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은 괜찮겠지?'라는 생각이 불러온 위험한 착각
도로 위에서 ‘잠깐만’ 세워뒀던 갓길 정차가 사고·형사처벌·과태료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승객을 태우거나 휴대폰을 확인하는 단 몇 분의 행동이 비상차로를 점령하는 불법 행위로 간주되는 만큼, 운전자 인식 개선이 절실하다.
특히 최근에는 AI 단속 시스템까지 도입되면서, 갓길 정차는 사실상 회피 불가능한 단속 사각지대가 되고 있다.
갓길은 ‘비상차로’로, 일반 차량은 정차조차 금지된 공간이다.
도로교통법 제2조 제28호는 5분 미만 정지 상태를 ‘정차’, 5분 초과 또는 운전자 이탈을 ‘주차’로 구분하지만, 갓길은 이 둘 모두에 해당하지 않는 절대금지구역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예는 ▲소방시설 전방 5m 이내 ▲횡단보도 전후 ▲교차로 모서리 ▲버스정류장 전면 등으로, 갓길임에도 정차 자체가 불법으로 간주되며 승용차 기준 과태료 4만~12만 원이 부과된다.
특히 운전자가 차량에서 내린 상태라면 사고 발생 시 과실 비율이 높게 산정되므로 더욱 위험하다.
한국도로공단 교통사고 자료에 따르면, 갓길 정차 차량 관련 사고는 2024년에만 64건이 발생했다.
2025년 상반기 기준 이미 39건을 넘어섰고, 이 중 상당수는 ‘운전자가 차량에 타 있지 않은 상태’에서 벌어졌다.
대표적 사례는 2025년 5월 부산 해운대의 3중 추돌 사고다. 갓길에 정차한 택시를 졸음운전 차량이 들이받아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당시 택시는 “승객 승하차 중”이었지만 정차 시간이 5분을 초과해 불법 주정차로 간주됐고, 형사책임 소지도 발생했다.
지자체들도 대응 수위를 높이고 있다. 서울 서초구는 전국 최초로 ‘AI 기반 불법 주정차 단속 시스템’을 도입, 실시간 정차 시간을 측정해 3분 이상 시 단속에 착수한다.
이 시스템은 차량 번호판·정차 시간·위치 정보를 자동 인식, 사전 경고 후 과태료를 부과하며, 사람이 개입하지 않아 공정성도 확보된다.
기존 수동 방식에서는 민원·허위 제보·신고 누락 등의 문제가 있었지만, AI 단속 도입으로 운전자가 빠져나갈 틈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2025년 인식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 이상(42%)이 갓길 정차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이 중 62%는 정차 시간이 5분을 넘겨 사실상 ‘주차’로 간주됐고, 단속 기준을 모른 채 위반한 경우도 많았다.
더 큰 문제는 ‘갓길 정차가 불법 단속 대상’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인지한 비율이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즉, ‘잠깐은 괜찮다’는 착각이 법적 처벌과 사고 위험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갓길은 구조상 소방차, 구급차, 경찰차 등 긴급 차량을 위한 전용 공간이다.
부득이하게 정차해야 할 경우에는 ▲비상등 점등 ▲안전삼각대 설치 ▲신속한 견인 요청 등 법이 요구하는 최소한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운전자가 자리를 이탈했다면, 단속은 물론 형사책임과 보험 불이익까지 받을 수 있다.
단속을 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갓길이 ‘위험을 피하는 공간’이지 ‘잠시 쉬어가는 공간’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도로 위의 안전은 AI가 아닌 운전자의 ‘생각과 태도’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