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걸음 더 나아가기 프로젝트 - day7

by 소슬바람

가족들의 퇴근시간은 보통 밤이다. 언니는 프리랜서라 퇴근시간이 유동적이고 아빠는 택시기사라 새벽에 들어온다. 코로나 19로 언니의 일자리는 많이 줄어서 그 전보다 출근하는 날이 적어졌지만 아빠는 일을 줄일 수 없기에 밤낮없이 운전을 하신다.


장마가 지나가고 태풍이 찾아왔다. 다행히 우리 집 근처는 피해 입은 것이 없지만 다른 곳은 피해 입은 곳이 수두룩하다. 새벽까지 더워 에어컨을 틀지 않으면 생활할 수 없는 날이다. 하지만 잘 때는 에어컨을 틀지 않기 때문에 잠들기 여간 쉽지 않다.


아빠가 퇴근을 하면 티브이를 보시기 때문에 나는 이어폰을 끼고 음악을 듣는다. 그전에 자면 좋겠지만 낮동안 마셨던 커피와 더운 날씨로 인해 잠들지 못한다.



우울증 약을 안 먹은 지 2주 정도 지나서 그런 것인가? 자꾸만 슬픔이 북받쳐 오른다.

눈물이 스르륵 나는 것이 아닌 꺼이꺼이와 비슷한 눈물을 흘린다. 평소 발라드만 들어서 그런 것인지 노래를 바꿔본다. 그래도 슬픈 건 똑같다.


요즘 스토브리그 대사 캘리를 작업 중이다. 그러면서 지난날을 되돌아보게 하는 대사들이 있는데,

백단장은 이세영 운영팀장에게 '믿음으로 일하는 게 아닙니다. 그저 자기 일을 하는 것이죠'라고 말하는데, 그 대사가 꽤 오랫동안 잊히지 않는다.


회사에서 자기의 역할을 다하는 것은 자기가 이 자리에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증명하는 것이다. 되돌아보면 난 내 몫을 다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원칙이 있더라도 당장의 급함에 휩쓸려 내 맘대로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내 선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만 해결하고 조금 번거로운 일은 담당자에게 넘겼다.

적정 타협선을 갖은 채 일하다 보니 기본은 잊어버리고 내 룰만 생겼다.


"아 그거 원래 그렇게 해요."

"예전엔 그렇게 했는데"

라는 타협점은 나의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팀 담당자에게 퇴사 의사를 밝혔을 때,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은 안했냐'라는 얘기를 했다. 당시엔 내 나름대로 열심히 한다 생각했다. 모르는 게 있을 때 묻지 않았던 건 내 담당자가 싫었고 무서워서 입이 안 떨어졌고 모르는 걸 물으면 '왜 이제와 이런 걸 묻지' 혹은 '그건 알 필요 없으니 그냥 하란대로 해요'라는 답이 돌아왔었기에 묻지 않았었다.

되돌아보니 담당자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고 난 자기 몫을 다 하지 못한 사람이었고 난 그저 월급루팡만 하는 사람이었다.


모든 게 다 나의 무지라는 결론에 들자 회사에서 보냈던 3년이라는 시간이 창피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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