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_오답 노트

젠장, 젠장, 젠장



고3 때,

어느 입시 잡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오답 노트를 만든 적이 있다.

틀린 문제를

별도의 노트에 기재함으로써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예방하고

시험 시작 전에 오답 노트를 빨리 훑어보면

점수를 올릴 수 있다 했다.

오답 노트를 몇 번 만든 후

내게는 그것이 불필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과목당 두서너 문제 오답을 냈거나

아차 실수로 틀린 문제 몇 개만 스크랩해야

오답 노트의 효과가 있지

과목당 5개 이상 틀리는 경우는 효과가 없다.

실수로 틀린 것이 아니라

지식이 부족해 몰라서 틀렸기 때문이다.

오답 노트를 만드는데 시간을 쓰기보다

하나라도 더 깊이 이해하고 암기하는 것이

내게 필요한 공부법이었다.

사회인으로서 살아가고 있는 지금,

학생 때도 불필요했던 오답 노트를

계속해서 쓰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들은 다 아는 걸 나는 여전히 모르고

몰라서 틀린 답을 내었건만

그것을 실수라 착각하고서는

쓸데없이 오답 노트를 만들며

삶을 축내고 있는 것 같다.

젠장, 젠장, 젠장!

정녕 죽어야 살 것인가,

어디까지 나를 몰아가야 할 것인가!

#인생은 #다시 #쓸 #수 #없건만

#오답 #노트가 #웬말이냐


2016년, 베이징에서 '붓' 촬영 (오답 노트를 촬영한 적은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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