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밤 알게 된 책 한 권.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예민'이라는 단어가 눈에 꽂혀 당장 책을 구입했다. e-book이 더 저렴하지만 종이책을 더 좋아해서 이번에도 종이책을 구입하려고 했지만 당장 읽고 싶어서 e-book으로 구입했다.
이 책은 글이 눈에 잘 들어왔고 각 환자들의 사례를 섞어 얘기를 풀어내서 더 얘기가 와 닿았다.
그래서 집중력이 짧아 한 책을 오래 못 보는 내가 늦은 밤에 3부까지 읽었다.
나의 경우 트라우마까진 아니지만 회사 휴직을 하고 나서 계속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생각하고 싶어서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냥 생각이 난다. 그러다 보니 움츠려 들게 되고 휴직기간이 종료되고 그 사람과 어떻게 같이 일하지?라는 불안감에 울다 약을 먹고서야 진정이 된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상상하며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국 해결방법은 정신을 바로 잡고, 개인의 능력을 키우는 일뿐인가.
누구나 예민한 감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좀 더 예민한 사람들이 있다. 잠을 잘 때 빛이 완전히 차단돼야 잠을 자는 사람이 있고 빛은 기본이고 소리까지 차단해야 잠을 자는 사람이 있다. 예민한 기질은 누구나 갖고 있지만 그중 더 예민한 기질을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나는 언제나 팽팽하게 당기고만 있었다. 2011년에 스쿼트를 혼자서 하다가 엉덩이 근육을 다쳤다. 당시엔 통증이 허벅지 쪽에 있어서 허벅지를 다친 줄 알았다. 걷지도 일어나지도 못하는 상황에 입원했다. 병원에서는 허벅지 쪽엔 문제가 없으니 일단 진통제를 맞고 물리치료를 하자고 했다. 진통제를 계속 맞으니 걸을 만 해진 나는 일주일 뒤 퇴원을 했다. 통증이 없어질만하면 다시 생기고 걷지를 못하고 계속 주저앉았다. 운동을 해야 된다는 말을 듣고 여러 운동을 했지만 조금만 욕심을 내면 이내 통증이 심해져 걷지를 못했다.
그렇게 2014년이 허리디스크가 있다는 얘길 듣고 나선 통증이 나타날 때마다 '아 방사통이구나'하고 넘겼다. 이때도 운동을 해야 한다고 해서 필라테스나 홈트를 했지만 상태는 계속 나빠질 뿐이었다. 그렇게 2020년이 되고 산부인과에서 만성골반통 진단을 받았다. 만성 골반통 치료를 시작하자마자 골반통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통증은 지속되고 있다.
이렇게 9년이라는 시간 동안 통증이 있었기에 나는 더 예민해진 것 같다. 아픈 것 때문에 계속 예민이라는 고무줄을 늘이고 있었던 것 같다.
영국의 61대, 63대 총리였던 윈스턴 처칠은 자신의 우울증을 밝히고 스스로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자신의 우울증을 가리켜 '검은 개'라고 불렀으며 우울증에 대해서는 '만약 지옥을 통과하는 중이라면 멈추지 말고 계속 가라'는 명언을 남겼다. <2부 예민성을 잘 극복한 유명인들 중 3. 윈스턴 처칠과 블랙독 챕터 내용>
우리나라 사람들은 타인에게 관대하지 않다. 나와 조금이라도 다르다면 공격을 시작한다. 마치 자신의 가치가 정답이라도 된 것처럼.
'현재'에 집중해야 한다는 말은 내게 너무 필요한 말이었다. 나는 매우. 자주. 옛 생각을 한다. 과거에 내가 잘 못한 것들, 잘못 생각한 것들, 내가 당한 피해들이 떠오른다. 그렇게 떠오른 생각들은 현재의 나를 무력하게 만든다. '과거'의 잘못은 뉘우치고 고치고 앞으로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바꿔나가야 하는데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아 계속해서 스스로를 괴롭힌다.
손글씨로 적지 않았지만, 3부 중 가장 공감이 가는 부분은 '우울해서 예민한 직장 여성'이라는 챕터였다. 이 여성은 상사와의 마찰이 있었다. 상사의 일하는 방식은 공격적이었다. 잘 못 된 게 있으면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었다. 동료들이 여성을 위로해줘도 기분은 나아지지 않았고 식사하고 온 동료들이 사무실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같고, 그들의 웃음 소리 도한 기분 나쁘게 들렸다고 한다. 점점 회사를 가고 싶지 않게 됐지만, 당장의 카드값과 월세 때문에 그만 둘 처지가 안됐다.
이에 저자는 이렇게 처방을 했다. 상사의 업무 태도를 관찰하라는 것이다. 이전 상사와는 잘 지냈으니 새로운 상사와도 잘 지낼 수 있으며 상사가 다른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대하는지 확인하라는 것이다. 상사의 업무방식을 보고 스타일에 맞춰보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그리고 한 가지 강조하고 싶은 점은 직장을 그만두지 말라는 것이다. 우울증이 생겨 직장을 그만둔 사람들이 치료받고 회복하면서 '내가 왜 일을 그만뒀을까'하고 아쉬워한다고 한다. 재취업이 어렵고 구직이 안 되어 실업 상태가 계속되면 우울증이 재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통 회복과 복귀에 1~3개월이 걸리니 그 시간만큼 병가를 내고 치료를 받으라고 조언했다.
이 글을 읽고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내 직장동료들도 내가 상사에게 지적을 받고 있으면 '왜? 또?'라고 작게 얘기하면서 지나갔다. 물론 내 얘기가 아닐 수도 있지만 그 상황에선 그렇게 들렸다.
상사의 업무방식을 체크해보는 것도 나도 해봤다. 해본 결과 나에게 업무 얘기를 할 때는 말이 화나 있었고 다른 동료 직원들에게 말하는 것을 들어보면 여전히 친절하진 않았지만 아주 조금은 상냥했다.
아마 내가 업무를 잘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저자의 조언을 나에게 적용시켜보면 막막하기만 하다. '회복'을 잘하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복귀'와 '재취업'이 앞으로 내가 극복해나갈 문제들인데, 휴. 한숨만 나온다.
모두가 다 이겨내고 사는데, 왜 나는 자꾸만 이럴까... 내 글의 마무리는 언제나 한숨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