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면허·안전모 미착용이 전체 위반 90% 넘어
도심의 빠른 이동 수단으로 각광받았던 전동 킥보드가 이젠 사고·위반의 상징으로 바뀌고 있다.
서울과 제주를 포함한 전국 각지에서 단속 강화 움직임이 본격화됐지만, 무면허 운전과 안전모 미착용 같은 기본적인 위반이 전체의 90%를 넘어서며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제는 ‘이용자 수’보다 ‘위험도’가 먼저 주목받는 현실 속에서, 단순한 계도보다 근본적인 시스템 정비가 요구된다.
제주경찰청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1~9월 기준 개인형 이동장치(PM) 관련 법규 위반 건수는 총 409건이다.
그중 안전모 미착용이 243건(59.4%), 무면허 운전이 145건(35.4%)으로, 대부분이 기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은 사례였다.
이처럼 ‘면허 없이 타고, 헬멧도 안 쓰는’ 이용 행태는 단순 위반을 넘어 교통 인프라의 근간을 흔드는 요인이 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발표한 2023년 통계에 따르면, 개인형 이동장치 관련 사고로 응급실을 찾은 부상자는 총 1,258명이며, 이 중 전동 킥보드 이용자가 86%를 차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연령대다. 15~24세 청소년층이 전체 사고자의 40%를 차지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운전면허가 없는 상태로 이용 중이었다.
또한, 4명 중 3명은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단순한 기계적 결함이 아닌 이용자의 인식 부족이 사고의 근본 원인임을 보여준다.
전동 킥보드는 법적으로 원동기 이상의 운전면허가 필요한 교통수단이다. 위반 시 무면허 운전은 범칙금 10만 원, 헬멧 미착용은 2만 원, 2인 탑승 시 운전자에 4만 원이 부과된다.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대부분의 공유 킥보드 앱은 면허증 사진 업로드만 요구할 뿐, 실사용자의 신원 확인이나 명의 일치 여부는 검증하지 않는다.
이 허점을 이용해 청소년도 손쉽게 킥보드를 대여하고, 단속은 그 뒤를 쫓는 형국이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킥보드 운행을 막기 위해 특정 구간의 공유 킥보드 통행을 전면 금지하는 정책을 시행 중이다.
2025년 5월부터 홍대 걷고 싶은 거리, 반포 학원가 일대를 ‘킥보드 없는 거리’로 지정하고, 낮 12시~밤 11시까지 운행을 금지했다.
그 결과, 통행량은 76% 감소, 무단 방치는 80% 줄었고, 시민 만족도는 98%에 달했다.
서울시는 앞으로 금지 구역을 확대하고, 경찰과 협업해 위반 시 범칙금 3만 원, 어린이보호구역은 6만 원과 벌점 30점을 부과할 방침이다.
제주경찰은 최근 '안심 스티커 캠페인'을 도입해, 킥보드에 부착된 QR코드를 통해 다국어 안전 교육 영상을 안내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제도에 비해 실질적인 억제력은 낮다. 면허 인증이 형식적인 절차에 불과한 상황에서는 계도 위주의 캠페인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하다.
전문가들은 “면허 실명 인증 시스템의 의무화와 청소년 대상 안전 교육의 강화”를 우선순위로 제시하며, 단속보다 사전 예방 시스템 구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전동 킥보드는 분명 도심 속 효율적인 이동 수단이지만, 관리 부재 속에서 법의 사각지대와 안전의 구멍을 동시에 키워왔다.
단속이 강화돼도 인식과 시스템이 바뀌지 않으면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 수밖에 없다. 이제는 법보다 먼저 사용자의 의식이 바뀌어야 할 시점이다.
진정한 안전은 단속이나 처벌이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책임 의식에서 시작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상기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