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스바겐 파사트·제타, 3천만 원대 가격에 크기·성능·옵션까지 준수
“이 가격이면 수입차도 가능하다”는 말이 더 이상 허세가 아니다. 폭스바겐이 3천만 원대 가격으로 중동 시장에 선보인 파사트와 제타는 국산 중형 세단을 위협하기에 충분한 상품성을 갖췄다.
쏘나타보다 큰 차체, 풍부한 옵션, 탄탄한 파워트레인까지 갖추고도 국산차보다 저렴한 이 두 독일 세단은, 아이러니하게도 국내 소비자에겐 '그림의 떡'이 됐다.
폭스바겐 파사트는 이름만 독일 세단이 아니다. 전장 4,930mm에 휠베이스는 무려 2,871mm로, 현대 쏘나타 디 엣지(2,840mm)보다 31mm 더 길다. 이는 실내 공간에서도 한 체급 위의 여유를 제공한다. 함께 출시된 제타(사기타르 L 기반)도 휠베이스 2,686mm, 전장 4,740mm로 준중형의 경계를 훌쩍 넘는다.
이렇듯 체급에서도 우위를 점한 두 모델은 가격까지 ‘반전’을 이룬다. 파사트는 한화 기준 약 3,853만 원, 제타는 약 3,273만 원부터 시작한다. 이는 쏘나타 하이브리드 풀옵션 모델보다 수백만 원 저렴한 가격이다.
중국 FAW-폭스바겐 합작 공장에서 생산된 이 차량들은 품질과 마감에서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면서도, 생산비용 절감을 통해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 두 세단이 단순히 저렴하기만 하다면 이 정도의 반응은 없었을 것이다. 파사트와 제타는 실내 구성을 통해 다시 한 번 소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최대 15인치에 달하는 디스플레이, 헤드업 디스플레이(HUD), 파노라마 루프, 통풍 및 마사지 시트,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ACC) 등 국내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편의사양이 대부분 기본 혹은 선택으로 탑재되어 있다.
이는 단순히 '싼 수입차'가 아닌, 품질과 감성을 두루 갖춘 ‘합리적인 대안’으로서의 입지를 충분히 갖췄다는 의미다.
폭스바겐은 가성비뿐 아니라, 파워트레인 구성에서도 실용성과 퍼포먼스를 절묘하게 조율했다. 제타는 1.5리터 TSI 터보 엔진을 탑재해 일상 주행에서 충분한 동력 성능과 연비를 제공하며, 파사트는 1.5리터(160마력)와 2.0리터 TSI 터보(220마력) 두 가지 엔진을 선택할 수 있다.
특히 2.0 TSI 엔진은 7단 DSG 변속기와 조합되어 최대토크 35.7kg·m의 강력한 힘을 뿜어낸다. 이 수치는 중형 SUV급 출력을 상회하는 수준으로, 도심 주행은 물론 고속도로에서의 여유로운 가속 성능을 기대할 수 있다.
이렇듯 실속 있는 파워트레인 구성은 단순한 ‘싼 차’가 아닌, 운전의 즐거움까지 고려한 세팅이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하지만 이 뛰어난 세단들은 정작 국내에서는 출시 계획조차 없다. 폭스바겐코리아는 SUV와 전기차 중심의 라인업 재편을 이유로 파사트 세단과 아테온을 단종시켰고, 이번 제타와 파사트도 중동 시장에만 공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국내 소비자들은 “왜 한국만 빠졌느냐”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특히 쏘나타와 K5가 고급화를 이유로 매년 가격을 올리는 상황에서, 이처럼 가격·성능·크기 삼박자를 고루 갖춘 ‘진짜 대안’이 배제된 점은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
자동차 커뮤니티에서는 “SUV만 팔겠다는 고집이 소비자 외면으로 이어질 것”, “선택권조차 주지 않으면서 수입차 경쟁력을 논할 수 있겠냐”는 비판도 끊이지 않고 있다.
폭스바겐 파사트와 제타는 단순한 ‘저가형 수입차’가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실내 공간, 성능, 편의사양까지 두루 갖춘, 국산차에 진짜로 위협이 될 수 있는 ‘체급 넘버원 세단’이다.
하지만 이 탁월한 모델들이 한국 시장에서는 판매조차 되지 않는다는 현실은 소비자에게 ‘선택의 자유’조차 허락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국산차의 가격이 높아지는 지금, 폭스바겐의 ‘한국 패싱’이 남긴 허탈감은 오히려 이들의 상품성을 더욱 선명하게 부각시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