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6시 알람이 울린다. 여자 1은 무거운 몸을 일으킨다.
'달칵'
문을 열고 나와 부엌으로 향한다.
'탁-탁-쏴악-착-착'
전기밥솥의 뚜껑을 열고 솥을 꺼낸다.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밥솥을 씻는다. 쌀이 담긴 통의 뚜껑을 연다.
'사악-삭'
쌀을 컵에 담아 밥솥에 넣는다.
'촤악-'
싱크대에서 물을 틀고 밥솥에 담아 온 쌀을 씻는다.
'쿠쿠가 취사를 시작합니다'
밥솥이 일을 하기 시작한다.
오전 7시 '어으으...' 앓는 소리를 내며 남자가 방문을 열고 나와 화장실로 향한다.
'드르륵'
식탁의자를 끌고 앉은 남자는 무언갈 기다린다.
여자 1은 남자가 식탁에 앉자 대문 앞에 있던 종이신문을 갖다 준다.
이 집은 아직도 종이신문을 본다. 정치성향에 관계없이 다양한 신문사의 신문을 읽는다. 그저 남자가 지루해하지 말라고 여자 1은 이 신문 저 신문 번갈아 가며 구독한다.
남자는 식탁에 앉아 종이신문을 펼친다.
'착-사악-착'
신문 1면부터 차례대로 읽고 있으면 여자 1은 남자가 먹을 밥을 차려준다.
남자는 종이신문을 보느라 밥 먹느라 분주하다.
'쿵-쿵'
그때 여자 3이 남자 뒤로 지나가며 화장실로 들어간다.
여자 1 : 잘 잤어? 여보?
남자 : (대답하지 않고 신문을 본다)
여자 1 : (남자의 얼굴 앞으로 자신의 얼굴을 가져가며) 잘 잤냐고!!
남자 : 아이-
여자 1 : 잘 잤냐고 묻잖아.
남자 : 어.
피곤해서 대답하는 것조차 귀찮은 남자는 대충 '어'하고 대답하고 밥 먹는데 집중한다.
여자 3이 화장실에서 나오고 아무 말 없이 자신의 방으로 들어가 옷을 갈아입고 나온다.
여자 1 : 딸, 밥 먹어.
여자 3 : ( 대답도 안 하고 고개만 절레절레 흔든다)
남자는 여자 1에게 여자 2가 몇시에 나가는 지 묻는다.
여자 1 : 아마 10시에 나갈걸?
그때, 여자 2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자 2 : 엄마, 나 9시.
남자는 밥을 다 먹고 화장실로 향했다.
'뿌지직'
남자의 아침 루틴이다. 뿌지직 음악과 함께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남자가 화장실에 간 사이 여자 1은 남자의 출근복을 준비한다. 전날 다려놓은 셔츠와 바지, 양말까지.
반나절 동안 차 안에서 마실 물도 같이 준비하고 모닝커피도 준비한다.
'지잉- 지-----잉'
요란한 소리를 내며 커피 머신에서 커피가 나온다. 남자가 화장실에서 나오자 안경은 거실 서랍장 위에 두고 신문은 식탁 의자에 '턱'하고 올려놓는다. 여자가 내려준 커피를 마시며 멍하니 밖을 쳐다본다.
남자 : 뭐해, 시동 안 걸고.
여자 1 : 당신이 걸어. 당신 일이잖아.
남자: 아, 거, 할 일은 해야지.
여자 1 : 그게 왜 내 할 일이야! 어!!?
매일 똑같은 대화 루틴을 하며 여자 1은 차키를 들고 대문을 열고 나간다. 주차장에 나가 여자 1은 남자의 차 문을 열고 조수석에 앉는다. 시동을 걸고 기도를 시작한다. 남자가 하루 동안 사고가 나지 않길, 예의 없는 승객들을 만나지 않길, 부디 돈 안 내고 튀는 승객들이 없길, 부디 제발 무사히 집으로 돌아오길. 기도한다.
여자가 나간 사이 남자는 커피를 벌컥벌컥 마시며 카드지갑, 물, 동전지갑, 핸드폰을 챙기며 대문을 열고 나선다. 여자 2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아빠, 잘가'하며 외친다.
여자 1은 남자의 차에 있는 발판을 타이어에 치며 먼지를 털어낸다. 남자는 걸레로 차유리를 닦아낸다.
여자 1 : (여자 3이 허리를 굽히며 걸어오는 걸 보고) 딸, 허리 많이 아파?
여자 3 : (대답은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인다)
여자 1: 복대는?
여자 3 : 했어.
여자 1 : 배에 힘주고, 책 들 때 조심하고.
여자 3 : (만사가 귀찮은 듯 대충 고개만 끄덕인다.)
여자 3이 남자의 차에 탄다. 여자 1은 남자와 여자 3에게 인사를 한다.
남자는 출발하며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남자 : 어머니, 네. 일어나셨어요? 네. 네. 밥은요? 오늘 날씨는 어때요? 여긴 뿌얘요. 네. 손 씻으시고, 물 많이 드셔요. 네. 네. 저 일 나가요. 네. 네.
어머니와 통화를 마친 남자는 여자 3을 지하철역까지 데려다 주기 위해 이동한다.
지하철역에 도착하기 3분 전, 남자와 여자 3은 짧은 대화를 한다.
남자 : 핸드폰은?
여자 3 : 챙김.
남자 : 지갑은?
여자 3: 어.... 어딨더라~~ 있음.
남자 : 딸. 하이파이브
여자 3 : (귀찮은 표정을 지으며, 대충 손을 쳐준다)
여자 3을 지하철역에 내려준 뒤 남자는 출발한다.
