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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Aug 09. 2021

결국 이렇게 될 것을

산재의 결말


7월 8일 서초지사 산재 담당자에게 연락이 왔다. 질병판정위원회에 내 자료를 넘길 건데, 그전에 추가로 요청할 영상이 있다는 것이다. 전 직장에서 근무하며 허리에 무리를 주었던 동작들을 영상으로 찍어서 보내주면 판정위원회가 나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거다.


'하, 아직 끝난 게 아니구나.'

지긋지긋한 이놈의 산재는 끝이 없다. 서류를 첨부해도 계속 붙임 1, 붙임 2가 생기니 지칠 수밖에 없다.  


통화를 종료한 뒤, 기존에 산재 담당자에게 보냈던 서면문답서를 살펴봤다. 여러 문항 중 '어떤 자세가 가장 무리가 되었나요?' 라는 항목에 들어간 내용을 토대로 영상을 찍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북트럭을 끄는 자세와 책을 드는 자세가 가장 무리가 되었으니 이를 찍어야 하는데 문제는 북트럭을 끄는 자세를 어떻게 찍느냐였다. 공공도서관에 가서 협조 요청을 하기엔 여러 사람을 거쳐야 했으며,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에게 내 상황을 설명할 에너지도 없었다. 그렇다고 보기 싫은 얼굴이 있는 전 직장에 가고 싶지도 않았으며 사용할 연차도 없었기에 어쩔 수 없이 친한 동료이자 친구들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현재 나의 상황을 설명하고 어떤 자세를 취해서 찍어야 하는지 구도를 정해줬다. 찰떡같이 알아들은 친구들덕에 무사히 고비를 넘기고 나의 사건은 판정위원회로 넘어갔다.

7월 13일에 온 문자내용. 

  주변 말을 잘 듣기에 하기 싫은 산재신청도 하게 됐다. 어찌어찌해서 여기까지 왔고, 이제 나의 손을 떠나간 일이니 잠시 머릿속에서 빼놓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내게 우편이 하나 왔다. 산재 담당부서 보낸 우편이었는데, 담당자의 연락이 없었기에 어떤 내용물일 들었는지 짐작도 못했다. (질병판정위원회에 올라가고 판정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는지 알 수 없으니 봉투 안의 내용물이 산재 결과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



내가 산재 관련 서류를 낸 것만 해도 10페이지가 넘을 텐데, 결과물은 겨우 2장이었다.

산재는 인정되지 않았고 1년이 걸릴 거라는 산재도 4개월이 걸렸다.

될 거라는 희망을 품으면 나중에 더 상처를 받으니 애초에 기대도 안 했던 일이다.

하지만, 겨우 2장으로 나의 산재 결과가 통보되니 허탈하기도 했고 덤덤하기도 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세상 모든 일이 내게 유리하게만 돌아갈 수는 없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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