만든 건 바로 전설적인 햄스터 광고였다.
랩 음악에 맞춰 춤추던 햄스터들은 쏘울을 자동차 이상의 문화 아이콘으로 만들어냈고, 이는 북미 시장을 중심으로 폭발적인 판매로 이어졌다.
2009년 미국 데뷔 이후 쏘울은 매년 성장세를 이어가며, 2015년에는 미국 시장에서만 약 15만 대가 판매됐다. 젊은층은 물론, 승하차가 편한 구조 덕분에 실용성을 중시하는 중장년층까지 포섭하며 진정한 ‘세대를 아우른 차’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도로 위 풍경은 변했다. 낮고 각진 박스카보다 크고 근육질의 SUV가 대세가 되었고, 자동차 산업 전반은 ‘전동화’라는 새로운 축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여기에 더해 원자재 가격 상승, 배출가스 규제 강화는 합리적 가격을 지켜야 하는 쏘울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기아는 쏘울 EV로 새로운 활로를 찾으려 했지만, 미국 시장에서의 조기 철수는 전기차 파생 모델로서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주었다. 결국 기아는 쏘울을 역사 속으로 보내고, EV 시리즈 및 SUV 중심 라인업에 집중하기로 방향을 전환했다.
쏘울의 빈자리는 셀토스, 니로, 향후 출시될 K4 해치백 등이 채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쏘울이 지녔던 독특한 캐릭터, ‘첫 차’로서의 가성비, 개성 넘치는 디자인을 동시에 충족시키는 모델은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쏘울은 단순한 박스카가 아니라, 젊은 세대에게는 ‘내 차’의 감각을 처음 선사해준 모델이었다.
기아 미국법인 에릭 왓슨 부사장은 “쏘울이 남긴 유산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아 유틸리티 차량의 미래가 더욱 기대된다”고 말했지만, 그 유산을 대체할 수 있는 ‘감성’까지 이식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기아 쏘울의 단종은 단지 한 모델의 퇴장을 의미하지 않는다. 이는 박스카의 시대, 개성을 중시하던 엔트리카의 문화, 그리고 ‘가성비로 감동을 주던 시절’의 끝을 상징한다.
모두가 SUV와 전기차만 외치는 시대, 쏘울의 퇴장은 자동차 시장의 다양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신호다. 도로 위에서 햄스터는 더 이상 춤추지 않지만, 기아 쏘울이 보여준 반란의 기억은 여전히 많은 이들의 마음속에 살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