오후 2시~4시. 어떤 날은 2시에, 어떤 날은 4시에 남자는 점심을 먹으러 집으로 온다.
승객의 목적지에 따라 남자의 점심시간은 달라진다. 지친 표정과 함께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는 집으로 들어온다. 주변을 살피며 바닥에 떨어져 있는, 제자리에 있지 않은 물건을 집으며 제자리에 올려놓는다.
남자 : 거 쓰면 제자리에 놔야지. 국수나 줘.
남자의 말에 여자 1은 준비했던 밥을 놓으며 '밥 차렸어. 이거 먹어'라고 말한다.
남자는 쓰윽 여자를 보더니 '어떻게 그럴 수 있냐는' 눈빛을 보낸다.
여자 1은 남자의 표정을 보며 입을 삐쭉거리더니 이내 국수를 끓어준다.
여자 1 : 오늘 손님은 많았어?
남자 : 어후 아까 저기서부터 막히더니 아호..
남자는 여자 1에게 반나절 동안 일어난 일을 얘기를 하며 속상했던 일을 털어놓는다.
남자는 밥을 다 먹고 거실로 향한다. 소파에 털썩 앉고 이내 편한 자세를 찾는다.
남자 : 나 견과류. / 아이스크림 좀 줘봐 / 옥수수.
앉은자리에서 여자 1에게 이것저것 달라고 말하는 남자. 이것저것 남자가 시키는 걸 갖다 주며 한 번에 말하라 말하지만 남자는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허기를 어느 정도 채웠는지 tv를 보며 소파에 눕는다.
남자 : 뭐해!
여자 1 : 잠깐만 이것만 하고!
남자 : 어후.
여자 1은 설거지를 끝내고 돌아와 남자의 다리를 주물러 준다. 여자 1은 그렇게 남자가 잠깐이라도 잘 수 있게 최선을 다해 다리를 주물러 준다. 이틀에 한 번 쉬는 남자는 일하는 날에는 잠을 많이 못 자기 때문에 이렇게 낮잠이라도 자야 살 수 있다. 여자 1은 남자가 쉬는 날에도 아침부터 밤까지 다리를 주물러 준다.
하루 종일 운전을 하는 남자의 다리는 띵띵부어있고 허리, 골반, 햄스트링, 종아리, 아킬레스건, 발의 통증이 심해 힘들어하기 때문이다.
오후 6시가 되자, 여자 1은 다리를 내려놓은 채 남자의 저녁식사를 챙긴다.
남자는 겨우 눈을 뜨며 커피를 여자 1 에게 커피를 달라 한다. 커피를 마시며 한 숨 쉬다 여자 1 이 챙겨준 저녁밥을 챙겨 대문을 나선다. 먹으면 먹는 대로 배가 나오는 남자는 저녁을 적게 먹는다. 삶은 계란, 바나나, 물만 챙긴 채 남자는 대문을 나선다.
여자 1: 여보! 아 이것도 가져가야지.
남자 : (대꾸도 안 하고 대문을 나선다)
여자 1: 어후 진짜.
투덜대며 여자 1은 남자가 마실 물을 가지고 주차장까지 따라나선다. 여자 1은 그렇게 남자를 배웅하고 들어온다.
오후 7~8시 남자는 가족에게 전화를 한다. 여자 3이 남자의 전화를 받는다. 퇴근 후 밥을 먹고 있던 여자 3은 남자의 전화를 시큰둥하게 받는다. 대답도 대충, 시선도 대충, 뭐든 대충대충이다. 남자는 여자 2는 언제 집에 들어오냐고 묻는다. 여자 3은 그것도 모른다며 대충대충 대답하다 전화를 여자 1에게 넘긴다.
손님이 너무 없다며 전화를 했다는 남자는 여자 1에게 안부를 묻는다.
어떤 승객은 남자의 차에 토를 한다. 술에 잔뜩 취해서는 자신의 목적지도 제대로 말하지 않은 채 잠이 들어버린다. 어떤 승객은 남자의 머리가 왜 그렇게 하얗냐며 욕을 한다. 어떤 승객은 목적지에 도착했는데, 돈이 없다며 말한다. 계좌이체를 해준다고 말하고 내렸지만 돈을 보내지 않는다.
어떤 승객은 남자의 차에 핸드폰을 두고 내린 것 같다며 거기에 있지 않냐고 남자에게 전화를 걸어 묻는다.
남자는 하루에 두 번 기본으로 차 청소를 하기 때문에, 손님이 찾는 물건은 없다고 말한다. 있으면 내가 돌려주지 않겠냐고 말하면서 말이다.
마카롱 택시, 타다 등 기존 택시를 생태계를 흔드는 교통수단이 나왔다. 남자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진다.
새벽 4시 모두가 잠들어 고요한 시간. 승용차의 불빛이 환하게 비추며 차량 한 대가 주차장으로 들어온다.
남자의 차다.
'터덜터덜'
한걸음 한걸음 무거운 걸음을 딛고 집에 도착한 남자는 여자 3의 방, 여자 2의 방을 차례대로 들여다보며 자식들이 잘 자고 있는지, 선풍기는 키고 자는 건 아닌지 확인하고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다.
새벽에 들어와 자신을 반겨주는 이는 딱 한 명. 몇 년 전 이 집에 찾아온 강아지이다.
남자를 너무 좋아하는 강아지의 이름은 사랑이다. 꼬리를 360도로 회전하며 열심히 남자를 반긴다. 남자가 씻는 동안 화장실 앞에서 지켜주고 남자가 쉬는 동안 옆에 붙어서 같이 쉰다. 남자는 강아지와 함께 티비를 보며 쉬다 이내 잠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