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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Aug 11. 2020

(부족하지만) 브런치 작가 소슬바람입니다.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다.

  평소 가장 좋아하는 것이 드라마 정주행을 하는 일이었고, 마음에 담고 싶은 대사는 공책에 적어두곤 했다. 인스타를 하다 드라마 대사를 손글씨로 써서 업로드하는 사람들의 글을 읽게 됐다. 대사를 곱씹으며 '맞아, 이때 이 배우가 이런 표정을 지으며 대사를 내뱉었어.' , '이 부분은 이래서 좋았어'하면서 글을 읽으니 너무 재밌었다. 


  그러던 중 나는 갤럭시 탭을 구매하게 됐고 이때부터 나도 드라마 대사를 손글씨로 써서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업로드 하기 시작했다. 방송화면을 캡처해 보정을 하고 상황에 맞는 글씨체로 드라마 대사를 손글씨로 작성해 업로드를 하는 일은 정말 즐거웠고 글씨를 쓰면서 우울하지도 않았고 잡생각이 들지 않으니 나는 이 작업에 빠져들게 됐다. 


그러다 우연히 브런치를 알게 됐다. 일상 글을 올리는 사람들, 정보를 전달하는 글을 작성하는 사람들, 그림을 그려서 올리는 사람들의 글을 읽으며 '아, 짧은 글도 이렇게 올려도 되는 거구나. 근데 짧더라도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의미는 제대로 전달해야겠다. 휴 너무 어려운데?'하고 어플을 닫으려는 찰나 인스타그램에서 즐겨보면 계정을 브런치에서 보게 되었다. '어? 이분 인스타 팔로우하고 있는 그분 같은데, 아! 와? 드라마 대사 손글씨로 작성한 것을 이렇게 올리기도 하는구나! 우와!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동안 작업했던 것을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작성했다. 줄거리를 적기도 하고 느낀 점을 적기도 했다. 드라마 대사 중 한 부분을 주제로 나의 경험과 연결한 글을 작성하기도 했다. 그렇게 3번을 도전했지만 3번다 떨어졌다. 


  아무래도 이 주제로는 작가 신청을 더 못할 거 같고 너무 성급하게 도전했던 거 같아서 손글씨 연습도 계속하고 글을 더 풍부하게 작성하는 것을 연습했다. 그러던 중 휴직을 하게 됐고 제주 3주살이를 하게 됐다. 3주살이를 하면서 매일 블로그에 글을 올릴 생각이었다. '그래 이번엔 이 주제로 작가 신청을 해봐야겠다'라고 다짐하고 3주살이를 하며 매일 글을 작성했다. 어떤 날은 글이 짧기도 했고 어떤 날은 조금 길게 작성한 날도 있었다. 풍부하지 않더라도 어떤 의미를 전달하지 못하더라도 성의 있게 작성했다. 


  그리고 나는 이 주제로 브런치 작가가 되었다. 브런치에서 작가가 되어 축하한다는 메일을 받고 '이게 무슨 일일까, 내가 정말? 내가 진짜? 글을 작성할 수 있게 된 건가?' 정말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두려웠다. 

  지인에게 '너는 너의 얘기를 잘하는 거 같아. 근데 정작 진짜 해야 할 얘기는 안 하는 거 같아'라는 말을 들었던 적이 있다. 맞다. 나는 진짜 해야 할 얘기를 해버리면 들키는 기분이 들어 많이 숨기는 편이다. 나의 진짜 모습, 진짜 속내를 들키면 상대방이 어떻게 생각할지 무서웠기 때문이다. 브런치에 글을 작성하면서 나는 나 자신을 드러내는 데 한 발더 나아간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며 블로그에 올린 제주 3주살이 글을 정리해 업로드를 했다.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습니다. 

  블로그에 올린 글을 처음 올리고 한 명이라도 읽어주면 참 감사하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내 글을 읽어주는 분들이 계셨다. 정말 신기했고 정말 감사했다. 그중엔 끝까지 읽어본 분도 있을 것이고, 첫 줄만 읽고 나가기를 한 분도 있을 것이다. 뭐가 됐든! 내 글을 클릭해줬다는 거니까, 그저 그게 참 감사했다. 


  매일 조금씩 글을 올리며 초등학생 때 일이 생각났다. 내가 우리 반 카페에 일명 인터넷 소설을 써서 올렸던 적이 있었다. 반애들을 주인공으로 멜로, 판타지 글을 작성했었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건 내가 친구의 손을 잡으며 '이번에는 판타지 글을 써볼 거야'하며 친구의 눈치를 살폈던 게 기억이 난다. 

  그때의 나는 글 쓰는 걸 좋아했으니까 지금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건 아닐까? 하며 끼워 맞추기를 하고 있었는데 브런치 알림이 울렸다. 


 무슨 말이지? 조회수가 1000을 돌파했다니? 알림을 클릭하고 들어가 보니 내 글을 읽은 사람이 1000명이 넘었다는 얘기였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바로 이것이다. 


   너무 놀라서 캡처를 했다. 그저 한 명, 그냥 정말 딱 한 명만 읽어줘도 감사했고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내 글을 읽었다는 게 나는 너무 믿기지가 않는다. 어쩌면 내가 잘 못 이해하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다시 살펴봐도 이게 맞는 거 같아서 아직도 얼떨떨하고 무서운 마음이 가득하다. 


  "마음의 고향 제주에서 3주살이"라는 글의 첫 시작은 "코로나 19지만 퇴사하겠습니다"이다. 나의 퇴사 글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봤다니 많은 이들이 퇴사를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고 공감했다. 

  3주살이 글은 이제 끝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글을 쓸 수 있을지 사실 잘 모르겠다. 그저 오늘 이 벅찬 순간을 마음에 담으며 성실히 작성하겠다는 다짐만 할 뿐이다. 

오늘 이후로 통계는 보지 않을 것이다. 통계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지만 매일 이걸 보고 있다면 줄어드는 조회수를 보고 속상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집안일 같은 삶을 같이 살아보자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에는 이런 글이 나온다. 


산다는 것 역시 집안일을 하는 것과 같아서 살아가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일상을 돌봐야 한다. 
..
대단한 무언가를 이루지 않았을지라도 가만히 서 있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힘겨웠던 순간들과 버거웠던 감정들은 이미 온 힘을 다해 삶을 지켜낸 증거다. 
..
지나온 모든 순간은 그대의 최선이자 성취다. 사느라 너무나도 애썼다. 그리고 잘 버텼다.

100세 인생이라 흔히들 말하지만 나는 50세 인생이라 생각하고 다녔다. 그래서 29살인 나는 이제 인생의 절반을 왔다고 생각했다. 너무나 간절히 살아가고자 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병원은 정말 열심히 다녔다) 내일은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김수현 작가의 말처럼 아주 조금씩 일상을 돌보기로 했다. 

대단한 글을 쓰지 않더라도 괜찮다. 생각을 정리하고 글로 정리하며 단단한 사람이 돼보자고 다짐하며 

글을 마친다. 


감사합니다. 

정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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