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_노총각, 영화처럼 산다

젠장, 젠장, 젠장


수명 다한 형광등처럼

깜빡깜빡한다.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는 약간 다른 현상.

'메멘토'라는 영화를 기억한다.

한 남자가 단기 기억 상실증에 걸렸다.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진범을 찾아 나섰는데

방금 일어난 일도 기억을 못 하니

매 순간 잘 지워지지 않는 수단을 써서

메모를 했다.

(그러나 메모를 읽을 때는

왜 메모를 했는지 기억 못 했다)

나도 메모하며 산다.

내가 회사에 있을 때는

퇴근하면 뭘 해야지 생각하고

집에서는 잠들기 전에

내일 회사 가면 뭘 해야지 생각한다.

주말이면 장 보러 가기 전에

뭘 사야지 생각한다.

조그만 수첩에

생각했던 내용을 적기도 하고

'포스트잇'에 내용을 적어

지갑 안에 붙이고 다니기도 한다.

그러나...

수첩을 아예 펴보지 않거나

포스트 잇은 어디론가

떨어져 나가는 일이 다반사.

뭔가 해야 했던 일들은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어찌하면 좋을까...

나는 내게 예약 문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

예를 들면,

6월 X일 OO 자료 찾아보기

또는 X일 몇 시 마트 가서

뭐뭐뭐 꼭 사고... 이런 식으로.

그리고 나 자신에게 보낼

예약 문자를 작성할 때마다

영화 '메멘토'를 떠올리며

한 마디 한다.

“나는 영화처럼 산다~”

#영화 #덤앤더머 #나는 #덤이거나

#더머이거나 #둘중하나 #바보


스코틀랜드 센트 앤드류스에서 촬영. 까마귀 고기를 먹어서 기억을 못 한다는 옛말이 생각나서 이 사진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