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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utumn dew Dec 10. 2023

한 번은 성공하고 한 번은 실패할 것

더 나은 실패를 위해

치기 어린 청소년들의 도전이었지만, 중3 때 나와 비슷하게 글을 좋아했던 단짝친구와 그 해 연말 신춘문예에 작품을 응모한 적이 있다. 우리 당시 소녀감성 가득한 편지도 자주 주고받고, 공책에 릴레이 소설 쓰기 같은 소소한 취미생활도 함께 했기에 서로가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더군다나 그 친구는 하나를 좋아하면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더 확장시켜 나갔던 용기 있는 친구였는데, 어느 날 갑자기 신춘문예에 우리의 글을 내보자는 제안을 했다. 나는 친구 덕분에 그때 처음, 신춘문예가 무엇인지를 알았다.


친구의 제안에 괜스레 들떴었고 신춘문예에 응모하기 위해 나는 시를, 친구는 산문을 썼던 걸로 기억한다. 열여섯 중딩의 과잉된 사춘기 감성을 꾹꾹 담아 우리는 출품작을 완성했고, 둘이서 뭘 안다고 서로 보여주며 "이만하면 됐다!"하고 마무리를 지었다. 그리고 수업을 마치자마자 같이 우체국에 갔던 기억이 난다.


결과는 당연히 낙방. 그리고 그해 당선된 신춘문예작들이 공개되었는데 어린 중학생의 눈에 다소 난해했던 그해의 당선작들을 보며, 이런 고차원 문학인들  내 글이 얼마나 형편없었을까 부끄럽기도 했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았던 코로나 시국의 한가운데였던 2년 전 여름. 머리를 쥐어뜯으며 다녔던 대학원을 졸업하고, 쌀쌀해진 날씨와 함께 마음이 헛헛해져 있었다. 다시금 찾아온 도전 없는 무난한 일상. 그렇게 여느 때와 다름없던 어느 날, 공문을 접수하다 지역의 어느 기관에서 보낸 일반시민 대상 아이디어 공모전 하나가 눈에 띄었다. 주제를 보다 보니, 평소 생각해 두었던 안(案) 하나떠올랐다. 잘 다듬어 제출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며칠간 열심히 작성해 제출했다. 그리고 얼마 뒤, 해당 공모전에서 운 좋게도 동상을 받았다.


부상으로 금액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전통시장 상품권을 꽤 두둑이 받았는데 기분내기로 사무실에 시장 분식 일체를 여럿 사 식을 한턱, 가족들에게는 각자 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사줬던 걸로 기억한다. 도전 덕분에 얻어낸 도파민 과다의 수줍은 성취와 더불어 파생된 소소한 추억거리들.




언젠가부터 나는 나를 타자화, 정확히 말하자면 자화(?)하기 시작했다. 비유하자면, 내가 나를 육아한다고나 할까. 예를 들어, 여행을 떠나는 일도 '나에게 좋은 경험을 얻게 하기 위해서 나를 여행 보내겠다'는 취지로 수학여행 보내듯 나를 떠나내는 것이다. 지금 당장 어떤 결과로 드러나진 않지만 언젠가 좋은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우리 애, 좋은 거 많이 봐둬야지!' 하는 엄마마음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공모전도 나에게 도전하게끔 시켜보게 되었다. '전문가 선생님, 우리 아이 글 쓰는 게 좀 괜찮은지 봐주세요' 하는 느낌으로. (그런 이유로 브런치 프로필 사진 나의 어린 시절 사진이다.)


공모전 수상의 여운이 남아있던 이듬해, 지금으로선 작년 여름. 나는 브런치에 도전했다 낙방했다. 그리고 이어, 청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다른 공모전에 응모했다 또 낙방했다. 나름 나의 최선들을 담아냈다 생각했는데 두 곳에서 연이어 낙방했다.



공모전에서 떨어지자마자, 이왕 이렇게 된 거 충격이 가시기 전에 브런치에 재도전해야겠다 생각했다. 또 떨어지더라도 오히려 이런 카오스 상태타격감이 덜 할 것만 같았다. 이번에 떨어지면 내년까지 쓰라린 마음과 에너지를 보충하리라 마음먹었거늘, 다행히 두 번째 도전 만에 브런치에 합격했다. 결과적으로 그해 가을, 나는 한 번은 성공했고 한 번은 실패했다.


그리고 올해. 나는 올해도 남모르게 지역의 어느 공모전에 도전장을 내밀었고, 또 낙방했다. 나름 최선을 다해서 써 내려갔다고 자부했거늘, 주최 측 취지에 부합하지 않았거나 어딘가 과하거나 부족함이 있었리라. 하지만 다행히, 이 쓸쓸함과 별개로 올해엔 나름 두 달간 공부해서 취득한 회계자격증이 있다. 오랜만에 도전한 자격증 시험이었는데 남들 눈에는 대수롭지 않겠지만 나에겐 귀한 경험이었다. 그렇게 또 나는 올해, 결과적으로 한 번은 성공했고 한 번은 실패했다.




직장선배의 결혼식이 있어 서울을 다녀왔던 지난 주말. 같이 간 선배와 '기업가 정신'을 주제로 하는 어느 전시회에 다녀왔다. 전시회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였던 실패. '긍정적인 실패'에 대한 다양한 인사이트들이 나를 자극했다. 그리고 그곳에 전시된 업가 비하면 상대적으론 아주 작지, 내가 보유한 작은 실패들도 나름 귀한 자산 확인받은 것 같아 족스러웠다. 그래서 그 뿌듯함에 힘입어, 이곳에 나의 소소한 실패의 역사를 겨둔다.



앞으로도 매년, 생업과는 관련이 없지만 자기만족과는 관련이 있는 일에 한 번은 성공하고, 한 번은 실패할 생각이다. 이렇게 다짐하면 적어도 두 번은 도전할 테니. 왜 꼭 한 번의 성공과 한 번의 실패냐 묻는다면 50%의 확률이라도 성공을 기대하지 않으면 열과 성을 다하지 않을 것이고, 50%의 확률로 실패를 예측하지 않으면 도전 자체의 미보다는 결과에 부담을 갖게 될 것 같아서라 말하고 싶다.


그러니, 내년에도 꼭 한 번은 성공하고 한 번은 실패하자. 이 정도면 꽤나 안전한 예측 아닌가. 그러다 보면, 똑같은 실패라도 매년 실패의 질은 나아질지도 모른다.



겁쟁이지만 해보고 싶은 건 많은,

우리 아이(=나)의 도전은 내년에도 계속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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