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_못 버리는 남자

젠장, 젠장, 젠장



나는 미니멀리즘을 좋아한다.

쇼핑 중독자도 아니고

유행에 민감한 패셔니스트도 아니며

명품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작은 오피스텔에 혼자 살고 있으니

소파도, 식탁도, 장식장도 없다.


그런데, 거 참 이상하다.

집구석이 어지럽다.



TV에서 본 미니멀리스트의 방은

참 깔끔하던데,

처 자식이 없어

가족 관계가 미니멀한 노총각임에도

나의 공간은 왜 너저분해 보일까?



내 공간을 어지럽히는 최고의 주범은 종이다.

학생 때부터 신문, 잡지 스크랩을 했는데

그 습관을 아직 버리지 못했다.

종이 신문과 정기 구독 잡지를 끊어서

학생 때보다는 스크랩 양이 줄었으나

온라인 신문 기사를 출력한 종이,

이런저런 간행물에서 뜯어낸 기사들,

여행을 마친 후

클리어 파일에 구겨 넣은 여행 정보들이

책꽂이 한 구석 또는 방바닥에 널브러져 있다.


버리려 했고, 또 버리기도 했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다.

몇 년간 거들떠보지도 않던 자료를

버리기 전에 한 번 펴 보면

슬그머니 아깝다는 생각이 들고

나중에 필요하면 어쩌나 하는 미련이 올라온다.

그리고는 다시 그 자료를 원위치시킨다.

'에이, 이거 버리는 게 뭐 급한 일이겠나' 하면서...


내 공간을 어지럽히는 두 번째 원인은

주방 물품이다.


흔히 혼자 사는 남자는

살림살이가 없을 것이라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나의 작은 주방에는

키친타월, 수건, 프라이 팬,

샐러드 집게, 벙어리장갑 등이 걸려 있고

소금 병, 후추 캔

차 주전자, 커피 포트, 전기밥솥,

양키 캔들, 미니 오븐, 전자레인지 등이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있다.


작년에는 정가 10만 원 정도의 믹서기를

포인트 할인받아 5만 원에 구입했다.

그걸로 블루베리 왕창 갈아 보고서는

거의 1년 넘도록 사용하지 않았다.


오래된 연인도 아닌데

왜 정을 끊지 못하는 것일까?


그런데… 이런 젠장~!

에어프라이어는 왜 검색하니?


#못버리는 #노총각 #쓸데없이 #믹서 #왜샀지?

#통돌이오븐 #안사길 #잘했지 #에어프라이어 #안살거야


0_1200_IMG_5998.jpg 2017년 촬영, 이케아 OO점 쇼룸. 이런 공간에서 살면 정말 좋겠네에~ 정말 좋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