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섯 번째 동굴 안 이야기
<짜증 나는>
짜증은 마음에 들지 않아서 역정이 나는 상태예요.
나는 어떤 상황에서 짜증이 나나요?
어젯밤 언니가 오늘 아침 산을 가자고 했다. 무심결에 "응"이라고 대답해 버린 나는 산을 가야 할 상황이 돼버렸다.
하지만 산에 가겠다고 대답한 어젯밤 상황은 머릿속에서 지워진 지 오래였기에 나는 짜증이 났다.
아빠는 어서 일어나라고 암막커튼을 치고 창문을 열었다.
엄마는 사랑이도 준비를 다 했다며 산에 같이 가자고 말했다.
언니는 방문을 열고 들어와 이불을 걷으며 어제 약속을 했으니 어서 일어나라 설득했다.
결국 산을 가기 위해 일어난 나는 기분이 태도가 된 채 등산을 했다. 아빠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 언니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담, 엄마가 말을 걸어도 묵묵부답으로 길을 걸으며 홀로 산을 걸어 올라갔다.
도서관에 다닐 때, 항상 핸드폰 메모장에 적어 뒀던 말이 있었다. 그게 바로 '기분이 태도가 되지 말자'였다. 내 기분은 언제나 태도로 드러났고 상대를 불편하게 만들기 바빴다. 하지 않으면 되지만 그것을 행하며 화살은 다시 나에게 날아온다.
'아, 내가 살아있지 않다면 굳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텐데' 하며 생각의 흐름은 언제나 나쁘게 흘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