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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렉싱턴 Jan 21. 2016

대한민국 검사 이야기

서영제,<누구를 위한 검사檢事인가>

다른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 보는 것은 대체로 재미있는 일일 것입니다. 특히 젊은이에게는 말이죠. 인생의 선배들이 한 권씩 남겨 놓은 책을 읽으며 그들의 삶을 따라가 본다는 것은 앞으로 각자가 살아갈 날들에 대해 가늠해볼 수도 있을 것이고, 어떤 것을 배우고 버려야 할지 깨닫게 되는 기회가 되리라 봅니다. 꽤 재미있게 읽은 책을 만났습니다. 서영제 변호사가 쓴 <누구를 위한 검사인가>라는 책입니다. 책 제목은 검찰 비판서처럼 느껴집니다만, 평검사에서 고검장까지 역임하고 은퇴한 본인의 검사생활을 정리한 글입니다.



대한민국에서 검찰이라는 존재는 비판을 많이 받는 집단이면서 동시에 두려움, 정의의 대상으로 인식되기도 합니다. 검찰총장으로 누가 임명될지 언론에서는 큰 관심을 가지고, 주요 보직에 임명된 검사들도 꼼꼼한 이력과 함께 신문지상에 보도됩니다. 드라마에서도 검사는 주요 소재가 되죠. 그 예전에 공전의 히트를 쳤던 모래시계에서부터 최근에 방영된 오만과 편견, 펀치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입니다.



하지만 일반 시민이 검찰 조직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고 있지는 않아 보입니다. 겉으로 드러난 모습 외에 특별히 관심 가질 일도 없는 것처럼 느껴지고요.  검찰은커녕 일반 법률 지식과도 거리감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하물며 검찰이겠습니까? 검찰 출신 인사들도 특별히 검찰 조직에 대해 언급하지 않으니 일반인들은 자세히 알기 힘듭니다.



서영제 변호사는 서울지검에서 검사생활을 시작하여 대구고검장으로 검사생활을 마무리했습니다. 기회가 되어 조선일보에서 검사 시절을 회고하는 글을 연재하게 되었고, 작년 말에 책으로 엮여 나왔습니다. 책을 구입하고 보니 생각보다 훨씬 두꺼워서 놀랐습니다. 부담이 좀 되긴 했지만, 읽다 보니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저자께서 꼼꼼하게 기록을 해 두어서 내용이 두꺼워졌겠지만, 일목요연하게 편집되어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있었습니다. 당연히 논픽션이다 보니 실제 등장하는 인물들을 보면서 최근 20~30년의 현대 한국사회에 획을 그었던 사건들도 떠올려 봅니다. 검찰에서 일하면서 그에게 특히 깊은 인상을 주었던 인물들은 두 번 세 번 서술하면서 그 인물들에 대해서도 좀 더 잘 알게 되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일부러 드러내 보이거나 하는 느낌 없이 정중하고 겸손한 글은 거부감이 없었습니다.



수사기법이나 재판 과정에서의 제언들은 곱씹어볼 만한 것들이 많았습니다. 검찰 수사과정에서 감청수사 등을 적극적으로 사용할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으며, 배심원제도 도입, 다른 나라에서의 검찰 제도 등에 대해서도 저자가 고민한 부분에 대한 의견을 상당한 분량을 할애하여 독자들에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특히 현재 대한민국에서 몇 번 시행된 바 있는 특별검사제도의 위헌성에 대해 본인이 연구한 바를 치우침 없이 설명하고 있습니다. 저도 예전엔 막연히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항에서는 특별검사가 여러 모로 좋은 제도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만, 입법부로부터 임명된 특별검사가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해치지는 않는지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되며, 만약 그렇다면 위헌성을 피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서 생각해 봐야 할 것입니다. 특별검사제도가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요. 저자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특임검사제도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웨덴 검찰의 옴부즈맨 제도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하지만 역시 아무리 좋은 시스템이라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린 것만큼, 우리가 얼마나 취지에 맞게 잘 사용하고 후예에 좋은 전통을 남기느냐는 더 어렵고도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네요. 죄 있는 사람의 죄를 명명백백히 밝혀서 그 대가를 치르게 하고, 혹시나 억울한 이가 있다면 그 누명을 벗겨 주는 것. 점점 복잡해지는 사회에서 어려워져만 가고 있지는 않은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겠느냐!라는 말처럼, 개인의 삶을 돌아보면 부끄러움이 많을 것입니다. 대부분은 본인만 알고 남들은 모르는 것들이기에, 개인의 삶을 기록하고 남들에게 숨김없이 내보이려고 하면 부끄러움이 앞서기 마련입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저자는 떳떳한 삶을 살아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자신이 실무자로서 수사를 할 때나, 인간관계에서 반성했어야 하는 점도 가감 없이 실어 그 진실성이 더욱 느껴집니다. 이 글이 인터넷에 연재됐던 모양인데, 소위 말하는 '악플'도 발췌하여 책에 실어 두었다는 게 재밌었습니다. '겸손이 아쉽다!' '너는 얼마나 떳떳한  검사인가?'라는 댓글을 함께 싣고 본인의 진지한 코멘트를 곁들인 집필 후기를 읽으며 이 분이 독자들이랑 진실되게 소통하고 싶었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정말 외압이나 주변 상황에 관계없이 오로지 대한민국 법에 의거하여 검사로서의 직무를 다해 온 본인이지만, 검찰총장에 인선되지 못했을 때 느꼈던 좌절과 심경을 솔직히 고백했을 때에도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 인간의 검사로서의 삶을 기록한 것이라고 소개드릴 수 있겠습니다만, 법조계  관련자뿐만이 아니라 저 같은 일반 시민도 읽어 보면 인간관계에서나 삶의 자세에서 느끼는 바가 있을 것 같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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